6.25전쟁, 여자의 전쟁.

카테고리 없음|2020. 10. 23. 12:37

초등학교 4학년인 어린 아해가 책장에서 김영도선생님의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를 꺼내더니 재미있다며 집중을 한다. 이 책은 77에베레스트 초등이나 국회의원 시절 등 성공적인 후반생이 아니라 간난신고했던 초반의 삶에 집중한다.


혹시 초등학생이 읽으면 안될 내용이 있을까 싶어 오랫만에 다시 책을 펼쳐보았다. 이번에 눈에 띤 건 6.25전쟁시기이다. 어쩌면 나처럼 '관성'대로 읽은 이들은 상상못했을 이야기일 것이다. 불편한 전쟁이야기. 여자들의 6.25 전쟁이야기, 한국군과 미군 사이에서 한국 여자들이 겪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위안부를 먼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다. 오버랩하지도 않고 있다. 

오해는 마시라. 우리는 6.25 전쟁을 사실 잘 모른다. 우리를 모른다.


학도병 김영도는 다부동의 형제봉 전투에서 동생과 절친한 친구를 잃어버렸다.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날이 인천상륙작전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 다음날 인민군들은 전선에서 썰물같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비극은 하루를 기다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김영도는 이후 통역장교로 보직을 바꾸게 된다.  동생을 잃은 슬픔과 분누에 여자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고결한 성품 그대로 책에 몰입한다. 그를 아는 이들이라면 아래 글이 어떤 의도없이 객관적일 회고임을 알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그것도 최전방에서 크리스마스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무렵 많은 눈이 와서 주위를 덮었다...

좀처럼 없던 일인데 연대장이 불러 본부 천막에 갔더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 미 고문관들에게 여자를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어찌하랴! 



당시 일선 연대에는 고문관이 네 명 있었고, 여자가 그 수대로 있었으며, 그들은 부부 생활이나 다름없었다. 고문관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 자기 여자를 후임자에게 인계하기도 했다. 여자들은 대개가 국군이 진격할 때 피난가던 시골 여자들인데, 군에서는 이들을 그때그때 후방으로 보내지 않은 것 같다. 일선의 거친 환경에서 특히 여자가 뒤하다보니 군인들의 생각이 정상을 벗어나기 쉬웠다.


한편 여자들은 연약한 처지에 설사 후방에 가더라도 생계가 막연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일선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세월이 바뀌기만 기다렸으리라.

그런 여자들로서 미 고문관과 같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여자를 아끼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많고 넉넉하니까....



군인과 여자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 6.25 전쟁 때 이른바 고급장교들의 여자관계는 사실 여부는 고사하고 조금도 화제에 궁하지 않았다. 그 점은 미군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미군 장교의 경우 한국군 장교와 달리 조금도 숨기는 데가 없이 당연하고 필요한 인간관계로 여기고 있었다.



내가 일선 연대에 있는 동안 연대장이 4번 갈렸다. 그들의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란 사실상 이렇다 할 것이 없었지만 굳이 화제로 삼는다면 모두 여자문제라고나 할까.


그 중에서도 어느 연대장은 여자를 열 명 가까이 데리고 다녔다는 이야기고 그 일을 상사 한 사람이 맡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그 상사의 얼굴을 기억하지만 그의 이름과 그 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군에 있으며 한번도 그야말로 단 한번도 총을 든 일이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이태의 남부군에서 빨치산 지휘관들이 여자를 데리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얼핏 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저자가 난감해했던 것 같은데, 북한 정규군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


또 어떤 연대장은 사내로서 이렇다 할 볼품이 없었지만 그도 무척 여자를 좋아했다. 백마고지 전투가 한참이었을 무렵, 군수 참모가 나타나 연대장과 귓속말을 하는 것 같더니 그 자리에서 연대장이 슬그머니 나가버렸다.... 여자가 와서 나갔다.


일선에서 군수 참모의 역할 중의 하나가, 그것도 아주 중요한 처세술 내지는 보신책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싶다.



하기야 지난날 중동부 전선 현리에서 3군단이 지리멸렬했을때, 이른바 고급장교들의 처신은 놀랄 따름이다. (- 이부분은 재미있어서 꼭 책을 보기 바란다)...


일반장교와 병사들은 자기 무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 악몽의 세계에서 빠져나으노라 고생했지만 고급 지휘관일수록 계급장을 떼어버리고 허리에 찼던 유일한 무기인 권총까지 내던지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구사일생으로 사지를 벗어나자 사단장은 그날 밤 여자를 끼고 피로를 풀었다고 한다. 그 혼란 속에 도대체 누가 이런 머리를 쓰며 그 막중한 임무를 해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보좌관이 군수참모에게 이야기해서 굿 아이디어라고 했을 것이 아니었을까.



김영도의 회고에는 '이른바' 고급장교들의 여자행각 이야기만 나온다. 그렇다면 병사들은 어떠했을까? 성문제를 강간으로 해결(?)했을까 아니면 돈으로 해결했을까?

이 부분은 또다른 명망가의 회고록이 있다.(*금방 검색해보니, 나무위키에 한국군 위안부 코너가 있다. 그러나 이 명망가의 회고록은 들어 있지 않다.)


김동춘 교수의 전쟁과 사회를 예전에 읽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나'식의 6.25책이 아니다. '민중의 체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최초의 본격적인 한국전쟁 비판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여자 이야기가 있었나 싶다.


지난 2000년 출간된 이 책은 ‘한국전쟁’의 지배적 해석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비판서로, 국가의 공식적 기억이 아닌, 남북한 민중의 체험을 바탕으로 바라본 한국전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또 전투가 아닌 정치 행위로서의 전쟁, 근대국가의 형성과 유지에 필수적이었던 원초적 국가 폭력으로서의 전쟁, 민중들의 적응 양태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전쟁의 경험과 기억을 보편적인 언어로 해석하고자 했다



기억이 안나서 목차를 보았더니, 피난과 점령 그리고 학살 등의 이야기는 있는데, 여자 이야기는 없는 듯 하다. 6.25는 이데올러기를 사이에 두고 벌인 성전(聖戰)이기에 성전(姓戰)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허나, 최근에 김귀옥 교수가 6.25를 그런 입장으로 바라본 책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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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런 내용이 있는 책을 초등학교 4학년이 읽으면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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