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한토막, 잊을 수 없는 '이이야마' 센세.
제목은 좀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소소한 작은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김영도 선생님의 신간 "서재의 등산가"편에,
그분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로 "잊지 못한다"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식민지 조선 산악계의 걸물 이이야마 다츠오의 사인에서도, 같은 구절을 만났습니다. 사람과 산에 연재하던 '김근원의 사진증언- 산악선배에 관한 소회(素懷)'에서 인데요. 검색해 보시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1971년 그해 가을 우리나라 최초의 산악사진작가 김근원 선생님이 1971년 백담산장에서 우연히 이이야마 다츠오를 만납니다. 김근원은 김정태와도 각별한 사이였던 걸로 보입니다. 둘 사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제게도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김정태에 대해 후배 한국산악회 회원들이 어떻게 대했는지 말이죠.
이이야마 다츠오는 이때 서울에서 여러 산악인들과 대담을 나눕니다. 이 자료는 월간 산에 실리게 되고, 와운루계회의 홍하일 선배 덕분으로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조선에서 오롯이 젊은 시절을 보낸 그에게 조선의 산과 조선의 산친구들이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대담 자리에는 아쉽게도 김정태가 빠집니다. 아마 선약이 있었는지, 김정태는 따로 최선웅과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게 옛 산악친구와의 정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 부분에 대한 일화를 만나지 못했는데, 다른 글에서 보면 김정태는 상당히 드라이(Dry)하게 적고 있습니다.
백령회 관련해서 검색하다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읽지 못하다, 이번에 읽게 된 건 제 일본어 실력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인연^^이겠죠.
이제 그의 사인을 보겠습니다.
이렇게 읽힙니다. 정자체도 잘 모르지만, 필기체를 읽는 건 어림 없는 일인데, 다행으로^^
김근원 사마(様)에게
잊을 수 없는 조선의 산을 생각하며.
젊은 시절을 말한다. 옛 산과 옛 바위를....
1971년 11월 8일. 이이야마 다츠오
첫마디 "앚을 수 없는"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와스레에누(
'잊지 못하는' 이나 '잊지 못할'은 흔한 표현인데, 이상하게 이게 마음 구석에 남네요.
그래서 생겨난 '잊을 수 없는' 이야기 한토막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