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설악산, 서울만큼 별들이 많았던 시절

카테고리 없음|2020. 12. 24. 19:10

"1960년 설악산은 서울만큼 별들이 많았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면 황당무개합니다.

그러나 1차 텍스트를 통해서 우리가 그때 그시절 한국이 '낯선 나라'임을 알게 됩니다.


1950년대 산악계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라테르네가 우리를 인도합니다.


1960년판 라테르네 제9호입니다.


1950년대 중반쯤 되면 각급 대학산악부가 출범하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 2000년 중반때 그들은 모두 '오십년사"를 선보입니다. 그러나 오호애재라. '열악한 출범 ->도약기--> 침체기-> 해외원정'이라는 도식적이고 일직선적인 사관으로 글을 '재편집'합니다.


그러다보니 1950년대 그들의 내밀한 생각들. 산악부에서의 삶, 일상들을 서울대 문리대 산악부 50년사 등등 몇몇을 빼고 원문을을  만나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분명 그들은 등반일지를 썼을텐데 말이죠. 라테르네지는 원문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나마 독보적입니다.


1950년대 산악계는 어떠했는지 극히 어렵습니다. 손경석의 "등산일기"가 있긴 한데, 이건 후대의 첨삭가필이 된 거라 신뢰도가 좀 떨어지고, '한국산악회 50년사'에 있긴 한데, 여기서는 국토구명이니 하는 거대담론들 밖에 없고요.


대학과 고등학교 산악부들이 그때 그 시절 원문 자료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시대니 스캔만 뜨면 될텐데요....



첫글은 남수현의 설악종주기입니다. 이제까지는 무심코 남정현으로 읽었습니다. 한국전력 사장도 하고 한국산악회 회장도 역임한 분 말이죠. 오늘 글을 쓰려 보니 남수현이네요. 천재형제인가....


서울에서 버스로 설악까지 간 여정은 아래에 전문을 싣도록 하겠습니다. 남수현은 도착한 다음 위스키를 한잔 하고....잡니다. 그때 고등학생들은 담배피고 술마셔도 되었습니다. 하여간 그때 그는 누운 자리에서 본 하늘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반짝이는 하늘의 별들은 서울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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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씌여진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우리는 진실을 돈오하게 됩니다.

전쟁으로 파괴되고, 공업화는 기약할 수 없던 서울은 설악과 다를 바 없었을 거라는....


라테르네가 아니었다면 결코 누릴 수 없는 '글읽는 즐거움', 

등산애호가들만이 과외로 누릴 수 있는 의외의 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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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태때문에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이 흑사병을 피해 외딴곳에 모인 남녀들이 돌아가면서 한 이야기를 모은 방식의 글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 그런데, 라테르네가 데카메론하고 하필이면 글자도 비슷하네.



라테르네 회지는 현재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박물관 관장을 만나게 되면, 이 자료를 시급히 공유하자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950년대 등산의 일단을 읽는 재미는 한겨울 그것도 크리스마스조차 자유롭지 않은 요즘 누릴 수 있는 지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카메론처럼 잘 읽힐 라테르네.

올해 초 이 제본책을 선물로 받아 험악했던 봄날 즐겨 읽으며 무난히 넘겼습니다.

겨울에 다시 '각자유폐'를 하게 되었는데, 나만 혼자서 읽자니 너무 아까워요.....


관련 부분 원문입니다. 지도가 반대네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958년 설악행 이야기입니다.

아침 7시쯤 출발했군요.

60년대가 되면, 밤에 여관에서 자고 새벽 5시 차 타고 갔다고들 하죠.....~~~~


1960년 남수현이 한 경기고산악부OB, 대부분 서울대 공대 산악부들 팀이 설악산에서 잔 여관은 영원여관입니다. 이곳이 어디일까요?

다행히 한국에는 -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 '우리들의 산' 등산박물관이 있습니다



1965년경 설악동 지도입니다.

여관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진을 확대가 되지 않아 아쉬운데요. 

원본사진을 찾는대로 올리겠습니다..~~ 이 중에 영원 여관이 어디쯤 있으려나.



이 이야기는 나중에 계속하고요.

고요하고도 아늑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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