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회 여담)김정태는 단성사에서 영화를 보았을까

카테고리 없음|2021. 1. 25. 19:25

이 이야기는 일제시대 영화 배급제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김정태는 개인의 생애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에는 고유명사를 삼가하고,

그냥 지나가도 좋은 부분에는 고유명사를 구사해서 구술의 신뢰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산악운동에 깊게 빠지게 한 계기가 당시 흥행했던 독일의 산악영화들이라고 하는데,

그는 그 영화들을 '단성사'에서 보았다고 적고 있다.

 

사실일까?

아마 사실일 것이다. 

남촌의 일본인 대상의 영화관은 비쌌지만 깨끗하고, 화장실 문제, 상영장비 문제 등등

시설도 좋고 쾌적하고 '혼마치'를 걷는 즐거움에 조선인 모던보이들이 찾았다. 

(당시 조선인들은 돈없으면 조선인 여관에, 돈있으면 식사와 청결문제로 일본인 여관을 이용했다.)

 

김정태가 10대인 시절에는 돈이 없어 북촌의 단성사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악인으로 유명세를 올린 다음에는  남촌의 희락관 등등 일본인용 상영관을 자주 갔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당시 영화배급제도를 재미삼아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이다.

'나운규와 아리랑'이라는 도식적 접근 말고 일제시대 영화 관객, 영화의 배급, 극장에 대한 연구는 빈약하다고 한다.

"식민지 조선의 또다른 이름, 시네마 천국"은 청춘시절 영화를 좋아한 이들에겐 그래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에는 관객의 입장에 서서 영화관과 배급제도, 당시 영화관 풍경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단성사 하면 1993년 서편제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당시 서편제는 서울에서만 100만을 넘긴 최초의 영화(지금으로 치자면 천만관객정도 된다고도 추정)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단성사에서만 개봉을 했다. 

그 까닭은 영화배급제도 때문이다. (배급제도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이 배급제도는 일제시대때 도입되고 완성된 걸로 보인다.

일본의 영화관과 한국의 일본인이 운영하는 영화관은 서로 배급제도로 얽혀 있다.

마찬가지로 단성사나 우미관같은 영세한 조선인 영화관들도 마찬가지로 일본과 재조선 일본인영화관과 배급제도로 얽혀 있다. 흥행성이 높은 영화를 배급한다는 것은 해당 영화관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 치열한 경쟁과 야합이 계속된다.

 

따라서 단성사가 황금관 또는 대정관과 같은 남촌의 영화관과 제휴를 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에 '몽블랑의 폭풍'을 희락관에서만 상영한다고 한다면, 단성사에서는 볼 수 없게 된다.

그런 식이다.

그러니까, 아무 영화라도 민족의식을 드러낼 의도로 '단성사'에서 보았다고 하면 안된다.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성의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그 시절 뒷이야기 삼아 일단 적어보았고, 기회가 닿으면 좀 더 소상한 글로 완성시켜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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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김학철 선생.

김정태와 같이 1916년생인 그는  '최후의 분대장', '해란강아 말하라' 등 수많은 '양식있는' 책들을 남겼다.

 

1988년 나온 자전소설 "격정시대"에는 원산에서 초등학교 시절 찾았던 영화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당시 영화관은 지금 같지 않았다.^^

화장실 냄새가 영화상영내도록 휘몰아 닥치고^^

 

참고로 1932년 역시 원산생인 소설가 이호철도 영화관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를 남기고 있는데,

자료를 찾는대로 올려볼까 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당시 조선인들은 그들의 취향대로 영활르 보았다.

 

 

덧붙여) 1980년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가 허여한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이 영화단체관람이었다.

몇개의 극장이 있고 어느 극장에서 무슨 영화를 상영하는지는 꿰고 있을 때인데,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다른 극장에서 빌려서 상영하지 않았다.

상당히 의아한 점이었는데, 

그게 지방의 개봉극장이 서울의 개봉극장하고 연계가 되어 있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구글에서 원산 유락관 등으로 검색해 볼 것

*한상언의 책을 검색해 볼 것

*한국근대영화의 기원이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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