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사네에 대해 기록을 남긴 춘원 이광수와 가람 이병기.
아래 글은 6,7년 전에 썼는데, 우연히 발견하여 다시 전재해본다.
일제하 등산에 대한 '기억'의 자발적 비자발적 왜곡을 받아쓰기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기록과 함께 교차해서 보아야 보다 진실에 다가갈 것이다.
산악계에서 '무레사네'라는 등산모임은 무교회주의자인 김교신 선생과 양정고보와 함께 언급된다.
그 성격 중 하나는 '차별과 저항'이라는 도식적 컨셉에 맞게 비밀결사라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주말 산행 행선지조차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비밀이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입장은 '김교신 일기'가 발행되기 전까지 유효하다.
책에 의하면 무레사네의 행선지는 매주 학교 게시판에 공개되어 있었다. 누구나 뜻하는 바가 있으면 함께 할 수 있었다.
무레사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기록에 의해 조정되어야 한다.
게다가 춘원 이광수 기자가 쓴 조선일보 기사와 가람 이병기의 일기에도 '무레사네'가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기독교 운동이나 청년 운동 또는 무레사네회와 사적인 교유가 있는 이들은 당시 무레사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무레사네회는 사실 일제하 등산운동의 한 챕터로 충분히 자리잡아야 하지만, 뭐든 넘치면 좋지 않다.
사실, 무레사네에 관해서는 2009년 한국산서회 회보인 '산서'에 투고한 적이 있다.
혹시라도 관심있으신 분은 다음카페 한국산서회에 들어가서 디지털 산서 란을 보면 좋겠다.
다시 읽어보아도 그때 이후에 새로운 자료 발굴이나 생각이 크게 바뀐 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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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와 ‘물에산에’(무레사네)" (2015 06 11)
조선 최초의 학생등산모임이라고도 할 ‘무레사네’의 성격에 관하여 춘원 이광수의 기록을 발견했다.
양정고는 한국 산악계에 남긴 족적이 또렷하다.
일찌기 일제하 조선인 등산을 개창한 주역의 하나인데….
김교신과 황욱선생이 이끌고, 학생중에는 최기덕, 고희성과 저명한 사학자 김영상, 마라토너 손기정도 함께 한다.
이들의 등산 기록은 “양정고 산악부 60년사, 70년사, 80년사에 적혀 있다.
양정고 산악부처럼 기록에 철저하고, 특히 80년사(양정 악우)은 원문을 영인하여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도 없다.
양정산악사에는 일제하 산악부원들의 기억이 소상히 적혀 있다.
그러나 후학들은 일제하 등산에 대한 그들의 '구술'을 다른 기록과 함께 교차해서 보아야 한다.
아래는 산악계에 소개되어 있는 '물에산에'의 중요 내용과 다른 기록을 통해 교정을 시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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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와 ‘물에산에’(무레사네)" (2015 06 11)
조선 최초의 학생등산모임이라고도 할 ‘무레사네’의 성격에 관하여 춘원 이광수의 기록을 발견했다.
양정고 산악부의 전신으로 ‘물에산에(무레사네)’가 있는데, 이 모임의 포인트는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결성 주체는 누구인가?
2. 무레사네’는 과연 순수한글로 만든 명칭인가 아니면?
3. 무레사네’는 비밀단체인가. 조선인의 정신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결사체인가?
김영상, 손기정 등 초기 산악부원의 회고에 기초하여 ‘무레사네’에 대한 양정고 산악부측의 해석은 대체로 이렇다.
1- 김교신 선생이 나중에는 주도했다.
2.- 한글명칭이다. ‘물에~’라고 하면 ‘산에~’라고 호응한데서 비롯되었다.
3. 비밀단체이다. 일경의 감시를 피해 몰래몰래 만났다. 국토사랑 민족애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1- 흥사단이 주도했고,
2. 일본식 명칭이다. ‘무레’는 일본말로 산(山)이라는 뜻이다.
(보충 - 흥사단. 수양동우회. 조선성서연구회 등 흥사단과 김교신 관련 단체들의 이름을 보라.
무레사네가 물에산에라는 순수 한글 이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늘날도 한글 이름의 회사가 거의 없듯이)
3. 공개단체이고, 일경은 그리 관심없었다.
국토사랑과 민족애라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교외의 등산과 자연을 사랑했다.
위의 일기 3권은 모두 공개된 김교신 일기 모음이다.
그런데 2016년에 김교신의 비밀일기가 흥성사에서 "김교신 일보"로 나왔다는 소식을 최근에야 알았다.
비밀일기에는 무레사네에 대해 어떻게 적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제 이광수의 무레사네 관련 기사를 보자.
성한출판사에서 1986년 펴낸 춘원문학 제 2권은 금강산유기, 일사일언, 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사일언은 1930년대 초반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짧은 에세이류인데,
1935년 5월 8일자 ‘청유(淸遊)’의 한 구절은 이렇다.
서울에도 '물에 산에'라는 일종의 조기회(朝起會)가 있다고 하고, 취운정 인왕산 등으로 새벽 산보를 수십년래 계속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네는 대개 건강과 활동력을 거기서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휴일에 창의문과 망월사 입구에 서서 보면, 많은 청류객 중에 조선 사람의 그림자는 심히 드문 것을 본다.
조선일보 이광수 기자의 눈에도 걸려 들 정도로 ‘물에산에’는 대충 알려진 단체였다는 것.
그리고 그 성격을 대체로 '조기회' 그러니까 청유와 건강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생겨난 양정산악부가 근대등산클럽의 성격을 확실히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무레사네회는 비밀 결사라고 회고하는 당시 양정고 학생들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건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보는 그 어떤 고정된 ‘프레임’에 걸려 또는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의 왜곡이 일어난 것이리라.
과거는 그래서 기억과 기록이 함께 해야 그나마 공정하게 해석을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입관(-프레임)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
특히 산악계를 독립운동의 틀- 차별과 저항 - 로 보는 것은 더욱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가람 이병기의 무레사네의 기록을 보자.
가람 이병기의 '가람일기'는 근현대사 유명인사의 일기 중에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1975년 신구문화사에서 겨우 문고본으로 나왔을 뿐이다.
여기서도 어느 여성 운동가(박인덕으로 기억)와의 대화 중에 무레사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찍어놓은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해서 아쉽다.
아무튼 백ㅁㅁ이라는 유명 여성 운동가로부터 무레사네에 대해 들은 바를 적고 있다.
그런데 2019년 가람 이병기 전집 중 일기분 3년치가 나온 걸 알게 되었다.
1975년 판에는 민감한 부분은 삭제했다고 하는데, 여기는 어떤지 모르겠다.
문사철 어디라 할 것 없이 인문의 향기 가득하고 지식인들과의 교유가 담긴 가람일기에 관심있으신 분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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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춘원 이광수 전집은 두번 쯤 진행된 걸로 안다.
그 중에 성한출판사에서 한 것은 1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제하 조선 등산운동(관광 부움)을 알기 위해서는 소설도 편린을 엿볼 수 있겠지만,
이광수의 기고문 수필 산행기 여행기 등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15권 전권 중에
2권.금강산유기.일사일언.일기
7권.유정.나.소년편.나.스무살고개.춘원수필선
14권.도산안창호.돌베개.묵상록.인물론
15권 .시.시조.춘원단편선.오도답파여행 등을 먼저 들 수 있다.
대략 일독은 한 것 같은데, 그 중에 오도답파여행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금강산유기는 본격적은 금강산 관광이 있기 전이라 조금은 아쉽다.
무레사네에 관한 이 기록도 몇년 전에 읽었지만 내처 잊고 있다가 다시 발견했다는…
기타:
취운정은 1870년대 중반 민태호가 지은 정자로…..
이 일대는 울창한 수림, 청간, 청풍과 함께 문인 · 지사들의 소창 한적의 장소가 되었다. 또한 당시 경복궁에 거처하던 국왕 및 왕실에서 창덕궁이나 종묘에 나갈 때에는 때로 시가지의 번잡을 피하여 삼청동의 태화궁(太和宮), 기기창(機器廠)을 지나 이 곳 취운정 등성이를 넘어서 대보단∼창덕궁∼종묘의 길로 다녀 이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풍치를 관상하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었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취운정 터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서울 문화재 기념표석들의 스토리텔링 개발), 2010., 한국콘텐츠진흥원)
June 1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