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초등자 텐징 노르가이가 누린 영광

카테고리 없음|2021. 2. 5. 07:21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1953년 5월 28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목전에 둔 밤의 일이다.

정상 공격조로는 텐징 노르가이가 뽑힌 상태였다.

셀파들의 텐트에서는 밤늦도록 그들의 언어로 설전이 벌어졌다.

한쪽은 텐징 노르가이 혼자였고, 반대쪽은 나머지 셀파 전부였다.

 

- 내일 정상에 오르면 더이상 백인들이 이곳을 찾지 않을거다.

이번에도 실패해야 영국인들은 다음에 또 도전하려 올테고 그래야 우리가 돈을 번다.

그러니 텐징, 내일 제발 정상에 갈 수 없도록 하면 좋겠다.

 

- 아니다. 이번에 성공하면 이 소식을 듣고 더 많은 백인들이 이곳으로 몰려 올거다.

그러면 우리는 돈을 더 많이 번다.

 

결국 텐징 노르가이의 입장이 옳았다.

수천수만의 백인과 아시아인들- 흑인들은 거의 없는 걸로 추정된다 -이 에베레스트를 찾았고,

세계 최빈국인 네팔에서 많은 세르파 부족민은 부를 걸머쥐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되지 않는 기간동안 영광은 거의 텐징 노르가이에게 쏟아졌다. 

텐징 노르게이 말고 다른 세르파 이름은 알기 어렵다.

어쩌다 기네스북같은데서 가장 많이 에베레스트 오른 세르파는 누구인지,

가장 오래 정상에 머문 세르파는 누구인지

가장 빨리 오른 세르파는 누구인지 같은 이벤트로만 전해진다.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3자가 쓴 책 말고, 텐징 노르가이의 책은 특이하게도 아들 손자까지 그에 대한 책을 썼다.

세상 그 어떤 위인이라도 이런 예가 자주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의 자식들은 그런 적 없고 그럴 기대도 없다.

재계의 자식들은 바빠서 안될테고, 

문화계의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필력이 안되서 안될터이나 아버지를 기리는 몇몇 예를 보았다.

 

 

 

1955년 그 유명한 제임스 램지 울만과 함께 쓴 '철이 이를' 자서전 Tiger of the snows"

 

1977년 말콤 바너스에게 구술(?)한  After Everest : an autobiography

2001년 경 아들 잠링 T 노르가이가 쓴 "Touching My father's Soul: A Sherpa's journey to the Top of Everest"

그리고 어느 책방에서 텐징 노르가이의 손자와 손자며느리(백인 오스트레일리아인)이 쓴 할아버지 이야기와 세르파 이야기에 관한 책을 발견했다. "Tenzing Norgay and THe Sherpas of Everest"

 

곰곰히 생각해도 놀라운 이야기이다.

세르파인은 고산등반의 주인공이 아니라 백인의 산행 들러리 보조 도우미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3대에 걸쳐 책이 씌여지다니...

 

세르파에 대해 씌인 책이 있을까 해서 잠간 검색해보니...

 

 

Sherpa: The Memoir of Ang Tharkay (Legends and Lore) ( February 16, 2016) 가 있다.

 

저자 타시 세르파는 앙 타카이의 조카로 알피니스트지에 서구 클라이머들이 어떻게 셰르파를 인식했고 대우했는지에 대한 인상적인 기사를 기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앙 타카이가 누구지?

위키에 검색해보니 텐징 노르가이를 추천한 선배 세르파로 1세대 셰르파로 보인다.

 

Buried in the Sky: The Extraordinary Story of the Sherpa Climbers on K2's Deadliest Day  May 3, 2013라는 책도 눈에 띤다.

 

한국에서는 셰르파 히말라야의 전설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있다.

나는 이 책만큼 흡입력있고 감동적인 책을 보지 못했다. 강추하고 싶다.

헌책방에서 만날 때마다 구입하려 든다.

 

최근에는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이 번역되어 나왔다.

분명히 좋은 책일 거라는 건 확신한다.

진작에 소장해오고 있는데, 슬프다 아직 책을 펴보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_) 자세로 그들을 한번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야 할텐데..

 

 

아참. 텐징 노르가이에 대해서는 시공사에서 "히말라야를 처음 허락한 사람 텐징 노르가이"가 번역되어 나와있다.

텐징 노르가이는 참 매력적으로 생겼는데, 표지가 조금 아쉽다. 내용은 물론 아주 좋다^^

 

어느 책에선가 본 텐징 노르가이의 어록을 덧보탠다.

“나는 산을 사랑했고 에베레스트를 사랑했다.
평생을 기다렸던 위대한 순간에 나의 산은 바위와 얼음뿐인 생명 없는 대상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근하며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적을 물리치는 병사의 기력이 아니라, 어머니 무릎에 오르는 아이의 사랑을 갖고 매번 산을 찾았다.

-텐징 노르가이의 말.

 

히말라야에 깃들어 살고 있는 세르파인들이 산을 향해 갖는 일반적인 생각인지 텐징 노르가이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산행기를 쓰는 분들이 글 도중에 인용해도 좋을 것 같다.

 

 

 

텐징노르가이…그의 손자가 쓴 글.January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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