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문학관 2 - 그들은 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굳이 놓으려 할까

카테고리 없음|2021. 2. 10. 19:02

각급 지자체에서 얼마나 많은 관공 홍보용 팜플렛을 만드는지 모르는 이들에겐 다소 놀라울 수도 있겠다.

요즘은 국영수 중심이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팜플렛은 기본이고 한국과 친연한 국가의 언어도 볼 수 있다.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도 1년에 천만명 넘는 인원이 해외여행을 한다. 아예 한국어로 가격표시가 된 여행지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들에게 강원도 대표 설악산은 어떻게 포맷을 만들어야 할까?

지금 있는 그대로이면 충분할까? 

외화 관광수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말이다.

명색이 국제공항이 있는데 말이다.

김유정 기념관 안내소에서 만난 책자형 홍보지 "당신의 새로운 한국 힐링 강원 여행"이다.

상당히 두껍다.

좌측에서부터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체자- 간체자- 베트남어 -??? - 러시아어이다.

맨 오른쪽은 한국인용인데, 대충 넘겨보니 한국인용을 먼저 제작하고 이후 번역한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고, 한국인용도 여벌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들더라.

 

중국어 번체는 어느나라 용인지 궁금하더라.

베트남어 옆에 언어는 어디인지- 혹시 몽고어? -궁금하고.

 

강원도를 포맷하는 게 '힐링'이다.

나의 언어감각상 '힐링'은 아무것도 안하고 서두러지 않고, 돈도 안쓰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은데,

이 책을 보면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돈을 쓰고, 먹고, 스릴을 즐기게끔 하고 있다.

한번 대충^^ 볼까보다.

 

표지를 보시라.

당신에게 익숙한 강원도인가? 글쎄다.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캐나다 같기도 하고, 삿포르 같기도 하고 동남아 같기도 하고....

 

그런고로 제목을 보시라 '당신의 새로운 강원'이 되시겠다.

서두에 말했지만, 이 책은 한국인용을 급하게 외국어로 번역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외국인을 의식하고 만든 느낌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좌측 하단을 보자.

강원도로 가는 가장 편안한 방법?

그건 양양 국제공항이다. 강원도 영동 지역의 유일한 국제공항으로......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금 고속도로가 뚤려서 자가용으로 2시간이면 서울에서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

내국인들 중에 양양으로 업무가 아니라 여행 가면서 서쪽의 김포 공항으로 갈 사람들 얼마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속초는 무엇일까?

'당신의 새로운 속초'는 설악산이 물론 그 처음이지만, 놀라지 마시라 케이블카다.

 

케이블카가 꼭 필요한 관광객들은 물론 외국인일 것이다.

우리도또한 외국여행가면 가이드가 그런 곳으로만 데리고 다닌다.

 

여기서 문득 설악산 대청봉까지 케이블카를 굳이 놓으려고 하는 측의 입장이 내심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내국인을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라,

양양 국제공항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건 아닐까라는...

'회'를 안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바다만 보여주면 예가 아닐까라는^^. 안오겠지.

비선대까지 걸어가라고? 

중국인들은 연일 장가계를 TV로 보았기 때문에 비선대 절벽은 그러려니 할 것이다.

 

등대전망대, 외옹치 아바이마을 청초호수공원 삼도문 엑스포타워전망대 칠성조선소...가본데가 한군데도 없네...

 

 

나는 이제 '나에게 새로운' 속초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가 수학여행때 보았던 바다, 졸다가 비속에서 깨어나 맞닥뜨린 설악의 비경... 그런 곳 다시 찾고 그러고 싶다.

 

 

'''''''''''''''''''''''''''''''''''

아래는 강원도가 내세우는 '힐링'의 테마이다.

찬찬히 읽어들 보시라.

감흥이 오면 좋겠다.

 

가만있자...

가슴이 떨릴때 여행을 하라더니, 내가 그 나이를 지나서 그런가.

 

일본어판을 한번 찍어 보았다.

 

다른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사람들은 이 지도를 보고 강원도가 설레일까?

나는 글쎄다라고 본다.

일본은 화산섬이라 같은 내용이라면 일본이 훨씬 드라마틱하고 스릴이 있을 것이다.

급류타기도 그렇고, 등대도 그렇고, 스키도 그렇고.....

 

강원도 골짜기가 어필해야 하는 대상은 결국 한국인들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두꺼운 책자 안에 강원도를 아름답게 그린 단편소설이나 에세이 하나 그나라 말로 번역해서 넣었더라면....

나는 외국에 가서 그런 내용이 한국어로 번역된 게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들도 그러지 않을까?

한류라는 게 유행이 아니라 알게모르게 침윤할 컨텐츠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