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주목할만한 설악산 관광사진첩을 소개합니다.

카테고리 없음|2021. 2. 18. 22:26

오늘은 1960년대 만들어진 특이한 설악산 관광사진첩 한권을 볼까 합니다.

하마 60년 가까이된, 발행년도도 없고 사진가 이름도 없는 B급 자료에 불과하지만,

서지학적 접근을 통해 언제 누가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소소한 것이라도 모이면 자료가 된다는 겁니다.

다행히 등산 여행 관련해서 우리나라에는 등산박물관^^이 있습니다.

 

 

 

표지가 빨간 색상에 우측 상단에 장군봉이 위엄있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배치는 다음에서 '관광사진첩 설악산 판본 30여권'으로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극히 이례적입니다.

 

하단에 설악산과 동해안이라는 이름과 함꼐 Mt Sorak이라 적혀 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 한번씩 들어오신 분이라면 Mt Sorak이 1960년대 표기법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70년대부터는 대체로 Seolag으로 통칭됩니다.

 

오늘 주목한 것은 '설악산과 동해안'입니다.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다른 관광 사진첩에서는 관동 또는 설악이라고 하지 '설악산과 동해안'은 처음입니다.

상당히 문학적이고 근사한 제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실마리는 바로 이 '설악산과 동해안'이라는 제목입니다.

 

일단 표지를 넘기면 설악산 지도가 나오는데,

흔들바위와 계조암이 들어가 있는 흔들바위 스탬프(낙인)이 두개나 있습니다. 다른데는 없네요.

모르긴 몰라도 구매자는 흔들바위 앞에서 이 책을 사서 스탬프를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자료는 B급이라 발행년도 등 간기면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 스탬프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1968년 8월 19일이라 적혀 있으니, 발행연도는 늦어도 1968년 여름이 되는거죠,

 

195,60년대 관광문화를 활성화 할때는 이렇게 스탬프라는 일제시대의 유습이 남아 있었죠.

이후 시나브로 사라졌다가 요즘 둘레길 등등 관공서 위주로 스탬프 문화를 부활하려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다른 사진들은 다음 블로깅에 이어질텐데요.

기존에 1960년대 설악산 관광사진첩이 적지 않은데도 거금(?)을 주고 구입한 까닭은 바로 이 제호 때문입니다.

 

최구현 선생이 1969년 펴낸 역작  "설악산과 동해안"과 똑같기 때문에 내용이 궁금해지더군요.

 

놀랍게도 구입후 펼쳐보니 사진들은 최구현 선생이 찍은 게 거의 확실합니다.

최구현 선생은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설악산 초기개발의 주인공이었고요.

오늘날까지 우리가 설악을 보는 뷰포인트는 그가  그시절 세팅해 놓은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금강산에서 관광사진가로 활동했던 최구현 선생이 분단 이후 설악산에 터잡은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시 관광에 관해서 그는 프로라 설악산을 금강산에서 본대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1958년 설악산에 관해 전무후무할 대작 "설악산"을 내고, 1964년경 "설악산의 전모"에 이어 

1969년 "설악산과 동해안"을 냅니다. 3부작이죠.

 

1964년 설악산의 전모의 전부를 보시려면 다음에서 최구현 설악산의 전모 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1969년 7월 나온 '설악산과 동해안' 서문에서 "제3회 사진 안내서"라고 하고 있습니다.

 

어랏. 이게 무슨 뜻일까요?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 책은 1968년 여름 이전에 발행되었는데 말이죠.

사진- 다시 올리겠지만-을 보면 분명히 최구현 선생 것이 맞고요.

 

그렇다면 1969년판은 네번째가 아닐까요?

무슨 까닭일까요?

 

똑같은 표지 디자인으로 "속리산 기념"이 있습니다.

이 책도 1960년대 판본이겠죠.

 

속리산까지 있는 걸 염두에 두어보면 제 짐작은 이렇습니다.

1968년판 '설악산과 동해안'은 최구현이 만든 게 아니고, 최구현에게 의뢰하여 다른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집이 미덥지 않았거나 아쉬움이 많아서 최구현은 1969년 7월 자기 이름으로 발행하게 되었다는 거죠.

아마 진실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추가. 맨 뒷장을 못살폈는데, 다시보니 제조발행원으로 서울 종로구 장사동의 동양정판인쇄주식회사이군요.

제 짐작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사진첩에서는 60년대 거의 보기 어려운 일본어 해설이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반일 분위기가 상당하였기에 일본어 해설을 병기하는 건 전례없는 일이죠. 

1970년대 접어들어서야 슬금슬금 관광수입을 위해 일본인들을 유혹하게 됩니다.

사진첩에도 한국어-영어에 이어 일본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B급자료들도 서지학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한 예를 보았습니다.

설악산 관련해서 덕분에 우리는 최구현 선생을 한번 더 기릴 기회가 된거죠.

 

 

'''''''''''''''''''''''''''''''''''''''''''''''''''

 

속초에는 국립산악박물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벌써 자료가 넘쳐나서 왠만한게 아니라면 지하 수장고로 직행하기 쉽습니다.

마치 이집트의 무덤처럼 언제 발굴될지 기약도 없이 영원히 잠을 잘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대표급 자료가 아니라면,

여기 등산박물관을,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언젠가 기증 또는 기탁을 한번 생각해 주세요.

 

이렇게 당장 큐레이팅을 통해 인터넷에서 부활을 하게 됩니다.

아마 자료들은 속초에서 잠자는 것보다는 '등산박물관'을 간절히 원할거라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