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날'의 로제 듀프라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로제 뒤플라의 '그 어느날'은 한국의 고산등반가들에게 손꼽히는 애송 산악시라고 봅니다.
그런데 1951년 사망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약간 충격적입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구글의 바다에서도 그의 얼굴은 찾을 수 없습니다.
무지막지한 것은 그의 시 '그 어느날'도 외국어로는 별로 나돌지 않는다는 것.
Roger Duplat Nandadevi로 검색하면 이렇게 뜹니다. 이중에 누가 로제 뒤플라일까요?
잠정적인 결론은 ' 그의 시는 세계 산악계에서 보편적으로 공감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전래되어 이례적으로 일본인들과 한국인들만 좋아하는 게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각설하고 오늘 우리는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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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알피니즘 또는 고산등반의 상징은 물론 피켈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언제부터 그러하게 된건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 음 이것도 궁금해지네 -
로제 듀프라의 '그 어느날'이 확인도장을 찍은 것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 어느 날
그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으면 오랜 나의 산 친구여 전하여 주게
어머니에게는 행복한 죽음 이었다고……나는 어머니의 곁에 있으니 아무 고통도 없었다고
그리고 사내답게 죽어 갔다고 아버지에게는 전하여주게 아우에게는 너에게 바톤을 넘기는 것이라고
그리고 다정한 아내에게 전하여주게 내가 돌아가지 않더라도 꿋꿋이 살아 달라고
당신이 옆에 없을 때에도 내가 항상 살아 왔듯이
자식들에게는 내가 오르던 고향의 바위산에 나의 애탄 손톱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그대에게 나의 피켈을 집어주게.
어떻게 보자면 사춘기 소년이 밤새 썼다가 지웠다 한 연애편지 수준이 아닐까 싶은 '과장'과 '평범'이 느껴집니다.
사실 그의 시는 '비장미와 숭고미'를 은근히 높이 평가하는 또는 자학성향이 없지 않은 한국산악인의 멘탈리티에도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로제 뒤프라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지요?
턱수염이 가득한 강인한 산악인형일지 아니면 푸른빛이 도는 눈을 가진 섬세한 친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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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Languepin의 "Himalaya - Passion Cruelle"입니다.
프랑스어지만 대충 히말라야 - 잔인한 열정(Passion cruel)로 번역될 듯 한 제본판입니다.
헌책방에서 이 책을 찬찬히 펴보았다면 곧바로 이게 1951년 로제 뒤프라의 난다데비 원정기라는 걸 알 수 있었을텐데,
시간이 없거나 또는 돈이 풍부할 때는 (반대로 돈이 쪼달릴 때는 한권 갖고 살까말까 벌벌 매죠) 대충 제목보고 구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제본까지 했을까라는 의문도 잠간, 사 놓고 집구석에 처박은채로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펴보았더니...
이렇게 로제 뒤플라(Roger Duplat)를 추모하면서라는 헌시가 적혀 있는걸 발견했네요.
어랏,
어차피 프랑스어라 읽을 수는 없고, 사진이나 보자고 했더니...
그 팀에 함께 한 셰르파로 텐징 노르가이가 들어 있군요.
참 잘생긴 청년이죠. 밝고 건강한 그의 얼굴이 그가 스타가 되는 데에도 한몫을 했을 겁니다.
이후 상당히 많은 셰르파를 사진으로 보았지만 그처람 잘 생긴 친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1951년 풍경입니다.
묘하게도 이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아련해집니다. 이런 게 에스프리인가 노스탈지아인가^^
이런 텐트가 에이형 텐트인가요 윔퍼형 텐트인가요?
약장수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슬슬 이야기를 아웃복싱하듯이 하듯^^
원정대 단체사진입니다.
누가 로제 뒤프라일까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가운데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겼네요...
기대한 것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거친 피켈을 떠올렸어느까요.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그의 시 전문이 실려 있습니다.
원서는 아니나 다를까^^ 변기태 하루재클럽 대표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제본책은 과연 누가 소장하고 있었을까요?
"오봉장서"라고 하고 있는데, 오봉이라는 호를 쓰는 분은 누구였을까요?
이 책을 다시 헌책방에 내어 놓아 주셔서, 책이 다시 생명력을 얻게 해 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은 자기 집에 꽂혀 있어도 일정시간동안만 생명을 갖고 있을뿐이고, 나머지 시간동안은 동면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입장에서 보자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때가 되면 뜻있는 후배에게 선물을 하거나 헌책방에 내어 놓은 것은 그래서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봅니다.
이 시 '만약에 그 어느날'에 대해서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간관계상 여기서 줄이고, 내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