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1938년 반도의 근영은 누가 썼을까요?
식민지 시절 철도국의 위상은 지금처럼 승객 수송이 아니었다.
관광의 출발점이고 관광을 견인했고 관광을 완성했다.
철도국이 1938년 만든 호화 장정본 "반도의 근영"은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이 책은 과연 누가 사진을 찍고 글을 썼을까?
이런 의문을 던지고 해결할 수 있는 큐레이팅은 어디에서 가능할까?
산악박물관과 달리, 등산박물관은 하나만 있어도 뭐 그리 나쁠 건 없다.^^
다행히 한국에는 세계 유일의 등산박물관 [우리들의 산"이 있다.
이 책은 최근 "조선의 풍경 1938"로도 번역 발행되었다.
일제시대 조선의 풍물과 조선의 산들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인터넷에서 반도의 근영으로 검색하면 이런 사진들이 나온다.
금강산이고, 네명의 젊은 여성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가벼운듯 이쁘게 치장한 등산 패션, 얼마나 유혹적이었을까?
이 또한 내금강 풍경이다.
이 사진은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이이야마 다츠오의 "북조선의 산"에도 등장하는 것 같다.
당시 철도국의 대표 사진작가는 이이야마 다츠오,
바로 식민지 조선 산악계에서 전문등반을 견인한 주역이다.
이런 사진, 참 유혹적이다.
산으로 가고 싶게 만든다.
산을 잘 아는 이가 찍은 게 분명하다.
번역자는 산악계 인사가 아니라 철도국의 대표 사진작가로 이이야마 다츠오가 있는 줄은 모를 것이다.
그의 이름으로 철도국 출판으로 나온 책도 있다.
식민지 산악운동에 관심있는 이라면 이 사진작가가 이이야마 다츠오라고 짐작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등산박물관은 저자가 누구인지 조금더 가까이 비정할 수 있다.
위의 사진 들 중 '북조선의 산'의 한 장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책의 저자가 바로 이이야마 다츠오라는 것.
그리고...
번역자가 '고원의 산"이라고 번역한 이 꽃.
원어로 うさきゆみ花인 듯 한데, 일본어 사전에 나오지 않으니 번역자가 고원의 꽃이라고 했다.
분명 에델바이스이다.
부전고원 등 북한의 고원은 수많은 꽃이 만발하여 그쪽이 고향인 박철암 교수는 꿈에도 그립다고 적고 있다.
그 중에 화려한 꽃이 아니라 소소한 이꽃을 선택한 것은 그가 전문산악인만이라는 뜻이다.
그가 이이야마 다츠오가 아니라면 누구겠는가.
여기서 잠간.
한국산서회 전 회원인 강승혁 선배가 이렇게 댓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셨으면 다 오셨는데...일단 うさきゆみ花를 거꾸로 읽어볼게요.
うさきゆみ花の原高를 거꾸로 읽어야겠죠? 高原の花みゆきさう가 되죠.
그럼 みゆきさう만 카타카나로 바꿔 볼게요. ミユキサウ가 되죠.
여기서 결정적 포인트. 草의 음독은 サウ, ソウ 두 가지가 있다는 것!
이걸 한자로 바꾸면 深雪草(ミユキソウ) 왜솜다리 薄雪草(ウスユキソウ)
두 식물을 비교해 보시고 어느 것이 맞나 확인해 보시길...
* 심설초와 부설초에 대해서는 검색을 해보니 또 재미있네요^^
일반인들이 에델바이스를 알게 된 건 1970년 전후 영화 사운드오브 뮤직에서부터이다.
그러나 1950년대 동국대산악부 설악산 산행기를 보면 그시절 그들은 벌써 에델바이스를 알고 있었다.
물론 해방후 창립한 조선산악회의 회기에도 에델바이스가 있고.
전문산악인들 사이의 맥은 이렇게 올라가는 것.
그리고....
단순히 "농가"라고 하고 있는 이곳.
농가가 맞긴 한데, 이곳이 어디일까요?
북한산 매니아라면 갸웃갸웃. 아니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바로 의상봉 능선의 시작점인 의상봉과 용출봉...이라 보인다.
여기소에서 북한산성입구쪽으로 걸어가다 찍은 사진. 또는 조지서터인듯 싶기도 하고
blog.naver.com/xclanka/222176945846
를 클릭하면 비슷한 사진이 뜬다.
나는 의상봉이라는 짐작이 강하다.
평범한 농가 사진을 북한산성 입구에서 찾은 이는 누구겟는가.
바로 이이야마 다츠오. 철도국의 대표 사진작가이자 철도국을 대표하는 전문산악인.
이제 우리는 1938년 당시 이이야마 다츠오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겠다.
대강 사진 글을 훓어보니, 그가 교만한 제국주의적 성향을 띤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오늘 또 심심파적으로 웬만하면 눈에 띠지 않은 산이야기를 한번 해본다.
등산박물관에 계속 관심을 놓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