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졌어 - 산녀는 과연 무슨 뜻일까요?
세상에 대만작가의 등산서적이 번역소개되다니.
그것도 대만을 대표할 고산등반가나 원로 산악인이 아니라 젊고 젊은 하이커의 주말산행기가 말이다.
아무래도 대만의 산서는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번역되기 어려울 것 같아 기록삼이 소개해본다.
겸사로 요즘 젊은 여자들 사이에 레깅스 입고 산에 가는 붐이 있다고 한다.
이들을 어떻게 지칭하면 좋을까를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사실 이런 붐이 일본에는 진작에 생겨났고, 그들을 겨냥한 월간지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을 칭하는 신조어도 있으니 '산녀(山女)라고 쓰고, 야마 갸루(Yama=산山, girs = 갸루)라 불린다.
대만에서는 어떻게 불릴까?
이 책의 부제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가 말해주는 것처럼, 고산등반가도 아닌 평범한 여자가 산에 빠지면서 산과 교감한 바를 젊은 감각으로 쓴 산행에세이이다.
알다시피 대만은 3000m 넘는 고산이 엄청 많지만 우리나라같은 고산등반가들은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보인다. 산악'계'도 우리나라같이 활성화 전문화되어 있지 않다. 주말 산행객도 우리보다는 덜할 거라 -근거없지만 - 여겨진다. 그래도 우리처럼(우리보다) 더 오랜 산악역사를 갖고 있는 대만산악계가 우리에게 전혀 알려진 게 없다는 것은 참 아쉽고 허망한 일이다. 이웃나라인데도 말이다.
책은 장보영 전 사람과산 기자가 쓴 "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이 많이 겹친다. 둘다 내용이나 편집기획에 있어서 엇비슷하다. 대만작가의 글은 현학적이지 않고, 마치 수채화처럼 깨끗하다. 아무튼 대만과 한국의 젊은 여성들의 등산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이라 강추한다.
놀라운 것은 대만의 저자는 '『WILDER등산용품도감』에 글을 썼고, ‘하이킹 노트’ 웹 사이트, ‘GQ’ 온라인 잡지에도 칼럼을 쓰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Mammut, Helinox, Merrell, Outdoor Research, Patagonia, Keen 등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라고 하니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은 의아하다. 세계 유수의 등산브랜드들이 그녀를 통해 대만을 컨택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아웃도어 애호가들의 시장이 대만보다 훨씬 더 클텐데, 왜 같은 방식으로 홍보를 전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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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서는 이정도로 하고, 어쩌면 오늘의 주제를 보자.
저자는 필명으로 산뉘하이Kit(山女孩 kit)인데,역자에 의하면 '산의 아이'라는 뜻이라고 하고 있다.
직역을 한다면 그렇게 되겠는데, 번역자가 대만과 일본이 친하다는 것을 깜빡한 듯 하다.
한자를 유심히 보니 산여해(山女孩kit)인데, 山女孩는 무슨 뜻일까?
해(孩)는 어린아이 해라는 뜻인데, 아마도 우리가 자기 자식을 어린 '아해'라고 표현할 때의 그 '해'인 듯 하다.
나는 직감적으로 일본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조어 산녀(山女)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에서 '산여해'로 검색하니 내 짐작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이 사이트에서는 산여해라는 설명을 이렇게 하고 있다.
日本近年興起一股女孩子也要去戶外爬山的風潮,而且他們將出野外這件事搞得很時尚。這群將流行(當然要兼備機能)帶入山中的繽紛女孩們被稱作「Yama girl」,如果是娘泡男孩們則是「Yama Boy」,翻成中文就是山女孩(山系女孩)、山男孩(山系男孩)的超萌名字。
구글에 넣어 번역을 하니, 요즘 일본 어린 여자들...등산...화려한 패션을 뽐내고 .이를 Yama girl이라 하고,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산여해(山女孩)가 될 것이다. 쯤 되겠다.
대만에서는 아마 야마갸루를 번역한 산여해가 자리잡을 것 같다.
그러니까 저자 산뉘하이는 고유명사이기도 하지만, 보통명사이기도 한 셈이다. '산을 좋아하는 젊은 여자 KIt"로 말이다.
야마갸루의 패션감각은 이렇다.
우리나라도 레깅스족이 산악문화로 좀더 굳건히 자리잡게 되면, 어떤 패션으로 진화를 할지 모르겠다.
일본처럼 '야먀갸루'라는 독자성을 인정받으려나. 곧 신기루처럼 사라지려나.
시장의 파이도 커질테고, 요즘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듯한 등산의류회사에서 좀더 분위기를 조성안하려나..
우리는 그들을 뭐라고 호칭하면 좋을까?
레깅스족?
산린이?
산린이라는 말은 '등산 + 어린이'라는 말의 합성어라고 한다.
어린이라는 뜻으로 보아 대만의 '산여해'하고 뭔가 연결이 된다.
주식하는 어린 아해라는 뜻으로 주린이가 있는걸 보면, 이웃 일본이나 대만의 예를 차용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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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일본의 야마갸루의 산행에 대해서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산녀일기'가 번역되어 있다.
번역서 제목은 '여자들의 등산일기"인데, 이 제목에서 '산녀'라는 말이 일본에서 어떤 뉘앙스를 갖고 있는지 우리는 알기 어렵겠다. '젊은 여자들의 등산일기"라고 하면 조금 더 나을려나.
아무튼
한국의 20대사이에 생겨난 등산붐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길 바라고.
알게모르게, 한중일 삼국의 젊은 여자들의 등산붐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최근 몇년사이에 발행되었으니,
한번 읽어보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