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실망시킨 박카스 - 왜 아직도 일본을 벗어나지 않을까요?
그날 쌓인 피로는 그냥 풀어 준다는 우리의 박카스.
오늘 몇십년 품어온 사랑을 배신이라도 당한듯,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다.
한국인의 박카스, 동아제약은 왜 이럴까?
박카스를 사랑하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의 중년들이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곧바로 '어랏, 박카스를 일본에 수출하는가 보네'라고 할 것이다.
아래는 '쮸쮸바는 그렇다 치고, 새우깡은 그렇다 치고 설마 박카스가 이럴 줄이야'라는 이야기이다.
같은 일본어 책을 계속 반복하는 게 지겨워 "일본어를 군것질로 배웠습니다만?"이라는 책을 골랐다.
편의점에 나열된 여러 제품들의 표지에 적혀 있는 광고문구들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언젠가 일본에 여행갈 이들에게는 일본어 수준과 관계없이 미리 도상작업용으로도 맞춤한 책이다.
그런데 나처럼 그냥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책은 보조교재 또는 쉬어가는 코너가 되겠다.
적어도 중급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되어야, '술술 넘겨 가면서' 보아야 의외의 도움과 재미가 될 듯 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본의 새우깡의 봉지에 적혀 있는 여러 광고문구들을 한국어로 보여주고 있다.
나름 일본의 편의점에 흔히 있을 제품들이라 글을 꼼꼼히 읽어나갈 때는 표지 도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자공부에 지쳐 휘릭휘릭 넘기면서 도안을 보면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의 새우깡이 어랏, 우리 새우깡하고 봉지도안이나 과자 모양 비슷하네 라는 것 말이다.
사실 농심 새우깡이 일본의 새우깡을 표절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과자종류에 이것 뿐만 아니다.
빵빠레 류와 얼음이 들어가 있는 이 제품들도 우리에겐 익숙하다.
어랏. 삼강 빠삐코가 여기에도 있다니. 영어도 Papico로 똑같다.
검색하다보니 심지어 우리의 쮸쮸바도 쮸쮸(ちゅうちゅう)는 일본어로 액체를 빨아들이는 소리를 뜻한다고 하니.
더 검색하기 무서워진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여행와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얼마나 '익숙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서글퍼진다.
그래도 이런 건 사실 나의 관심 밖이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는게, 문화라는 게 다 그러려니 말이다.
우연히 빠져든 클라이밍 말고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야 좀 그렇지만,
왜색문화청산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다른 것보다 '조선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것에 앞장서야 될 일 아닌가.
이제 우리의 박카스가 등장한다.
한눈에 어랏. 이거 박카스 톱니바퀴 아닌가.
'자양강장, 영양보급, 지정의약부외품. 현대사회의 피로'등 우리말 그대로 갖다가 광고를 하고 있는데,
이름이 박카스D가 아니라 리포비탄D이다.
이것 우리가 일본에 수출한 것 같지는 않고, 그들이 표절했나 싶다가도 상단에 '드링크제2'라는 걸 보고서는
일본 대표 드링크제이구나 싶어. 동아제약의 젊은 강신호가 1960년대 초 박카스를 만들 때 '표지갈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카스 표절'로 검색하니 국내의 '마셔본 적 없는 듯한 삼성제약 박탄에 대해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표절의혹으로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들과 함께. 함께 말이다.
박카스도 일본의 ㅁㅁㅁㅁ를 표절했을 수도 있다는 기사 '박카스에 드리운 日 그림자, 표절 논란도...' 등이 있다. 관심이 생겼다면 읽어볼 만 하다.
일본의 리포비탄D의 역사를 살펴보자. リポビタンD 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1960年に前身となる錠剤「リポビタン」とアンプル「リポビタン液」を発売し[3]、特にタウリン入りのリポビタン液が好評を博す中で上原正吉社長がリポビタン液を飲みやすく改良し一層の健康維持に役立たせるアイデアを発案[4]。アンプルからの大型化とともに有効成分の味わいを薄め飲みやすいパイナップル風味のフレーバーを加えた形で1962年3月に医薬品として販売開始
뭐 이렇다. 1960년 알약의 형태로 리피비탄과 앰플형 리포비탄액을 발매했다. 특히 액체형이 호평을 받고, 당시 사장이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로 앰플을 좀 더 크게 하고 당시 고급이었던 파인애플향을 넣어서 1962년 3월부터 의약품으로 판매개시했다.
'톱니바퀴' 문양은 아무래도 피로를 풀어주어 시간의 '톱니바퀴'에 탑승가능하다는 의미일 듯 싶다.
1962년 일본 최초의 드링크제로 리포비탄D가 등장했다. '피로회복'제로 포맷을 했고 1963년 대만에 수출했다.
1965년에는 타우린을 자그마치 2000mg을 넣었고 병뚜껑을 메탈로 했고, 태국에도 수출했다. 이 회사는 TV 광고 등을 적극 활용했다 등등이 있다.
이정도의 교양을 갖고 우리의 박카스를 돌이켜보자.
박카스의 역사로 검색하면.
1959년 강중희 회장의 외아들인 강신호가 상무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강 상무(현 회장)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하고 돌아왔다. 당시 동아제약은 ‘가나마이신’ 등 항생제 제품 과잉 발매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961년 강 상무가 경영에 발을 들인지 2년 만에 동아제약의 성장 발판이 자 국내 강장제 대표 브랜드 ‘박카스’가 발매됐다. 처음에는 정제형으로 발매된 이후 1963년 드링크타입의 ‘박카스D’로 재발매했다.
당시 자양강장제는 알약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드링크는 박카스가 최초였다. 처음 보는 자양강장제 드링크에 소비자들은 관심을 보였다. 강 회장은 제품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옥외, 활자 광고 등 ‘매스(Mass) 광고’를 활발히 했다. 특히 1970년대부터 보급률이 크게 늘어나던 TV 광고를 적극 이용했다.
라고 하고 있다.
박카스의 완판으로 동아제약은 기사회생해서 승승장구를 하게된다라고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것 같다.
검색하시면 더 자세한 걸 알게 되니, 더 이상의 박카스 역사와 일본제품과의 비교는 생략한다.
1961년 박카스라는 이름의 알약 제품을 출시했다.
1962년 앰플형태로 변경했다가 이듬해인 1963년 9월 이름에 D를 붙여서 박카스D로 하고, 도안도 톱니바퀴로 바꾼다.
사진에는 병뚜껑이 메탈같지만, 원래는 플라스틱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박카스D는 타우린 2000mg이다.
다른 내용물이 일본거와 얼마나 갖고 다른지 등등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나야 사실 평범한 소비자로서 타우린이 어떻고 내용도 표절인지, 도안도 표절인지 어떤지가 주제가 아니다.
만의 하나, 표절이라 하더라도 1960년대 열악한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보면 나는 하등의 아쉬움이나 비난의 감정은 없다.
아니 그렇게 해서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게 되는 법이니 고생했다고 격려를 하고 싶다.
제목과 서두에서 '나를 실망시킨'이라는 표현은 그때 그시절 동아제약이 아니라 지금 동아제약의 '감수성'이다.
그때로부터 60년이 다되어가는데도 '톱니바퀴'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영 아쉬운 대목이다.
몰랐으면 몰랐지 유사성을 알게 된 이상 애용자로서 마음이 불편하다.
곧 박카스D는 환갑을 맞이한다. 톱니바퀴만큼은 바꾸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