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악계 스케치 - 2010년 봄 신간 산서는 이렇습니다.

카테고리 없음|2021. 3. 29. 21:45

일본의 3대 산악단체는 일본산악회와 일본산악-스포츠클라이밍협회와 함께 (JMSCA) 일본근로자산악연맹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야 검색이 가능하지만, 다른 단체와 어떤 미묘한 차이점이 있는지는 일본에 안가보아서^^

 

오늘은 오래전 입수한 일본근로자산악연맹 2012년 5월호 월보를 통해 그 달에 몇권의 산서가, 어떤 주제의 산서가 나왔는지를 보겠습니다.

통권 447호니 결호가 없다고 한다면 37년, 그러니까 1975년 경부터 월보를 내기 시작했네요. 

생각같아서야 최근에 나온 회보라면 더 좋겠지만 수중에 없어서 아쉽네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영화롭던 일본의 산서출판계도 요즘엔 지지부지하다는 것 같더라고요.

 

당장 인상비평을 하자면, 요즘은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한국의 대산연 월보가 공식적이고 산악계 행사 위주이죠.

이 월보는 회원들의 글들이 많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는 총 3권의 산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한 권은 따로 블로깅을 하고요. 여기에서는 3권을 소개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산서'의 범위를 한국의 산악잡지의 산서코너에 실린 책들보다 훨씬 좁게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이런저런 사랑방 한담식으로,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식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전부중치田部重治의 "산과계곡 선집"입니다. 1972년 운명을 달리한 후 40년만에 다시 나온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례없습니다. 한국산악회의 대표 노산 이은상의 산행에세이집도 새로 나오지 않는 실정이죠.

 

전부중치는 일본어로 다나베 쥬지라고 읽습니다. 그는 말그대로 일본산악계의 원로이고, 알다시피 일본의 산악잡지 "산과계곡"사는 다나베 쥬지가 쓴 바로 이 산행에세이집에서 차용한 거죠. 지금 산행을 하러 등산화를 신는 듯한 사진은 그를 상징하는 사진입니다.

 

1960년까지 한국산악계에서 그를 알만한 분은 거의 없던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손경석 선생이 田部重治를 다나베 시게하루라고 읽은 게 그 방증입니다. 손경석은 그를 들어서가 아니라 읽어서 알았다는 거죠. '重治'는 흔히 시게하루라고 읽는 듯 합니다.

 

다나베 쥬지의 절친한 파트너는 코구레 리타로인데요. 코구레 리타로로 검색하면 오래전 김영도 선생님이 마운틴에 기고한 인상적인 에세이 "짚신 차림으로 고산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집을 맡은 콘도 노부유키(近藤信行)도 일본산악계에서 저명한 필진입니다.(으로 여겨집니다. 제가 뭐 그리 잘 알겠어요^^.)

 

일본어 번역삼아, 테스트삼아 소개글을 번역해 보겠습니다.

 

 

"녹음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원저를 재편집했다."

1930년에 창립한 잡지사 산과계곡의 명칭은 당시 광범위하게 읽히고 영향을 끼쳤던 다나베 쥬지의 책에서 비롯된다. 다나베 쥬지는 1930년경 코구레 리타로와 함께 북알프스와 치치부에서 눈없는 겨울산을 개척자적으로 산행을 했다... 이 책은 새롭게 새롭게 편집하고 수정하여 야마케이 문고 시리즈에 넣었다.  

아무도 간 적 없는 미지의 산을 걸어들어가는 흥분과 녹음 깊은 계곡에서 발견한 생생한 풍경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중에 정관파로  불리는 등산,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초식계의 산행 스타일이 생기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산행은 지금 우리들의 하이킹 활동에도 계승되고 있다.

 

"산악만화, 소설, 영화의 계보 - 산은 어떻게 그려져 왔는가?"

 

저자는 바챠루 쿠라이마(virtual climber GAMO, 가상 클라이머)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재미있는 주제인 듯 합니다.

일본에서는 산과 영화, 산과 소설, 산과 만화라는 주제의 글들이 기존에 많이 있어서 이런 책을 내는 데 막막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악'과 '등산'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산악'이 좀 더 전문적인 뉘앙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산악인 또는 고산등반가라고 불리길 좋아할텐데, 일본에서는 등산가라고 호칭되는 등 전문분야에 있어서 '등산'이라는 용어가 보다 보편적입니다.그렇지만, 산악소설, 산악영화, 산악시, 산악만화 등의 용어에서 보듯이 산에서 배태된 2차문화에는 의외로 '산악'이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스스로 '산악인'이라고 불리길 원하고, 사람들이 불렀을 것 같은데요. 이에 관한 글은 예전에 한국산서회 회보에 쓴 적이 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69년 설악산 10동지 조난사고라고 여겨집니다. 

 

이 책의 소개글은 이렇습니다.

 

'자 당신이 꼽는 베스트 원은?'

옛날 이야기인데, 소년주간만화지 '우리들의 정상'에 눈길이 머물렀다.  암벽장비 프렌즈와 시몽사의 아이스바일등이 정확히 묘사되어 있어서 놀랐다. 20세의 젊은이 단 두명이 로체 남벽을 오른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였다. 산행을 거듭하여 '산꾼(山屋)'으로 성장(?)해 가면, 산악소설에는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무심코 손을 내밀어 펼치게 된다.

이책에는 작가의 산행력을 데이터화한게 흥미를 더해준다. 영화에는 내가 빙벽의 여자를 최고로 치고 싶다. 스토리도 장면도 제대로이다. 부록의 연표에는 사회에 나돌거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산의 작품들을 일람할 수 있다. 저자의 HP(정보력?)도 참고하고 싶어진다.

 

"빙벽의 여자(氷壁の女,  원제 Five Days One Summer)는 1982년 숀 코네리가 나오는 미국영화인데 저는 처음 듣는 영화입니다. 검색하여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면 하단에는 일본의 산에 관한 잡상식이 하나 있네요.

사각의 산. 사각산

형태로부터 비롯된 산이름 중 제일 많은 것은 마루야마(丸山)이라고 한다.  일본산명사전(삼성당)에 의하면 187개나 된다고 한다. 이것은 둥그렇게 솟아 오른 형태로부터 지어진 것이다. 뾰족한 형태로는 삼각산이 36개. 삼각악이 1개, 삼각대가 2개, 삼각봉이 2개 합하여 41개이다. 그런데 사각형에서는 사각악 하나밖에 없다. 옛날에는 사각악과 중악 을 동봇치나 동산으로 불렸다. 동풍(야마세)가 부르면 기근이 든다고 한다. 사각의 괴물(사각팔면귀)가 바람을 불면 그해는 기근이 든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산명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이하 생략.

 

이상 일본의 산서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일본에는 '사각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숀코네리가 주연인데도 아직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빙벽의 여자(氷壁の女,  원제 Five Days One Summer) 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게 낯선 책, 낯선 잡지, 낯선 시선으로 볼 때 가능한 소소한 재미입니다.

 

아무튼 김영도 선생님의 '짚신신고...'를 한번 일독해 보세요. 다시 읽으니 새삼 깊은 글이네요. 김영도 선생님를 한결 더 깊숙히 알게 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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