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숀 코네리 주연 산악영화 'Five Days One Summer'를 왜 모를까요?
혹시 이 영화 포스터 본 적이 있는지요?
"지상에서 영원으로"로 아카데미 8개부문을 수상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1982년 "파이브 데이즈 원 섬머"입니다. 스위스 알프스 올로케인데다, 숀 코너리 주연의 완벽한 구도의 클라이밍 영화입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아시겠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저멀리 마터호른이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그런데 통탄하게도 이 영화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걸 보면 수입되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그랬다면, 당시 젊은 산악인들에게 '내 인생의 산악영화"로 손꼽히고, 알프스에 대한 로망에 불을 지폈을텐데요.
감독도 감독이고 배우도 007의 바로 그 배우인데, 전두환 시절 왜 이영화는 수입되지 않았을까요?
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그 이유는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요. 아래에 자연스럽게 드러날거라 봅니다.
전두환 정권이 아무리 그 유명한 3S 정책을 폈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과분했거든요.
1982,3년은 한국에도 산악계도 활성화되고, 고산등반 붐이 확 피어오르던 때인데요. 이런 장면을 피끓던 청춘의 공동의 추억으로 갖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은 억울합니다.
숀 코넬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50대 의사로 클라이밍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로 알프스를 찾죠.
그가 함께하는 여자는 20대로 보이는 풋풋한 미모의 여자인데요.
이 여자에게 알프스를 소개할 겸, 같이 등반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숀코넬리의 포즈를 보면 알겠지만, 그녀를 자기의 젊은 아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문제입니다.
그녀는 조카로 어려서부터 숀코넬리를 사랑했던거죠. 고향에 아내를 두고 온 숀 코렐리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니까 있을 수 없는 불륜의 사랑여행겸 클라이밍 여행겸인거죠.
아마 이 근친상간의 문제를 당시 영화검열관은 허락할 수 없었던 게 분명합니다.
영화 검열관이 아니라 사실 감독에게 화가 납니다.
감독은 굳이 왜 그랬을까요.
그냥 숀 코넬리를 이혼남으로, 젊은 여자는 새로이 사랑에 빠져 사귀고 있는 여자로 세팅해도 충분한데요.
그들에게 등장한 가이드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 예상됩니다.
이 남자는 나중에 매트릭스에도 출연합니다.
가이드는 이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차립니다.
여자도 가이드에게 눈길을 주고 있군요.
삼각관계가 형성됩니다.
숀 코넬리는 질투심과 경쟁심 등등 우리가 짐작할 각종 감정에 휩싸이며 여자를 때리고, 영화는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해 갑니다. 여기서 클라이막스라 함은 '등반'이 되는 거죠.
쑤욱 훓어 읽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는 세트장에서 촬영하지도 않고, 대역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프워크를 하다가- 한국에서 말하는 안자일렌 -등반은 그래서 늙은 남자와 젊은 남자 둘이서 진행됩니다.
등반내내 한여자의 사랑차지하기. 등반에 몰두하기로 긴장이 계속되겠죠.
이렇게 가이드가 이끌며 설산을 오르기도 하고요.
우리가 산악영화라고 기억하고 있는 영화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1972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아이거 빙벽'이 있긴 하지만, 정통 산악영화는 아니고요.
클리프 행어, 버티컬 리미트, K2로 이어지는 영화들은 1991년부터입니다.
1980년대는 진공상태인 듯 합니다.
이 영화는 그 중에 등반이 가장 사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이를 어쩔꺼나. 아깝습니다.
우리의 1980년대가, 우리의 청춘이 아깝습니다.
록클라이밍도 합니다.
당연히 낙석도 있겠죠.
이 이후에 나온 '클리프 행어, 버티컬 리미트, K2' 등등 우리 영화 많이 봤잖아요^^
유튜브에 영화 짜깁기 해서 올리는 친구들이 항상 하는 말을 흉내내자면, 이 글에는 '결말포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두 남자 중 한남자만 하산합니다.
과연 누구일까요?
누가 그녀의 사랑을 온전히 차지할까요? 아니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요?
외국어 사이트에서는 한결같이 누구일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우연히 한국사이트에서 알게 되었지만, 노코멘트합니다.
아무튼 제 설명을 듣고 보면 이제 유튜브에서 예고편이 더 잘^^ 이해되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영화 내용을 길게 쓴 이유는 어차피 영화 전편을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알라딘과 예스24에서 수입DVD로 4만원대에 팔고 있긴 합니다......만.
4만원이라...
키슬링 배낭을 메고 고글을 착용하고 티롤 모자를 쓴 숀 코네리 잘 어울리네요.
과연 그는 지금 무엇(!)을 빌레이하고 있을까요? 오른손 처리가 조금 낯서네요. 알프스에선 저렇게 했나 봅니다. 아 참 이영화의 원작은 1929년 단편소설 Maiden, Maiden이라고 해서 복장이 그 시절입니다.
이상 five days one Summer(한여름 오일동안) 이야기를 한국 최초로 소개하는 순간입니다.
당시 영화평은 ' Five Summers One Day(하루를 다섯번의 여름처럼)'라고 할 정도로 지루했나 봅니다.
스토리가 그랬건 어쨌건 사실 우리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관련 자료라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알프스에 목말라 있던 1982년 당시.
한국의 산악인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최고로 피를 끓게 할 영화가 되고,
많은 고등학생들이 빨래줄 들고 산으로 향하게 했을텐데요.
세월이 흘러 이제 80년대를 돌이켜 볼때, 반드시 등장할 공동의 추억이 되었을텐데요.
당시 어느나라인지 영화포스트입니다. 너무 적나라하네요. 어느 나라 언어일까요?
아무튼 너무너무 아쉽다는 이야기.
감독이 굳이 주인공들을 불륜으로 설정해서 흥행도 망치고, 자기 스스로도 마지막 필모그래피가 되게 하고.
그래서 한국에 수입을 못하게 했다는 게 너무 화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아니할 수 없겠네요.
참고로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되었고,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걸 생각하면 더 화가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