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련다. 김지미와 이영하를 불지핀 버너는 무엇일까요?
살면서 느낄 소소한 기쁨들.
동의를 구하고자 애쓰야 하는 번쇄한 세상이야기 말고, '아무도 모르라는'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이다.
오늘은 1950년생 이영하와 1940년생 김지미가 '아낌없이 준다'는 영화에서 등장하던 '버너' 이야기이다.
그 버너는 과연 무엇일까를 찾아^^ 다닌 10년 이야기이다.
10년전 쯤 갖게 된 사진 한장이다. 거래를 하다보면 여러 '나까마- 좋은 의미임 - 를 만나게 된다. 후려치려는 놈들도 있고, 하나 더 끼워주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다. 이 사진을 준 분은 홍제동에 계시는 분인데 후자이다. 내가 등산관련 아이템을 좋아한다니 따로 챙겨준거다.
물이 좋은 계곡에서 이영하와 김지미와 데먼데먼 앉아 있다.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선남선녀가 아니라 좌측 하단의 버너이다. 이 버너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만 그때 했더랬다.
그들이 주연한 영화제목이 무엇일지 궁금해 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고등학교 때 말하기 좋아하던 공업선생님이 1982년 김지미가 나훈아와 결혼을 한 걸 두고 악담 - 지금도 기억하는 -을 하길래, 김지미가 싫어졌다. 나훈아는 맨날 라디오에 나오는 가수이고, 고등학교까지 극장에 몇번 가본적 없는 터라 김지미가 누군지 어떻게 알았겠나. 따라서 나로서는 나훈아는 한창 젊은이고 김지미는 할머니라 여겨져 상당히 추해보였던 거다.
김지미가 이렇게 이쁜 배우인줄 어떻게 알았겠나. 오늘 처음 김지미를 검색해보게 되네.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하네. 리즈하고 딱 닮았네. 순간 내 영혼의 배우, 우주의 마릴린 먼로인 정윤희로부터 살짝 옮겨갈 뻔 했네.
지금 검색해보니 김지미는 1940년생이고 나훈아는 1947년생이네. 그렇다면 1982년 당시 김지미는 42살이고 나훈아는 35이네. 김지미 한창 때네. 공업선생의 악담은 정당하지 않았던 거다.
이런 까닭에 10년동안 저 사진 속의 배우나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버너에만 관심이 있던거다. 사람들은 딱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그것도 딱 자기 수준만큼 보는 거잖아. 버너가 무얼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사진을 고이 간직한 건 아니다. 보잘것 없는 컬렉션이지만 자료더미에 허덕이는 건 컬렉터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일.
스토리가 될려고 그러는 건지, 사실 나는 이영하와 구면이다.
1978년 당시 최고의 배우였던 이영하가 여성동아 8월호 별책부록이다.
딱 자기나이하고 어울리는 여자와 함께 황동버너에 코펠을 얹고 낭만의 캠핑을 하는 장면이다.
해마다 7월이 오면 여성잡지는 '여행과 등산'의 유혹을 담은 별책부록을 발간한다.
그러나 이처럼 유명배우가 등장하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내가 별책부록 컬렉터라서 하는 말인데^^
그런데 한달여 전, 박스갈이- 오래된 라면박스에서 사과박스로-를 하는데 그 속에서 툭 튀어 나온다. 그 순간에도 나는 이영하, 김지미의 이름을 한번 언급하고, 그리고 이 버너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다시 할고 말더랬다. 여전히 이게 무슨 영화일지 검색을 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고화질 스캔을 떠볼 생각도 안했네. 고등학교 공업선생 좀 심했다.
검색해 본다 해도 사실 이 버너가 무언지는 알기는 사실 어렵더라.
세상은 다들 눈부신 황동버너에만 관심 있지, 가스버너에는 시덜해 하는 분위기라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 그 버너를 만나게 되었다.
한국의 리즈가 나에게 준 선물.
그 전에 1960년대 절정의 배우라는 최무룡 김지미 엄앵란의 사진 한장을 보고 가자.
어느 촬영장이라는 데, 최무룡이 등산용 지팡이로 사용하는 피켈을 들고 있다.
스텐 피켈인데 당시 이런 거 좋아했던 듯 하다.
이제 돌아와서...
그 유명한 산야로였네.
아니 신산야로네. 둘 사이엔 어떤 관계일지 모르겠는데, 신산야로 新山野路 Gas Burner 102모델이네.
한뼘 크기로 배낭에 패킹하기도 좋았을 듯 하다.
이게....
이렇다.
이제 알고 나서 '신산야로 가스버너'로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두어개가 나오네.
부탄가스는 바깥에서 끼우게 되어 있다.
옆에는 '검'이 있고 아래는 이렇다.
위에서 본 모습. 속사정.
월간 산지를 보아야 알 일인데, 일단 1980년대에 많이 생산된 듯 하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기껏 두어개밖에 검색안된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고마워.
어디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나에게 와주어서...
아낌없이 주련다. 아니 버너 하나면 충분하다.
고마워.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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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이곳이 어디일까?
스토리상으로는 '부산'에서인데, 저 잘생긴 바위와 바위 너머 산세를 보고서 어디인지 곧바로 알 분 계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