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은 과연 등산화 때문에 생길까요?
군대에서도 그렇고 등산할 때도 그렇고, 물집은 등산화 때문이라고 듣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등산장비업계보다 아무래도 더 과학적일 군대에서 물집에 관한 연구 결과 이야기입니다.
남보람 박사가 쓴 최신작 "전쟁 그리고 패션2"(메디치 컬러의 용병들)은 서문부터 뜨끔합니다.
서문의 주제는 "영화를 하도 많이 보았지만 우리는 전쟁을 잘 모른다"입니다.
여러 군용장비의 역사와 유래에 관한 글들인데 상당히 간결하면서 흥미롭게 이어갑니다. 추천.
그 중에 맨마지막을 장식하는 군용양말 편으로 들어가 봅니다.
우리가 물집에 대해 알고 있는 보편적인 상식은 이렇습니다.
산행시 물집은 대부분 느슨한 등산화나 잘 조여지지 않는 조임끈 때문에 생긴다. 꽉 조이는 양말이나 땀에 젖어 주름 잡힌 양말이 느슨한 등산화와 마찰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을 천조국이라고도 하죠. 국방예산이 1000조(千兆)라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이게 어느정도이냐 하면 전세계 국방비 지출 순위 2위-10위를 합쳐야 된다고 합니다. 그 미국의 해병대에서 행한 연구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1996년 미 해병대에서는 발 물집에 관한 연구를 했다. 연구결과, 물집이 생기는 주원인은 전투화가 아니라 그 안에 신는 양말이었다.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눈 실험에서 한쪽은 전투화의 크기, 소재, 디자인을, 다른 한쪽은 양말의 크기, 소재 신는 방법을 달리 했다. 실험결과 전투화보다 양말이 물집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전투화용 양말의 소재 기준인 모 50퍼센트. 면 20퍼센트, 나일론 20퍼센트가 정해졌다.
연구진은 전투화용 양말을 신고, 겉에 폴리에스터 재질로 된 속양말을 겹쳐 신으면 물집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육군 복제규정은 그래서 모 50, 면 20, 나일론 20퍼센트라고 합니다.
미 육군의 이 규정은 단순히 물집을 막으려는 의도는 아니겠죠. 땀을 흡수하고 쳥결히 하고 발을 건강히 하려는 목적이니, 등산양말에서도 참고를 할 만하다고 봅니다.
아니, 지금 등산양말도 혹시 이 비율대로 만들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한번 집에 들어가서 선물받고 그동안 신지도 않고 아껴두고 있는 명풍 양말을 한번 보아야겠습니다.
놀랍게도 2012년까지 소련군은 양말이 아니라 발싸개를 했다는 사실. 표르트얀키라는!
알다시피 운동을 할 때는 군인양말을 신거나 검은양말 신으면 상당히 촌스럽다고 했죠.
항상 흰색 양말 계통이엇는데..
2016년부터 미 육군은 이런 방침을 갖고 있고요.
검은 양말에 검은 운동화
한때 아재 패션의 대명사였는데, 요즘엔 힙한 패션으로 통한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물집 그리고 양말과 등산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갈때는 만원에 10개 주는 양말을 신지 말라는 뜻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