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다리, 에델바이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솜다리 또는 에델바이스에 대한 소소한 스토리입니다.
설악산을 품고 있는 속초나 양양시에서는 알면 나쁘지 않을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자주가는 한 헌책방에서는 책속에 있던 책갈피를 바구니에 놓아두고 관심있는 컬렉터들에게 그냥 제공합니다.
하필이면 내가 간날, 그 바구니에는 '최북단의 후지산最北の 富士'이라는 타이틀의 일본 전화카드가 눈에 띠네요.
이런 기막힌 우연은 결국 지갑을 더 열게^^ 이르럽니다.
"이고후지산(리시리 후지산)과 레문(레분섬)섬의 우스유키화'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장 우리의 눈길은 오른쪽의 에델바이스에 갈 텐데요. 우선 이 표현에 대해 간단히 교양삼아 알아볼까요?
우리야 일본지리를 공부할 참이 아니니 이곳 利尻山(리시리산으로 읽음, 아이누어로 높은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利尻富士)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는 없지만 개요는 알고 가죠. 홋카이도 최북단에 위치한 섬입니다. 최북단의 후지산이라 하니, 아무래도 후지산을 닮은 화산섬이라서이겠죠.
레분섬은 차가운 날씨 때문에 해발 0미터부터 200종 이상의 고산식물이 피어 있어서 "꽃의 섬(花の浮島)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허다한 고산식물 중에 에델바이스가 선택된 거네요. 그 정도로 일본에서는 에델바이스가 잘 알려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가기 어려운 곳이니 이렇게 인터넷에서 눈으로라도 호사를 부려보죠. 花の浮島로 검색하니 이런 사진들이 뜹니다.
다시 돌아와 겨울의 리시리산은 이렇습니다. 산은 1721m에 불과(?)한데 해수면에서 곧추서있으니 낮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맑으면 사할린섬이 보이고요. 리시리잔은 일본의 백명산, 일본의 신백명산, 꽃의 백명산으로 선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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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리시리섬은 시로이 고이비토(白い恋人)라는 초콜렛 과자가 태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삿포르시에서 생산되고요. 일본에 다녀온 분이 선물을 하길래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과자인가 봐요.
이제 전화카드로 돌아와 볼까요? 흰색의 공간은 홋카이도 지도라는 걸 이제 알게 됩니다.
좌측하단엔 이렇게 원추리가 푸른바다와 초록색 이파리 사이에서 선명하게 노랗게 피어 있습니다.
원추리하면, 덕유산이 떠오를 분들도 있겠지만, 김영도 선생님은 지리산 노고단을 연상합니다.
지리산 하면 '철쭉'하겠지만, 노고단에 아직도 원추리밭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해 여름에 그곳을 찾은 김영도 선생님은 그분이 좋아하는 표현인 '잊지 못할' 지리산에 관한 원형의 풍경으로 기억하고 몇번 글을 썼죠.
그리고 우측 하단에 한눈에 보아도 에델바이스. 우리이름으로 솜다리라고 하는 꽃이 있습니다.
에델바이스와 관련하여 등산계에서 관심가질 이야기는 몇번에 쓴 적이 있습니다. 솜다리가 아니라 언제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지, 전문산악인들에게는 언제부터 관심을 끌게 되었는지, 일반인들은 언제부터인지, 에델바이스가 얼마나 빨리 훼손당하고, 얼마나 빨리 일반 시민들이 등을 돌렸는지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여즉 에델바이스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본어로 우스유키(うすゆき)라고 적고 있네요. 우스는 박(薄 옅을 박)이고 유키는 눈(雪)입니다. 일본인들은 눈부신 흰색이 아니라 옅은 색깔의 흰색꽃으로 본다는 걸까요?
이 우스유키라는 열쇠를 들고 구글에 입장해 보았습니다.
군마천 - 군마현에 있을지 -의 생(?)사케로 보이는 술이 등장합니다.
이름하여 우스유키소라고 읽습니다. 한자로는 맑을 담(淡)을 써서 담설초라고 적혀 있군요.
연하고 맑게 눈처럼 생긴 풀꽃이라는 뜻일까요?
그리 비싸지는 않은 술인 듯 한데, 언제 일본에 가서 이 술 발견하면 재미로 사올 만하다고 생각하네요.
딸기는딸기인데, 발갛게 익은 게 아니라 하얗게 희무리한 색깔이군요.
대충 읽어보니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리 좋아할 색깔이 아닌 듯 합니다.
담설 또는 우스유키가 꼭 에델바이스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이런 색깔을 표현한 용어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일본인들의 색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고 하니까요.
에도막부 시절 일본의 평민들은 오로지 '쥐색깔'의 옷만 입도록 허락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일본에는 '쥐색깔'에 해당하는 단어 그리고 실제 그들이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이 수십개가 있다고 하네요. 이런 차별아래에서도 그들은 아름다움과 구별짓기에 대한 마음을 미묘한 차이로 표현해 냈다고 하죠.
그리고 홋카이도 어느 섬 - 지금 이 최북의 후지산이 있는 섬과 똑같은 듯 -에서 생산한 소금의 이름이 역시 우스유키입니다.
우스유키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고 일본 북알프스 등의 산에 갈 때, 이 말을 산장에서 생맥주 마시면서 언급하면, 땅콩 한접시 서비스로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에도막부 초기에 씌여진, 우스유키공주와 어느 사무라이와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우스유키 모노가타리라는 이야기도 있나 봅니다.
여기서 재미로 일본어 한토막.
백설공주는 뭐라고 할까요?
백 - 시로, 설 - 유키, 공주 - 히메. 우리가 대충 알만한 일본어이죠. 그래서 시로유키히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우스유키화를 부른 엔카도 있군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에델바이스하면 무엇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등산아재나 등산할배들은 예전 설악산 에델바이스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겠는데요.
요즘 막 등산을 시작한 어린이들. 등린이 산린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에델바이스가 설악산의 상징이었던 시절, 고산등반가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알까요?
에델바이스 또는 솜다리는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 있던 풀이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 풀이 한약재로 씌인 것 같은 기록도 있을까 싶고요. 약초꾼도 별 관심을 보였던 것 같지 않습니다,
해방후 몇몇 전문 산악인들에게만 - 전문산악인들의 징표일 수도 있던 - 알려져 있던 에델바이스는 전세계에서 빅히트를 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개봉하면서 - 사실을 말하자면, 영화 배급에 관한 논란으로 영화보다 음악이 2,3년 먼저 알려졌죠. 음악 들으면서 곧바로 - 설악산의 에델바이스는 곧바로 수난을 당합니다.
그러자 80년대쯤 되어 인공재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어쩔꺼나. 사람들의 관심은 곧 시들해집니다.
오늘날 설악산에는 에델바이스로 만든 기념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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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에 있어서 우리가 부족한 경우에는 일본의 예를 살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속초나 양양이 에델바이스를 새로운 포맷으로 들고 나오는 건 어떨까 싶어요.
설악산만이 갖는 상징. 설악산이 핵심 자산인 속초나 양양을 대표할 새로운 상징(simbol)으로도 가능하고,
새로운 관광수입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