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에베레스트 등정 붐은 어떨까요?
몇년 전 '중국의 산서'에 관해 글을 쓰면서 검색하다 발견한 사실입니다
지금은 또 어떤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중국에는 에베레스트 등정붐이 우리와는 같기도 다르기도 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거죠.
중국은 고산등반이 우리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다를 법도 하겠습니다.
한국인의 심상에 자리잡고 있는 에베레스트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말미에 솔깃한 이야기.
우리는 로켓배송 등 총알배송의 민족인데, 중국 베이징은 어떨까요?
조금은 놀라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서들은 '한달 살아보기'도 아니고 '스쳐 지나치면서' 스케치하는 게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손에 잘 잡지 않는데, 이 책 "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박현숙, 유유출판사)는 중국의 책방이 주제인데다, 중국에서 20여년 넘게 거주하는 이의 글이라 펼쳤다가 한숨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특히 대문호이자 국학자인 선충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선충원으로 검색하면 몇개의 글들이 있는데, 1949년 이후 선충원의 인생행로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습니다. 박현숙 선충원으로 검색해서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문화대혁명때 고초를 겪은 지셴린 선생의 '우붕잡억'을 읽은 분들에게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겨레 21에 연재한 기사들 모음이라고 하는데, 단박에 읽어낼 정도로 장점이 많은데 아쉬움도 없지 않네요. 글 하나하나는 재미있는데, 중국의 21세기 출판문화, 서점문화, 중앙과 지방의 책문화 등등에 대한 ABC를 소개했더라면 더 좋았을 법 합니다.
그 중에 '산'과 관련한 대목이 있어 모셔옵니다.
한때 내가 ‘좀 멋있다’고 생각했던, 중국 부동산 재벌 왕스는 중년 말기에 자기 딸 또래인 서른 살 이상 연하인 삼류 연예인과 연애하면서 아내를 바꿨다. 중국 최고위급 관료 딸인 전처 ‘덕분에’ 중국 굴지의 부동산 회사 재벌이 될 수 있었던 왕스는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도 오른 적 있는 등산 애호가다. 고급 차를 몰고 어린 애인들을 데리고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등에서 명품을 잔뜩 사서 들어오는 중국의 졸부들과 달리, 산을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하는 그가 중국에서는 드물게 멋진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했다.(122)
왕스(王石)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위험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며, 2002년부터 2년에 걸쳐 7대주(?) 최고봉에 이어 남극점과 북극점에 도달한 탐험가입니다. 그리고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2003년에 이어 2010년 5월에 재차 등정하면서 중국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뉴스에는 70살 기념으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고도 하네요.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또다른 부동산 재벌은 몇년전만 해도 14좌에 한개인가 두개인가만 남겨놓았다고 하고 있습니다. 등정할 때마다 곧바로 이슈가 되어 그의 사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하죠. 몇년전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났을때 중국의 한 사업가 등반가가 사망했다고 했는데, 그가 그인지 모르겠네요.
2003년 왕스의 에베레스트 등반은 중국인들에게 에베레스트를 각인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 결과 중국에는 지금 각 성마다 에베레스트 초등자라는 기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각 성의 남자 초등자, 여자 초등자. 국가대표급 미인 초등자. 최연소 초등자 등등 끝도 없습니다.
중국에 대한 자료가 없어 그냥 분위기학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다른 산은 별론으로 치고 오로지 에베레스트를 최고로 친다. 자본주의화된 중국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우리나라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자와 14좌 등정자들이 많은데, 사회적으로 셀렙이 된 이들은 극히 적습니다. 한편 중국의 등정자들은 대체로 셀렙들이 되는 걸로 보입니다.
세번째 이들이 모두 한국식으로 말해서 '오로지 산'이라고 해야 할 전문등반가들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2017년 홍콩의 40살 여교사는 ' 7년전 꿈과 희망이 없는 학생들을 고무하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오릅니다.'
이상 느낌은 제 느낌에 불과합니다. 더 정확한 것은 사람을 만나보고, 책을 읽어보고 인터넷에 찾아보고 해야 하는데 숙제로 남기고 오늘은 여기서 그칠까 합니다.
책에서 솔깃한 구절입니다.
알리바바 마윈이 만든 대형 마트 앱에 접속해서 장을 보면 하늘이 두쪽 나지 않는 한 30분 내로 총알배송이 된다.
아직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달의 민족인 줄 알면 큰 착각이다.
베이징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거나 삼륜차나 인력거로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던 농민공 대부분이 오토바이 총알맨으로 변신했다.
놀라워라. 저는 우리나라가 '아마존'도 위협 못할 민족이고, '배달의 민족'이 동남아 가서 황무지에서 신세계를 펼칠 줄 알았는데, 중국의 배달 인프라와 시스템은 우리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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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우한'의 서점편을 다룬 "인생과 러간멘의 공통점" - '내 서점을 모르는 이는 다 가짜로 공부하는 사람들이야"(우한대학 앞 고서점 지청구수뎬)편인데요. 특히 이 편이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만전천심 万箭穿心 만개의 화살이 심장을 찌르네'라는 중국영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현재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우한의 특징이랄까, 우한사람들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필이면 우한에서 발생했는데, 그 원인일 수도 있겠는데 우한사람들은 좀 '극성'스럽다고 하네요.
러간멘은 우한의 대표음식으로 물기없는 마른 국수에 참깨 소스를 부어 비벼먹는 면이라고 합니다. 우한사람들은 아침마다 이 면을 먹는 후루룩쩝쩝 소리가 자동차 소리보다 더 크다고 하네요.
저자가 눈여겨 보았다는 장면. 우한 사람들이 아침 출근하면서 신호등에 걸려 있습니다. 그 짧은 와중에도 앞 바구니에서 식당에서 산 러간멘을 꺼내 먹고 있습니다.
우한의 삶이겠죠. 이런 장면은 우한을 스쳐지나가고, 이른바 '맛집'을 찾아 가는 우리네 여행문화에서는 알아내기 극히 려운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다 싶은 부분을 모셔왔습니다.
ㅁ 서론에서 호시노 미치오 이야기.
'사람이 여행을 떠나 새로운 땅의 풍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결국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많은 나라를 간다 해도, 지구를 몇 바퀴 돈다 해도 그것만으로 넓은 세게를 느낄 수는 없다.
누군가와 만나고 그들이 좋아졌을 때에야 비로소 풍경은 넓어지며 깊이를 갖게 된다.
백번 공감. 백번 동의합니다.
ㅁ '우리는 모두 인생의 연습생이지 않느냐'는 어느 책 제목을 인용하며 위화 언니는 말한다.(60)
ㅁ 왕 할아버지는 자신의 고서점을 눈썹에 비유한다. 얼굴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눈썹이 없거나 적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도 그 아름다움이 덜한 법이라며, 고서점 원쉐산팡도 쑤저우에서 사소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눈썹 같은 존재라고.(68)
ㅁ "상상의 공동체" 베네딕트 앤더슨은 코코넛 껍질을 벗고 나온 '해방된' 개구리였던 자신처럼, "바람이 너를 향해 불어올 때,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바람을 쫓아가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경계 너머의 삶'을 살 수 있는 해방된 개구리가 될수 있다고.
ㅁ 쇼핑몰 세상으로 변한 게 어디 베이징 뿐이겠는가. 세계의 옛 거리와 시장이 많이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휘황찬란한 소비의 전당인 쇼핑몰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두고 영국의 도시디자인 학자 캐럴린 스틸은 '인간의 삶 옆에 놓여야 할 것들이 도시 밖으로 내몰려 우리는 빈껍데기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거대한 쇼핑몰 세계에 살고 있고, 거리나 시장같은 인간적 유대관계를 맺는 '공공장소'는 죽은지 오래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