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훈의 인수봉 궁형길 프리솔로....
한때 마운틴지의 편집장 윤대훈 선배의 호의로 해외산악뉴스를 장기간 번역소개한 적이 있다.
그 시절은 -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이지만 - 월간 산과 월간 사람과 산은 해외산악계 뉴스를 몇건만 소개하던 시절이다.
무슨 뜻인가. 이는 명색은 정통산악잡지라고 표방은 하지만 산악저널로서의 포지션을 포기한거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안테나를 세우고 귀를 기울여야 할 근대알피니즘의 발신은 지금도 그때도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유럽과 미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마운틴지는 일이십건의 해외 뉴스를 소개했다. 업의 본질에 충실하던 시절이다.

한달에 일이십건의 산악계 이슈를 번역하는 걸 5.6.7년 넘게 했다는 것은 해외산악뉴스의 흐름과 역사를 그당시 내가 제일 잘 알았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때 수많은 알피니스트와 스포츠 클라이머들의 이름과 성취 그리고 서구 등산계의 이면 또는 속살을 접했다. 알렉스 호놀두가 막 명성을 얻기 시작할 때부터 알았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등산가들이 해를 거듭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소개를 했다.
작업(?)의 예의로 번역하면서 알게 된 외국 이야기를 내가 운영하던 블로그에 소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산악계에서 사석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사실 조금은 피곤도 했다. 옛날 이야기들이고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서 말이다. 그들은 마운틴지를 읽지 않았다.

이건 하루재클럽에서 엄청난 대작 "폴런 자이언츠"를 소개할 때 까지의 이야기이다. 그 이후로는 상향 평준화 되었다.

그리고 알피니스트 코리아가 나오기 시작했다. 옛날이면 죄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의당 알아야 될 것을 모른다는 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사실 간단히, 성의없이 말하자면, 해외산악뉴스라는 게 별거 아니다. 솔로, 프리솔로. 스피드. 동계 최난도. 초등. 최고 그레이드, 대회 성적 등의 타이틀을 다는 걸 소개하면 된다. 그런데 그들의 벌이는 향연의 장소가 내가 알지 못하고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운 곳이라 번역하면서 그리 떨림도 없었다.
지금 당장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3000m의 아이거북벽을 프리솔로로 그거도 두세시간에 오르는 등산가도 있었다.
그러나 텍스트와 사진 한두장만으로는 그 느낌이 오롯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오늘 우연히 신성훈의 인수 궁형길 프리솔로를 보았다. 2020년 11월 18일 유튜브에서 올라온 영상인데 이제사 보았다.
놀라웠다. 그때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유튜브로 보는 건 달랐다.
유럽의 프리솔로, 신루트. 스피드를 소개하면서 '담담'했다. 그들의 기록은 단지 시간 또는 높이 또는 그레이드로 평가되고 나 또한 그렇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감정이입이 될 계기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인수봉을 안다. 궁형길을 안다. 그리고 한사람 건너 신승훈을 안다. 나는 이 동영상을 보면서 살이 떨렸다. 손에 땀이 났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최고 최첨단 알피니즘을 소개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최신 알피니즘'의 본질을 본 듯 하다,
8000미터를 놓고서 벌이는 '도전과 극복'이라는 19세기식 산악계 거대담론이 아니라, 손끝의 홀드에 담겨있는 공포와 두려움과의 대면이라는 거 말이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닌거다.
내가 아는 곳 이야기이다.
산악계에서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이다.

고성능 카메라가 아닌게 아쉽다.
이때의 눈빛이 표정이 어떠할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알겠다.
아니 모르겠다.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