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유산을 찾아서'에서 '찾아서'의 유래는 무엇일까요?
지금도 멋을 잔뜩 부려서 'ㅁㅁㅁ을 찾아서'라고 책의 제목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용례의 출처는 어디일까. 과연 한국어 어투일까 아닐까를 오늘 생각해 보았습니다.
네이버 뉴스 라이버러리에서 '찾아서'를 넣어 검색해 보면 엄청납니다.
1995년 뉴스인데요. 'SBS 다큐 명가를 찾아서'나, 'KBS 다큐,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제목이 이어집니다.
책 제목은 더 엄청납니다.
제목을 이렇게 짓는건 요새 일이 아닙니다. 일제시대때에도 흔한 이야기였습니다.
강단학계의 교수들이 조선시대 유산기를 번역하여 단행본으로 만드는 건 지금도 계속되는 학계 풍토입니다.
왜 가까운 일제시대는 주목하지 않을까요? 일제때 이야기하면, 친일파냐라는 식의 친일논란으로부터 위험하지 않아서(!)가 그 중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작가 이지누는 달랐습니다. 지금 이것은 일제하 근대산행과 여행에 천착한 이지누의 명작 "잃어버린 풍경1, 1920-1940"의 목차 중 일부입니다. 최영수의 '다도해를 찾아서'가 눈에 띱니다.
동아일보 1934년 시리즈 기사입니다.
"내 고향의 명산을 찾아서"가 연재 제목입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상당히 많습니다.
'지리산을 찾아서' '백두산을 찾아서', '부여의 고적을 찾아서'라는 식이죠.
한국어 사전을 검색하면 '찾아서'는 여러가지 뜻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1.4후퇴로 헤어진 동생을 찾았다'의 경우처럼 '모르는 것을 찾는 경우에는 한자어로 심(尋 찾을 심)이 되고요. '오랫만에 초등학교 선생님을 찾았다'의 경우에는 방(訪 찾을 방, 방문할 방)이 될 겁니다. 지금 이런 기사에서는 무슨 뜻일까요?
적어도 우리 어법에는 동사나 명사로 끝맺지 않고 '다도해를 '찾아서'라고 부사어로 끝내는 제목은 자연스럽거나 또는 문법적으로 옳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 구입한 후지산 사진엽서입니다.
그때는 일본어를 잘 몰라서 표지사진보고 후지산인갑다 하고 샀을 텐데, 오늘 보니 제목이 눈에 띠네요.
'후지오 타즈네떼'(富士を 訪ねて)이고요. 우리말라 하자면 곧바로 '후지를 찾아서'가 됩니다.
일본인들은 제목으로 'ㅁㅁ을 찾아서'라고 그냥 쓰는군요.
'찾다'에 해당하는 일본어는 타즈네루(たずねる)인데요. 이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심(尋 찾을 심)과 방(訪 찾을 방)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둘 사이엔 용례가 다릅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방(訪) 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의하면,
「訪ねる」の意味合いは、「訪問する」というものです。ある目的の元にその場所をおとずれたり、ある人に会うために、その人がいる場所へ行くことを言います。
「久しぶりに恩師を訪ねてみた」「今度の連休は、各地の秘湯を訪ねるつもりだ」「県内の史跡はあらかた訪ね終わった」のように使われます。
'방'의 의미는 방문하다라는 뜻이다. 어떤 목적하에 그 장소를 찾는다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을 말한다. '오랫만에 은사를 찾아보았다.' '이번 연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온천들을 찾을 계획이다.' '시내의 사적은 대부분 찾아 다녔다'와 같이 사용된다 라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도해를 찾아서', '명소를 찾아서'라고 할 때는 '후지산을 찾아서'라고 하는 그들의 용례를 흉내낸게 아닐까 싶습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ㅁ다 [옛말] ‘찾다’의 옛말은 '아래 아'를 넣은 건데요. 석보상절의 용례를 보면 모르는 것을 찾는 심(尋)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찾아서'라는 부사(?)를 '제목으로 승격하는 것은 조선의 어법이 아닐거라 짐작합니다.
더 찾아^^ 보아야 할 일이지만, 일제시대때 여행이나 산행을 할 때 제목으로 자주 씌였던 '찾아서'라는 제목은 일본어투를 직역한 것이라는 심증이 강해집니다.
이상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아니 한번쯤 들어서 나쁠 것 없는 이야기 한토막을 찾아서^^ 시간여행을 해 보았습니다. 그때는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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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유치원이 왜색용어라고 없애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단어'의 수준에서는 사실 조금만 눈여겨 보면 곧바로 눈에 띠죠. 그런데 이렇게 단어와 단어를 짜맞추는 문장 구조는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한국어를 더 오염시키는 것일까요? 과연 '왜색'을 청산해야 한다고 하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