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록물고기', 한석규는 삼겹살에 깻잎쌈을 먹었을까요?

카테고리 없음|2021. 5. 7. 12:51

역시 여름이라 먹는 이야기를 해본다.

한국인의 대표 외식음식, 소울푸드라 할 삼겹살의 영광을 드리울 이야기와 영광에 가리워진 이야기이다.

 

삼겹살은 우리나라 소울 푸드이다. 깻잎은 우리나라 쌈채소의 쌍두마차이다. 이 둘의 커넥션은 언제부터일까

우리나라를 삼겹살 나라라고도 하는데, 이런 거 궁금하지 않나요?^^

이를테면 왜 중국과 한국은 젓가락을 식탁에 세로로, 일본은 젓가락을 가로로 놓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세계적인 젓가락 문화의 보유국이니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 재미있지 말입니다.

 

나아가 삼겹살의 영광에 가리워진, 굴러온 돌이 차버린 박힌 돌이 무엇인지도 재미삼아 보자.

무덥고 나른한 여름에는 이런 이야기 하는게 재미죠.~ 

참고로 당연히 나는 그 어떤 전문가도 아니니 그냥 '하자는' 말로 이해해 주시라. 궁금의 불쏘시개를 지핀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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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창동 감독의 첫영화는 '초록물고기'이다. 한석규는 제대한 후 친형으로부터 삼겹살을 대접받는데 과연 그는 꺳잎쌈을 먹었을까라는 소소한 또는 고급진 의문을 가져보자.

영화 도입부, 한석규가 제대를 하자 경찰생활을 하는 형이 고생했다며 맛있는거 먹으러 식당을 찾는다.

장소는 서울외곽 또는 고양 초입쯤 되는데, 제일 큰 글씨를 보면 이 식당은 매운탕집이다.

그런데 기둥과 왼쪽 유리창에는 '별미'라 하면서 솥뚜껑 삼겹살이 1근에 9000원으로 적혀 있다.

 

저시절 삼겹살은 '진격의 거인'이라 매운탕 집에서도 삼겹살을 팔 수 밖에 없었을 터이나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

당시 첨단장비가 이 새로운 요리를 뒷받침한다. 

 

바로 가스렌지. 휴대용 가스렌지가 한가운데에 있다.

KBS 인문다큐 삼겹살 랩소디 - 삼겹살의 나라'에서는 이 가스렌지가 삼겹살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매운탕 집에서도 삼겹살을 팔 수 있었던 거다.

 

한석규 쪽에 야채가 놓여있다. 삼겹살은 쌈으로 먹어야 맛있는 법이라 형이 이쪽에 놓았을 것이다.

이쪽에 있는 채소는 상추처럼 보인다. 가만있자 뒤쪽에 깻잎이 있을까?

 

이제부터 우리를 이끌 가이드는 2020년 KBS이다. 자료 자문과 진행도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KBS는 작년 연말 KBS 푸드인문다큐 '삼겹살 랩소디' 2부작을 방영하는데, 1부는 제목부터가 삼겹살의 나라이다. 

삼겹살의 나라를 구성하는 구성원, 구성분자는 무엇이었는지 한번 보자.

 

삼겹살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31년 당대 베스트셀러인 '조선요리제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겹살이 아니라 문법적으로 옳은 한겹두겹 '세겹살'이다 "세겹살(뱃바지), 배에 잇는 고기. 돈육중에 제일 맛있는 고기'라고 적고 있다. 

 

'삼겹살'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지는 더이상 방송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삼겹살 공화국에서 삼겹살이라는 말이 언제부터인지 모르다니 조금 무엄하긴 하다. 최선을 다하시라.

삼겹살을 구어 먹는 건 1970년초부터  등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료화면이 벌써 흑백이다.

보다시피 남자들이 둘러앉아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다. 소스는 소금만 있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상추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음식평론가 박정배의 나레이션으로 1970년 초 도시로 흘러 들어온 수천 수만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음식이라고 한다. 

가장 싼 부위였으니, 싱싱한 채소와 함께 한다는 건 언감생심일 수도 있겠다.

 

여전히 없어보이는가?

아니다 이 이전시대  우리네 술집에 '선술집'이 있다. 서서 먹는 술집이라는 뜻이다. 별다른 안주랄 것도 없다.

대포 또는 대포집이라는 말도 있다. 이 뜻은 별다른 안주 없이 선술집에서 큰 술잔에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7,80년대 돈이 없던 시절, 술마실때 안주를 '걸터먹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이문구소설)

또다른 자료화면에서도 고기와 소금 그리고 술은 막걸리로 보인다.

 

내 생각에도 삼겹살 또는 돼지구이의 처음엔 채소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른 여느 음식에 생채가 없듯이 말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노동자를 올라서서 샐러리맨들에게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고도 성장기 사회에 직장 회식의 단골 메뉴가 되었고....

이제 삼겹살은 좀더 고급진 음식이 되고, 보다시피 쌈과 밑반찬이 많아진다. 마늘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삼겹살의 가장 총애받는 수혜주는 마늘이라고 해야겠다. 일제시기 조선요리책을 보면 마늘을 극히 아꼈다. 심지어 김장 일이백포기를 하면서도 마늘은 얼마 안된다. 차마 말을 못하겠다. 마늘 먹은 웅녀의 자손이라 자부하는 우리는 아마 놀랄 것이다.

 

그러나 기름진 삼겹살과 마늘은 건강을 떠나서라도 궁합이 맞다. 조사해 보면 나올란가^^ 마늘 생산량은 삼겹살 소비량하고 궤를 같이할 거라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 쌈은 상추이다. 이렇게 먹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생채쌈은 언제까지나 '상추'가 거의 유일무의한 거였다. 일제시대때 나온 "조선무쌍신식요리법"에도 생채는 상추였고 다른 쌈 채소는 모두 데치거나 삶거나 해서 내어 놓는 것이다. 

 

깻잎은? 

일제 때에나 해방 후에도 깻잎의 '역한' 냄새 때문에 생것으로 먹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극히 일부 지역의 일부 음식만 빼고 말이다. 이 부분은 다시 올리겠다. 따라서 깻잎은 절임이나 깻잎 김치로 해서 먹었다. 그동안 두어번 썼는데, 중국인들조차 생깻잎을 먹으라 하면 깜짝 놀란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그리도 좋아하는 생깻잎은 저시절 안먹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놀라지 마시라.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인해 가정에서도 야외에서도 삼겹살 구이는 점점 인기를 끌어간다.

그러나 지금 이 팀은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화질이 안좋아 채소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한사람만 참으면 모든게 평온
1982.09.01 경향신문

하루종일 무사운전을 빌다가 저녁이면 깻잎과 상치를 씻고 삼겹살 돼지고기 한근을 사다놓는다.
남편이 소금구이를 좋아해서다. 그런 날은 절대 트집이 없다. 물론남편의 느긋한 눈에는 감사의 빛도 있고. 

 

소설가 윤정모의 기고로 1982년 경향신문에 "한사람만 참으면 모든 게 평온'이라는 기사에 삼겹살 구이에 '깻잎과 상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슬슬 깻잎이 등장하는 시기일 뿐이라 본다. 깻잎이 쌈채소의 쌍두마차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거라 본다.

 

 

1987년 5월 15일자 경향신문

뚱보 연예인들 살빼기 작전이라는 주제로, 김형곤이 '공포의 삼겹살'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하고 있다.

삼겹살 공화국에서 삼겹살 내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병권은 소주. - 주권은 소주에게 있다고 해야 하나? 

검찰은 마늘과 소주

쌈은 모든 걸 덮어주고 삼겹살 지방에서 건강을 지켜준다니 보건복지부 장관 쯤 된다고 해야 하나

 

네이버 뉴스 라이버러리로 검색어 '삼겹살 깻잎'을 넣어 보았다.

1996년에 기사가 폭증한다.

 

 

1990년대 식당판 삼겹살 구이에는 상추 깻잎 뿐 아니라 각종 쌈채소들 이를테면 배추 쑥갓 뿐 아니라 이름도 생소한 치커리 등 납작한 채소들은 모두 등장한다. 

 

깻잎은 언제 삼겹살과 본격적으로 결합을 했을까? 아무래도 88 올림픽이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국민소득은 늘었고 중산층도 늘었고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증폭되던 시절이었다.  각종 녹즙들 기억들 나시려나.

이제 결론을 맺자.

초록물고기는 1996년 촬영을 했다. 솥뚜껑 삼겹살에는 기본 포맷이 있었고, 따라서 상추와 깻잎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한석규는 깻잎한장 상추한장에 삼겹살 놓고 된장과 마늘 고추 넣어 먹었을 것이다. 끝.

 

깻잎과 삼겹살이 언제 궁합을 맞추었는지 그 커넥션에 대해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하겠다. 더 궁금하긴 하지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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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겹살 나라의  '달의 이면'같은 이야기를 해 보자.

 

 

삼겹살 나라의 한가운데에 있다보면 미세한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건 느껴진다.

1990년대 한상 가득한 밑반찬이 거의 사라졌다. 채소도 상추 깻잎 고추 마늘로 통일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세가지.

첫번째 된장이요 둘째가 김치요 세째가 된장찌게 이야기이다.

이것은 한반도가 만들어 세계에 자랑하는 발효음식들 아닌가.

그런데, 삼겹살과 얽히면서 모양새가 조금 이상해졌다.

 

1) 잘 기억이 안나 예전에는 어떨까 싶은데. 김치를 날 것 그대로가 아닌 돼지기름에 볶아 먹는 게 확실한 문화로 정착된것 같다.

2) 된장을 그대로 소스로 하는 곳은 없다. 달착지근한 쌈장이다. 

3) 세번째, 황당하게도 된장찌게가 공짜이거나 1000원에 나온다.

 

 

삼겹살의 위세에 눌린 건, 돼지 앞다리살과 뒷다리살이 아니다.

세계에 자랑할 우리의 '전통' 한국의 대표 음식들이 슬프게도 뒷방차지가 되었다.

물론 더 말할 것도 없이 식당에서 나오는 김치와 된장 자체에 문제가 많이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세계에 자랑은 하지만 우리는  그 자체로 맛을 즐기거나 감별할 기회가 별로 없다. 

 

1) 삼겹살집에서 김치를 맛있게 먹는 사람 못보았다. 겨우 돼지기름의 고소한 맛에  보완해줄 보조재가 되었다.

기름에 튀기면 맛없는 음식 없다 하더라. 기름에 튀긴 게 당연해지면 생김치에 언제 맛을 느끼려나.

 

2) 된장은 또 이놈의 '막'된장 신세가 되버렸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어린 아해들에게 삼겹살을 쌈장이 아닌 된장에 찍어 먹으라고 하면 다들 싫다 할 것이다.

고추도 쌈장에 찍어 먹는다. 

우리는 동시에 된장 공화국에 사는데, 도대체 된장은 언제 먹지? 

 

3) 된장찌게?

된장찌게도 마찬가지로 영락한 신세다. 한 때 식당마다 된장찌게가 당당히 요리로 있었고, 바지락이 서너개 들어간 그것을 제법 주문해서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언제 6,7000원을 주고 식당에서 단품 된장찌게를 주문해 먹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일행들 중에도 된장찌게를 시키는 사람 제대로 못봤다.

 

누구 때문인가.

그놈의 삼겹살 때문이다. 된장찌게는 1000원 이상 주고 먹으면 돈이 아까워진다. 이제 우리는 언제 김치와 된장을 먹지?

 

이거 이러면 안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수도 있겠다. 세상 일이란게 다 그렇듯이.

허나 삼겹살 나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패러독스같은게 느껴진다.

 

삼겹살 공화국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김치 종주국 아닌가.

기쁜 마음에 김치 종주국을 찾아 오니 김치를 먹지 않는... 뭐 그런거 말이다.

삼겹살 공화국이 되니, 김치와 된장이 야당신세노릇을 하는,...

아니 솔직히 말해 삼겹살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가 이딴(!) 김치와 된장을 뭐 그리 신주모시듯 하겠는가.

'

 

 

 

 

 

*유튜브 한국인은 왜 삼겹살에 탐닉할까? / 삼겹살의 역사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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