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이 단상 1) 장갑은 안전을 높일까요? 개인 취향일까요?

카테고리 없음|2021. 5. 23. 17:33

2002년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을 앞두고 SPOTV에서 2019 IFSC 경기를 보다가,

레이 볼때 장갑을 끼면 좋을까요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사정상 한참동안 클라이밍을 하지 못한 터라,

전문용어도 좀 헷갈리고, 현장이 어떤지도 잘 모른다는 말씀부터 시작합니다.

 

클라이밍에서 "안전"이라는 건 시간의 흐름에 놓고 보아야 합니다.

 

 

이른바 '몸빌레이', '바디빌레이'라는 말처럼, 변변한 확보장비가 없고, 로프가 아니라 뻣뻣한 밧줄을 갖고 등반하던 시절과 지금은 다릅니다. 그때는 제동력이 절대적 진실입니다. 등반자가 추락할 때 어떤 일이 있어도, 수직낙하하는 자일 때문에 손바닥이 화상을 입어도  '꽉 쥐어야' 합니다. 이런 터에 어슬픈 실력으로 다이나믹 빌레이 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로프도 다이나믹(Dynamic) 로프이고, 튜브 확보기라고 전문확보장비도 등장했고, 특히나 그리그리와 같은 자동 제동 장비가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리그리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 확보자의 개인차와 상관없이 등반자를 스톱을 시켜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적 클라이밍 지형에서 빌레이 장갑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로프 운용 또는 확보를 볼 때 제동력은 물론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튜브확보기 이후 시대에서는 특히 누구나(?) 그리그리로 인수봉이나 간현, 선운산에서 빌레이를 보는 경우에는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접촉감이라 해야할까  조작력이라 할까. 맨손바닥으로 느끼는 감각도 중요합니다.

 

이제 아래의 두 사진을 볼까 합니다.

 

 

2019 7월 샤모니 대회 여성대회입니다.

클라이머도 여자, 확보자도 여자입니다.

확보자의 양손을 유심히 보세요.  맨손입니다.

 

2019년 일본의 인자이 대회입니다.

여기서도 확보자는 여자인데,  장갑을 양손에 끼고 있습니다.

 

다른 대회 또는 같은 대회에서 다른 확보자는 제동손만 장갑을 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IFSC에서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고 다만 '개인의 취향'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볼까요.

 

아래 사진을 찾느라 다소 시간을 썼습니다.^^ 

세사진의 주인공 또는 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클라이밍 교육에서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오는 분들이죠. 첫째는 김용기 등산학교 팀, 둘째는 손정준 팀 세째는 손상원 선수입니다. 혹시라도 어떤 감정이 없고요. 공신력 있는 분들의 경우는 어떠한지 궁금해서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클라이밍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모두는 '팀'이고요.

 '낯설게 하기'는 안전을 제고하는 중요한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간현이고요. 클라이머 여자 - 빌레이어 여자입니다.

그리그리를 사용하는 빌레이어가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역시 남자 - 남자입니다.

역시 그리그리이고요. 양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클라이머 - 남자, 빌레이어 - 남자입니다.

그리그리를 사용하고 있고요. 양손에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세 경우 그리그리로 확보를 보면서 두꺼운 가죽장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손정준씨의 어느 클라이밍 강의에서 손정준씨는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개인에 맡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다양한 상황을 검색해 보지 않았지만,

IFSC나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대체로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을까라고 짐작을 해봅니다.

 

 

 

여기서 한번 의문을 품어봅니다.

튜브 또는 그리그리 시대에 장갑은 개인의 취향일까요? 안전을 제고할까요?

적어도 그리그리의 경우에도 착용한다면 왜 장갑을 낄까요?

 

이분들보다 등반경험이 100분의 1도 안되는데, 제 소박한 생각은 이것입니다.

지금처럼 제동력이 좋은 튜브확보기 그리고 그리그리 시대에서는

로프를 내어주거나 반대의 경우 제동력(장갑)보다는 조작력(맨손)이 중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경우, 이를테면 등반자가 무거운데 확보자는 가볍거나, 초보일 경우, 추울 경우 등을 제외하고서는

빌레이 장갑은 안전을 제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비조작력이나 로프 감지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봅니다.

즉 빌레이 장갑은 안전제고도 아니고 개인취향도 아니고 왠만하면 안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에 장갑을 착용한다면 제동손쪽만 해야지 로프를 내어주는 감지손은 맨손이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빌레이 볼 때 장갑을 착용하는지, 장갑과 맨손은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

그래서 장갑에 대해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 궁금해서 여쭈어 봅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덧붙여)

올해 5월에 벌어진 제41회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권 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의 모습입니다.

확보자는 등에다 메톨리우스 가죽장갑을 갖고 있고요. 막상 손에는 건설현장의 반코팅장갑을 끼고 있습니다.

다른 확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은 코믹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이들의 실존적 선택에 약간의 답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두꺼운 빌레이용 가죽 장갑보다 '얇은' 장갑이 손바닥의 감촉을 덜 방해하고, 로프나 확보기 조작에 더 낫기 때문일거라는 거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