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대회에서 왜 그리그리로 확보를 보지 않을까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언제부터 팔자하강기 대신 튜브확보기로 빌레이를 보았을까요?
왜 지금도 튜브확보기로 확보를 볼까요?
등장한지 30년이 넘은 그리그리류로 왜 확보를 보지 않을까요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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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후의 일이라고 기억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 확보자는 튜브확보기가 아니라 8자하강기를 쓴다고 어느 실내암장에서 들었습니다.
그때 뭐랄까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이미 확보기는 튜브확보기가 대세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바위에서 팔자하강기를 만나기도 하는데, '등반구력'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주는 화석과 다름없습니다.
1980년대 자연바위 우이암에서 등반대회를 하던 구석기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때 팔자하강기도 한때는 훌륭한 확보기로 역할을 다했습니다.(추정)
그때는 몸빌레이하는 것보다 팔자하강기가 훨씬 안전하고 용이한 확보방법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시절 몸빌레이파(구파)와 팔자하강기파(신파)가 잠시 논쟁을 벌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팔자하강기는 말그대로 하강기로 개발된 것이고 이후 노출된 결핍이 적지 않았습니다.
1990년 그리하여 튜브확보기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2005년이면 튜브확보기가 확보력, 조작의 용이성, 안전성에 있어서 우월하다는 거 판가름 난 시절이라 말이죠.
(* 아니 확보용으로는 튜브확보기를 넘어서서 이미 그리그리가 점점 평정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안전에 관한 한 대체로 새로운 장비는 과거의 결핍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능이 결부된, 말하자면 '진보'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지금은 팔자하강기가 한때의 위엄을 내려놓고 퇴장을 했을 겁니다.
사실 진작부터 튜브확보기가 사용되었겠죠.
그런데 그동안 사정상 클라이밍을 안하다 보니, 관심이 멀어졌다가, 최근 TV에서 2019 IFSC 클라이밍 대회를 보았는데요. 문득 여기에 눈길이 가더군요.
빌레이어들은 모두 튜브확보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의 모습입니다. 튜브확보기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규정을 보니 확보편에 '확보기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더군요.
언제부터 확보기구가 튜브확보기로 되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해 모르긴 몰라도 이제는 구파가 되어버린 팔자하강기파와 신파 튜브확보기파 사이에 내부토론이 있었겠죠.
안전에 있어서 '구파'와 '신파'사이의 논리는 대체로 이럴 것 같습니다.
구파는 그때까지 사용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니 계속하자라는 '관행'과 안전은 '반복과 숙달'이라는 논리일테고,
신파는 새로운 장비는 더 나은 안전과 작동의 용이성을 보장한다라는 거겠죠.
어찌되었건 어떤 대회이건 확보로 인한 사고는 별로 없었을 걸로 짐작됩니다. 빌레이어가 구력도 오래되고 전문가들이니까요. 그러나 명심해야 할 건, 장비는 '절대선'이 아니라 시대상황에서 태어나고 사라지고 하는 거라는 거죠. 몸빌레이를 보던 시절의 선배들도 사실 당시에는 장비가 없고, 있다고 해도 돈이 없던 시절이라 그렇게 한 것일 뿐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자는 게 아닙니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왜 그리그리와 같은 자동제동기를 사용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그리그리 사고도 적지 않았지만 그때는 새로운 장비였을 때의 일입니다.
무슨 일이든 도입기에는 안전사고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지금은 그리그리가 등장한 이후 자그마치 30년이 되었습니다.
버디체크하고, 필수장비 당연장비가 된 이상 사고는 사고는 확실히 줄어들었을거라 봅니다.
이미 현실은 그리그리, 에디, 섬과 같은 2000년대 자동제동기를 넘어서서 2010년대 트랑고의 베르고, 와일드 컨트리의 레보 등으로 중심축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2000년대 나온 다양한 자동확보기를 소장하고 사용해 보았는데, 여기 보이는 것은 2010년대의 것들은 처음 보는 것들입니다.
이런 자동확보기(?) 자동제동장치들이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지요?
인수봉, 설악산, 간현, 선운산 모든 곳에서 아마 초심자 말고는 모두들 그리그리같은 자동확보기를 사용할거라 봅니다.
심리적으로도 그리그리가 더 안심이 되지 않은가요?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관계자나 선수들도 인공암장이나 자연바위에서 등반할 때는 그리그리로 확보볼까요?
튜브로 확보볼까요?
이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그리는 여러 장점이 있고, 아담 온드라는 물론이고,
여성 최초로 5.15를 오른 마고 헤이스도 그리그리로 확보를 받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규정집에 확보기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클라이밍 협회에서 이제 그리그리로 바꾸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은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이제 튜브확보기파는 스포츠 클라이밍계에서 소수, 구파가 되었고, 그리그리류는 주류일 거라 봅니다.
대회에서만 사용하는 튜브확보기 vs 실제등반용 그리그리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거죠.
이상,
그리그리 류와 스포츠클라이밍에 대해서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음 혹시 빙벽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