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드로 클립2) 퀵드로에서 카라비너의 방향은 이렇게 변해왔습니다.

카테고리 없음|2021. 6. 1. 23:17

 

고전적인 등반에서는 볼트에 카라비너를 거는 순간 안도의 기쁨이 몰려 옵니다.

한손으로 그 카라비너를 잡고 다른 손으로 느긋하게 로프를 끌어올려 넣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프리 클라이밍 시대에서는 정반대입니다.

볼트에 카라비너를 거는 순간 살떨리는 위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 하나는 여전히 홀드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만 로프를 끌어 올려서 카라비너에 클립해야 하는데,

이때 추락하면 끌어올린 로프의 2배만큼 추락하게 되니까요.

 

프리 클라이밍(Free Climbing),

인공 설치물을 절대로 밟거나 잡지 않겠다는 이 우아한 선언에는 그래서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한손만 이용해서 재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퀵드로 클립 순간에 말이죠.

그래서 '퀵드로 클립 방법'이 생겨납니다.

 

사실 이 글의 근간은 사실 10여년 전 알알닷컴(www.re-rock.com)에 썼던 거고 지금도 인터넷에 나돌고 있습니다. 그동안 클라이밍계는 많이 바뀌었지만, 안전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버디체크(Buddy Check)하면 더 좋죠. 그리고 매일매일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클라이밍의 세계에 입문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글을 달리해서 올립니다.

 

오늘은 퀵드로에 있는 두 카라비너의 개폐구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슬링 양 끝 카라비너의 개페구 방향은 이렇게 반대쪽으로 있거나 같은 쪽을 향하거나 두가지 방법이 있다." 

라고 말하면 맞을까요?

 

원칙적으로 카라비너의 개폐구 방향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그러나 후배에게 가르칠 땐 좀 다른 문제입니다.

마치 처음 알을 깨고 나온 기러기가 그러하듯 '나만을 믿고 따르는' 후배에게는 개폐구 방향에 대한 고민은 '사랑'입니다.

 

 

위의 문장은 이렇게 해야 정확한 답이 됩니다.

"개폐구 방향은 역사적으로 변해왔다. 처음엔 반대쪽으로 하는게 당연하다.

지금은 같은쪽으로 하는게 옳다. 사랑이다."

 

이걸 증명하는 건 아주 간단합니다.

손경석 선생님의 그 유명한 책 "등산백과"의 핵심은 제9장 암벽등반기술입니다.

그 중에 카라비너 사용법이라고는 겨우 이정도가 전부입니다.

 

1. 볼트에 카라비너를 건다.

2. 반바퀴 돌린다. 

3. 로프를 클립한다. 끝

 

왜 반바퀴 돌려야 할까요? 그건 별게 아닙니다. 그래야 카라비너 개폐구에 로프를 넣을 수 있으니까요.

이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카라비너가 귀했던 그 시절, 산악인들은 누구나 이런 방식으로 카라비너를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1번 퀵드로의 상단 카라비너의 방향이고, 2은 하단 카라비너의 방향이 반대로 되게 됩니다.

 

이제 카라비너가 넘쳐나고, 로프 흐름을 위해 슬링을 묶어 양쪽에 카라비너를 걸어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프리 클라이밍 시대와 겹치면서 공장제 퀵드로(슬링)가 1970년대에 등장합니다.

1980년대 중후반(취나드사에서는 1989년 카탈로그에 처음 등장)에 벤트카라비너도 등장합니다.

장비회사에서는 어떻게 카라비너를 어떻게 세팅해야 할까요?

그렇죠. 사진에서처럼 상단과 하단의 카라비너 방향을 반대로 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고, 따라서 전세계 산악계가 다 이렇게 했습니다.

그때는 이게 옳았고 안전했고 이렇게 가르쳐야 했습니다.

 

새로이 퀵드로 클립 방법도 이렇게 생겨나게 됩니다.

로프쪽 카라비너의 개폐구가 왼쪽 오른쪽일 경우 각각 그에 맞추어 클립을 하는 거죠.

반복 숙달.

 

과도기적이었던 프리 클라이밍시대를 넘어 고난도 그레이드의 스포츠클라이밍 시대가 되었습니다.

퀵드로 클립 방법은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진화해야 했습니다.

 

카라비너의 개폐구 방향이 반대로 되었을 경우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여러가지 결함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 핵심은,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클립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거죠.

바로 우측처럼 카라비너의 방향이 같은 쪽을 향하게 하면 말입니다.

 

그래서 2000년대 넘어서면서 카라비너의 조합을 점점 우측의 방식으로 궤도 수정을 하고, 

놀랍게도 시대를 선도하던 블랙다이아몬드사가 마지막으로 2010년대 후반에 북북서로 방향을 바꿉니다. 

이제 이 새로운 방식이 지금은 옳고(RIGHT NOW). 왼쪽의 방식이 지금은 틀리다.( WRONG now)

 

그때는 그게 맞고, 지금은 이게 맞고....

 

 

 

 

왜 지금은 이게 맞은지는 -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 다시 블로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해서 퀵드로에서 카라비너의 방향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면 안된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관점으로 잡설을 풀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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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이 이야기는 말그대로 제가 읽고 생각하고 해서 끄적인 잡설입니다. 안전에 어찌 하나의 답이 있겠으며.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변방에 있는 제가 어찌 알수가 있겠어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혹시 누구에게 '익숙하고 관행적이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낯설게 할 기회가 되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안전은 '낯설게 하기'에서 더 깊어지니까요.

 

앞으로도 프리클라이밍과 스포츠클라이밍시대에 노출된 문제들을 클라이머들이 어떤 방식과 어떤 장비개발을 통해  얼마나 다각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했는지, 그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나름대로 잡설을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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