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드로 클립4) 특이한 스투바이 벤트 카라비너를 볼까요.
오스트리아의 스투바이(Stubai)사에서 만든 특이한 형태의 카라비너가 있습니다.
이 카라비너가 왜 이런 모양일까 궁금해하면서 샀는데, 만지작거리면서 그 까닭을 알아차렸습니다.
스포츠 클라이밍 시대, '재빨리 그리고 정확히 로프를 클립해야한다'라는 지상명제에 부응하려던 거죠
'결핍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그들의 분투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평탄하지 않고 위쪽 아래쪽에 굴곡이 있습니다.
비교해보면 더 차이가 느껴집니다.
울퉁불퉁하죠.
반대쪽은 이렇습니다.
우선 이 친구가 언제 세상에 선보였는지 신상명세부터 볼까요.
대강은 알 수 있습니다.
좀 애매한 모양이긴 하지만 벤트 카라비너입니다.
벤트 카라비너는 198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걸로 추정됩니다.
1989년 취나드사 카타로그이고요. 퀵실버라는 이름의 벤트게이트 카라비너가 취나드사의 처음 모델인 듯 합니다.
찬찬히 읽어보고 또 그리벨사의 말을 염두에 두면 이 이전에 이미 유럽에서는 시판이 된 게 거의 확실합니다.
하단에 "이 벤트 카라비너는 오직 로프쪽에만 걸고, 로프가 빠져 나올 가능성을 줄여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그 이전의 벤트 카라비너가 '재빨리 클립'해서 안전해졌지만, 동시에 로프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거죠.
좌측과 우측 중 좌측이 초기형일 거라 짐작합니다.
클립을 하기 좋게 하기 위해 각을 주어 꺽었습니다. 이럴 경우 로프가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지죠.
하나의 개선을 하고 나면 다른 결핍이 생겨나는 건 어떤 것이든 초창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죠.
스투바이의 이 카라비너 표면에는 이렇게 95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ce에는 연도가 안적혀 있지만, 예전에는 적혀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장비이건 그 초기에는 다양한 형식 실험이 일어납니다.
벤트 카라비너에서도 마찬가지이겠죠. '각도'도 다양했을 테고, 이렇게 특이한 모양도 만들어집니다.
그러다가 어떤 일반형으로 '수렴'하게 되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게 대동소이해진 거죠.
이제 당시 클라이머가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을지,
그가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어떤 결핍을 강하게 느꼈을지 볼까요?
알고나면 그렇듯이 단순합니다.^^
그건 퀵드로 클립을 위해서입니다.
선등자는 절대 추락해서는 안된다(climber must not fall)이라는 전통적인 등반에서.
더많이 추락할 수록 더 빨리 그레이드가 올라간다(The more, the better)이라는 스포츠 클라이밍 시대.
0.1초라도 더 빨리 클립해야 된다는 목적을 위해서 이렇게 만든거죠.
중지로 돌출된 부분을 잡기 쉽습니다.
반대방식의 클립할때도.
엄지와 검지로 돌출된 카라비너 몸체를 잡아 로프를 클립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인수봉같은 슬랩바위에서는 탁월한 기능을 했을 거라 봅니다.
알고 나면 좀 유치한 것. 콜롬부스의 달걀 같은 이야기죠.
이렇게 해서 1995년 스투바이는 이런 카라비너를 만들었는데...
글쎄요 기능성이 강화된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죠.
심플한게 더 안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라지고, 지금은 일반적인 모양으로 수렴한다는 것.
이건 생물 진화의 대원칙하고도 맞는거죠.~
이상 퀵드로 클립을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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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와이어 카라비너는 1991년 취나드사에서 처음 개발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뱃사람들에게는 사용되었다고 하고, 시판은 1996년부터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