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쓰레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2
세상의 쓰레기에 대해서야 할 말 없다만, 산에서 만나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직전에 쓴 '고 정광식 선배와 아이거 북벽의 초콜렛'에 이은 두번째 산 쓰레기 이야기이다. 산에서 만나는 쓰레기에 대한 최고의 명문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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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메이저리거의 '대현상', 오타니 쇼헤이. 그가 이도류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얼굴은 오늘 처음이다. 등산 바깥의 스포츠 세계.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 그리 크지 않은터라 교양삼아 그의 이름과 경력을 체크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40홈런과 20도루 20탈삼진 등등이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를 읽으면서이다.
그의 얼굴을 눈여겨 보게 된 건 사실 내용중 "쓰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게 무슨 말일까 궁금한 이라면, 오타니 쇼헤이 쓰레기 로 검색하면 '쓰레기'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다. 그는 하시라도 하처라도 쓰레기를 줍는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왜 쓰레기를 주울까. 이에는 쓰레기에 대한 최고의 명문장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의 해석이다.
"고교 시절 은사의 가르침이다.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학생들을 이렇게 지도했다.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줍는 건 행운을 얻는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스스로 행운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가르쳤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누구길래 뭐 이런 멋있는 말을 할 수 있지?
이게 정확히 어떤 맥락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야구장에 주루를 하면서 만나는 쓰레기는 무엇인가. 너보다도 앞서서 안타를 치고 나간 사람만이 그 쓰레기를 떨어뜨리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너가 그 쓰레기를 만난 건 너도 안타(또는 포볼)을 친 행운아이다. 따라서 그걸 주울 수 있다. 쓰레기를 줍는 순간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야구선수로서는 최고의 순간이다.
이렇게 해석해도 뭐 그리 사실에서 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산악계에서도 이게 자명한 진리이다.
인수봉을 오란다고 치자. 크랙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짜증내지 말자. 대신에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뜨린 행운이다. 그걸 발견 하는 건 나도 복이 있어 인수봉을 올랐다는 행운의 표시이다. 인수봉는 뭐라뭐라 해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일반인들은 짜증을 낼래도 낼 수 없다.
물론 없다면야 좋겠지만, 고산등반에서 자기가 오르는 등반 루트에 쓰레기가 있다 치자. 그 쓰레기는 그보다도 앞서서 오른 이들에 뒤따를 수있는 자들만이 만날 수 있는 영광이다. 그 처음은 바로 루트 개척자이다. 이를테면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놓여져 있는 몇개의 루트가 있다고 하자. 그 루트에는 오직 그 루트를 오른 팀만 쓰레기를 남길 수 있고, 그 쓰레기를 발견하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도 그 루트를 오른 사람만이 가능하다. 영광이다 게다가 남이 버린 산소통이나 식량도 내겐 소중한 장비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백두대간이나 어느 산에서 선답자의 쓰레기로 길을 이어갔다는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발견하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낯선 산길에서 길을 잃고 헤메일 때 만나는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그건 인간 문명의 성스러운 흔적이다. 그의 인도로 문명사회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 버렸다.
에베레스트에서 남이 버린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백두대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수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쓰레기는 쓰레기이다. 신데렐라는 동화에서는 모를까, 신데렐라일 뿐 현실세계에서는 왕비가 될 수 없다.
두서없지만, 오늘 하고자 한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고산등반이나 인수봉을 오르면서 크랙에 낀 담배꽁초를 볼때, 백두대간을 이어가면서 곳곳에 만나는 쓰레기에 대해 근엄하게 짜쯩내는 대신에 ,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발견하는 건 살면서 아무나 만나지 못할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그러면 스스로 행운을 가져올 것이다' 라는 근사한 구절을 인용해 봄직도 하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살면서 클라이밍을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행운인 줄 알아차리는 이들만이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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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고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줍는 건 행운을 얻는다고 생각해라" 를 그대로 들어 '주울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발견하는 즐거움을 지금 말하고 있다. 설악산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올랐다고 치자. 그 자체가 행운이니 말이다. 오늘 내가 말하는 건 별게 아니다.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발견하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라. 이다.
2) 그렇다고 야구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미래를 꿈꾸면서 쓰레기를 주어라는 건 아니다. 세계 최고급 오타니가 아니라 '슈퍼 스타' 김사용이 이렇게 했다면. 감독과 코치 그리고 동료 코치에게 비웃음은 커녕 짜증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2군 강등될 것이다. 그건 오타니의 쇼(sho)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