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4좌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카테고리 없음|2021. 7. 12. 11:42

TV나 영화에서 하도 많이 보아 에베레스트 정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안다.

각종 천조각으로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8000m 14좌.

나머지 산들의 정상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동안 궁금해 하지 않았다.

오늘 검색어를 따라 2017년 한 외국팀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고화질 등반을 보면서,

문득 다른 봉우리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졌다.

 

다행히 구글이 있지 않은가.

이래서 Everest Summit 식의 검색어로 14좌 정상을 검색해 보았다.

 

먼저 하도 많이 보아서 우리도 가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저 천조각들은 셀파족들의 민간신앙(또는 불교)와 관련된 의식용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저것을 두르고 쌀을 뿌리고 하는게 하나의 보편적인 의식으로 보인다.

느낌으로는 기독교 신자들도 저곳에서만큼은 저렇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데 세르파를 고용하지 않는 알파인 스타일의 클라이머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한국의 산들에 달려 있는 산악회 리본들을 보고 무당이나 점집을 떠올리며 혐오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오방색(?)이나 저거나 아마 근본은 같을 텐데,

공개적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의 모습에 눈쌀을 찌뿌리는 이들은 보기 어렵다.

 

아니 저런 배경이 없는 에베레스트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K2  정상 모습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저 천조각이 있거나 없거나이지만 눈에 띠게 적다.

짐작으로 세르파를 고용한 팀은 저걸 달 것 같고, 알파인 스타일로 오르는 팀은 안다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어쨌던 1위 에베레스트와는 천지차이이다.

3위봉 칸첸충가.

이 사진들에는 문명의 흔적이 안보인다. 모든게 눈에 뒤덮여 있다.

4위봉 로체도 대체로 그러하다.

 

마칼루 정상.

 

이곳에는 천조각들이 눈에 반 덮여 있다.

이것들은 쓰레기인가 아니면 신성한 믿음의 성물인가.

얼마전에 썼듯이 산에 두고온 모든 것은 순식간에 그리고 타인에겐 쓰레기가 된다.

 

"아니 온 듯 다녀가쇼셔"라는 말의 유일한 예외는 신의 공간 에베레스트이다.

세계 어디라 할 것 없이 산악인들은 환경에 대해 민감하다.

그러나 유일한 예외는 이 곳 에베레스트이다.

 

 

초오유봉. 정상이 밋밋한데, 이곳에는 천조각이 보이지 않는다.

아래 다울라기리.

역시 정상사진은 그리 많지 않고, 이곳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우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은 다른 봉우리와 달리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보아야 겠다.

어쩌면 에베레스트를 픽스로프로 셰르파를 이끌고 등반하는 이들은 정상에서 이걸 원할지도 모르겠다.

 

낭가파르바트 정상.

이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에게 에베레스트 정상은 울긋불긋 천조각하고 하도 매칭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13좌에 오른 사람들은 '짝퉁'이라고 할까봐 차라리 그런 포맷으로 사진을 찍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 말이다.

 

안나푸르나 정상에도 마찬가지.

우측하단에 천조각들이 보인다. 어찌하였건 에베레스트와는 양이나 질이 다를 거라 본다.

 

아무것도 없으니, '신이 받아 주어야 오를 수 있다'는 상투적인 믿음(?)보다는,

등반이라는 게 고독한 단독자의 행위라는 철학적 사유에 가까워 보인다.

 

데날리 정상이다. 

물론 당연히 이곳에는 천조각이나 다른 것들이 있을 리 없다.

아마 알프스 정상에도 그럴 것이다.

낮은 산에 없듯이 높은 산에도 없는 게 당연하다.

 

설악산 정상이나 지리산 정상을 힘들게 올랐다고 하자.

정상이 저렇게 무질서(?)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다들 질겁을 할 것이다.

단순히 등산가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니라 무속인이 설치해 놓은 거라면 일간지마다 떠들어 댈 것이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감옥은 역피라미드 형식으로 세상의 모든 모순이 결집한 곳이라고 하고 있다.

다른 산과 달리 유독 에베레스트는,

세르파를 고용하고 고정로프를 따라 오르는 이들이 끝이 없는 에베레스트는

피라미드 형식으로 세속의 모든 욕망이 결집한 정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글을 쓰다보니 뭐 정상 사진 한장을 두고서 아무말이니 떠들어 댄 것 같아 좀 그렇다. 

14좌 정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득 생각이 나서 모아 보았을 뿐이다.

 

우리가 '익숙'해서 그렇지 에베레스트 정상이 저렇게 자리매김하는 걸 좋아할 이 없을 것이다.

오직 바람과 구름과 눈만 있고,

문명의 흔적을 허락하지 않는 절대자연의 지경이면 좋겠다는 건 아마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에베레스트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해 에베레스트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