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산악운동'에 대하여

카테고리 없음|2021. 8. 6. 19:02

이 글은 '산악운동'이라는 용어에 대한 단상입니다.

이 용어 찬찬히 한번 읽어 보면, 어쩌면 약간은 의아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산악 운동이라....'

 

전문산악인과 일반등산동호인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록클라이밍을 하면 '전문산악인'이라는 호칭이 그럴 듯 한데, 인터넷 시대에야 그럴 수 없고요.

어쩌면 '산악운동'이라는 용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부도 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느낌이긴 한데, 산악운동이라는 '용어'에는 뭔가 사상적이거나 결사체의 뉘앙스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고산설산으로 지향하자라는 '근대알피니즘'의 결기가 엿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등산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산의 사상제고, 산악영화나 산악도서 등 문화운동도 포함됩니다.

단순히 건강산행이나 단풍산행같은 일반인들의 향락산행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산악운동에는 제가 근사하게 생각하는 '동지, 산악동지'라는 말이 붙게 됩니다.

그래서 산악'운동'은 단순히 Phisical Activity가 아니라 Movement라는 뉘앙스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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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운동'이라는 말은 당연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없었고, 근대 이후에 등장한 신조어입니다.

아무래도 식민지 시절 일본에서 근대등산과 함께 유입되었기 쉽겠습니다.

 

산악운동이라는 말은 특히 원로산악인들이 즐겨 구사하던 용어였습니다.

쉬운 말이 아닙니다.

5, 60년대 그들이 펼친 한국의 산악운동 중에는 '등산대중화'는 있었지만, 이 역시 지금의 대중화된 등산하고는 다르죠.

대한산악연맹에서는 2000년부터 '국내 산악인 중에서 매년 각 분야별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산악인을 발굴, 포상함으로써 산악운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한민국산악상을 제정했습니다.

대상은 1, 고산등반분야 2, 개척등반분야 3, 스포츠클라이밍분야 4, 산악문화분야 5,등산교육분야 6,. 산악환경분야 등입니다. 여느 등산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인이나 젊은 세대에서는 아무래도 산악운동이라는 말을 말 그대로 이해하고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등산운동이라 하면 아 등산이구나 하겠지만, 산악운동은 산에서 하는 MTB, 산악트레일 등으로 이해하고 글을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떨까요?

산악운동山岳運動으로 검색하면, '산악에서의 운동생리학,,,'같은 말이나, 아니면 지금처럼 등산장비업체 살로몬 밀레 등에서 '산악운동경기' 식의 용어로 검색됩니다. 그들도 대체로 산악지형에서 하는 운동이라고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제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사직합니다.

그런데 야후재팬에서 "산악운동山岳運動"으로 검색하면 그 첫화면의 첫 사이트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나라 한국산악회가 2개, 이를 이어 대만산악회가 2개로 이어집니다.

놀랍게도 일본이 아니라 한때 그들의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이 제일 상단을 차지합니다.

다소 놀랍지 않은가요?

 

 

한국에서의 '산악운동'은 엘리트나 선구자들의 산악에서의 Movement라는 의미가 짙다고 보겠고요.

대만에서는 어떨까요?

 

대만산악회의 정관 제1장제 2조에서,

"본 장에서 통칭하는 산악운동의 정의는 등산, 건행(하이킹?), 등반, 계곡등반(소계)와 야외오락(생태유람, 오락) 등 활동과, 이에 연관있는 활동을 총괄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즉 산악운동은 산악에서 펼치는 운동의 종류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Movement가 아니고 결이 약간 다릅니다. 

 

분명히 '산악운동'은 오래전 '머메리즘, 등정주의'등과 같이 일본에서 비롯된 용어이기 쉽겠습니다.

그런데 견문이 짧아서이겠지만, 일본산악계에서는 대체로 사라진 용어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때 그 시절 일본에서의 용례는 지금 우리처럼 Movement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을까요?

아니면 대만에서처럼 산악에서 펼치는 신체운동으로 보았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제 단순 짐작으로는 이렇습니다.

고담준론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성정상,

머메리즘과 등정주의 등의 용어를 '주의주장'의 일종으로 사상적 운동으로 받아들였듯이,

'산악운동'도 주된 의미는 Activity이고 여기에는 선구자들의 Movement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겠지만,

대만과 달리 우리는 Movement의 정신성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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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악운동을 영어로 Mountain Movement라고 해서 통역을 하면 뭐랄까 좀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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