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산행 등 올해 주목할만한 산서 몇권
월간 산 10월호를 보다가 신간 산서 소식을 읽었습니다.
박영석 실종 10주기인 오는 10월 17일 "1퍼센트의 고독"이 출간된다고 하네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나는 도전한다"는 고산등반가로서의 박영석을 대표하는 문구이죠.
이 책은 영웅적인 면모와 등반성취가 아니라 인간 박영석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주안을 두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동국대 산악부 후배이기도 한 김헌상입니다.
그는 진작에 "빙하의 꿈(2005)"과 "황금피켈(2009)"이라는 장편소설을 두권이나 냈습니다.
평론가가 아니니, 문학적 성취는 별론으로 하고, 고산등반의 세계를 소설로 형상화한 보기드문 수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정보고서는 많아도 고산등반의 체험을 기초로 한 소설은 많지 않습니다.
2006년 비슷한 시기에 신영철이 "가슴속에 핀 에델바이스"로 문학사상 장편문학상을 받은 거 말고 잘 안떠오르네요.
이번 책도 기대가 됩니다.
이 참에 올해 주목할만한 산서 몇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과문하여 빠뜨린 것도 있을거라 봅니다.
김기섭 시인의 '달빛등반'이 우선 뜨오릅니다.
북한산과 설악산을 클라이밍하는 이들에게는 그가 개척한 수많은 길들의 아우라를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길도 길이지만, 그가 네이밍한 바윗길들 명칭들이 거친 산악인들에게 '시상'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바윗길도 바윗길이지만, 이번 시집 '달빛등산'도 아마 산악문학사에 한 획을 그을거라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산행에세이가 많은 것처럼 산행시도 엄청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클라이밍, 등반세계를 담은 시는 글쎄요. 과문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클라이머라면, '시가 읽히네'라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될텐데요.
이제 이 시집을 읽은 이와 아직 안 읽은 이로 나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경이 교수의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도 올해 주목해야 할 에세이집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고산등반가의 책들이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들의 위대한 도전과 승리'라는 컨셉을 따라갑니다.
이 책은 그런데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고산등반의 ABC를 친절하게 제안하고,
박사학위를 가진 여성(?)산악인의 시선으로 본 고산등반세계를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아마 시민대중들에게도 잘 어필할 책이라 봅니다.
"동행, 우리 빛나는 청춘, 아름다운 삶"은 제목부터가 '청춘의 산'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십년도 더 지난, 추억^^의 2000년 K2원정대와 2005년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원정대의 이야기입니다.
청춘을 다 흘러 보내고 하 세월이 지난 지금 씌여진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견실하고, 묵직하고 아름답습니다.
요즘 서울에서도 이런 책 쉽게 나오지 않은 듯 한데, 전남광주 산악계의 저력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구매와 더 많은 이야기는 "마운틴저널"기사를 읽어시면 됩니다.
김우선 박사의 "산경표 톺아보기 - 지명의 역사지리적 함의와 백두대간"입니다.
박사논문을 기초로 하여 359쪽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책 소개에 의하면, "〈불편한 진실, 백두대간?〉, 〈백두대간 개념의 형성〉, 〈『산경표』의 판본板本 비교〉, 〈『산경표』의 저술 과정과 내용 분석〉, 〈『산경표』 백두대간 지명의 형태소 분석〉등을 수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불편한 진실, 백두대간'이라는 챕터부터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오랫만에 인문학적 사유가 담긴 산서가 아닌가 싶고요.
'백두대간과 산경표'가 1990년 이후 한국의 산악인과 등산동호인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각자(刻字)인데,
30년이 지난 지금 이 책으로 한번 각자 갖고 있는 개념과 사유를 비추어 보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2021 10 18에 리라이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