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랏, 박영석 기념관이 없다니.

카테고리 없음|2021. 8. 18. 22:40

 

산악잡지 기사의 주 내용이 산길이나 바윗길처럼 '팩트들'이라 기름기 뺀 아나고처럼 드라이합니다.

그런데 산악계도 사람사는 곳이라 희노애락애오욕이 없을 수 없습니다.

월간 산 10월호에 "박영석 기념관"에 관한 의외의 기사가 있어 곰곰 생각해 봅니다.

 

우선, 박영석이 실종된지 벌써 10년이라니 믿기는지요?

그리고 박영석 기념관이 없다는 걸 아시는지요?

 

기사의 메인 사진입니다.

짓다 만듯 한, 아직 외벽공사를 마감하지 못한 듯한 특이한 형태의 구조물입니다.

엄청나게 넓은 국유지에 지은 건물인데, 삼각형이다보니 2,3층은 좁다란해서 뭘 해도 아쉬운 공간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개인 기념관이라면 이렇게 지었을 까 싶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어디인지 아신다면, 서울권역 산악계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대단한 눈썰미를 갖고 계신 겁니다.

저는 올해 6월 뒷문으로 들어가 앞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요.

앞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건물 명칭을 눈여겨 보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처음으로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센터"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랏 이곳, '박영석 기념관'이 아니던가?

 

기사의 제목과 부제는 3줄인데요. 하나하나 의외의 사실입니다.

 

"박영석 이름을 못 쓰는 박영석 기념관"이군요. 저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박영석 기념관도 아닌데, '10월 17일 이곳에서 10주기 행사를 하는군요.

그 까닭은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라는 단체 사무실이 이곳에 터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추모사를 진행한 이들은 이인정 회장, 허영만 만화가, 정청래 국회의원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기념관 설립을 주도한 이들이라 아마 만감이 교차, 착잡할 것 같습니다.

 

"박영석 재단에서 사업비 목표액 마련 못 해 '박영석'을 표기 못해'라고 이유를 적어두고 있습니다.

기사글의 논조는 점잖고 차분하여 얼마가 부족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사업비 목표액'이 무엇이고 얼마인지를 언급해서 우리로 하여금 추측을 하게 합니다.

 

 

서울시가 토지와 20억, 문체부가 50억, 마포구가 10억 그리고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이 4억5천을 냈네요.

아마 산악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을 박영석탐험문화재단이 왜 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경남 고성과 의정부 그리고 우이동 그린파크에 있다는 엄홍길 기념관에 엄홍길 재단이 돈을 냈을까요?

박영석 기념 사업이라는 게 왜 그렇게 추진되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산악계에서는 그냥 이름만 빌려주고, 기념관의 '취지'를 공유하면 안되었던 건가요?

 

기자에 의하면, 4억 5천을 낸 박영석재단이 분담금을 다 마련못했다고 하는데, 원래 약정금액은 얼마였을까요?

5억은 아닐테고, 분위기학상 7억도 아니고 10억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10억이 적은 돈아 아닐텐데, 여기서 문득 노스페이스 성기학 회장이 떠오릅니다. 

박영석이 노스페이스팀이었는데다, 산악계에 흔쾌하게 기부를 하는 그인데,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4억 5천안에 기부액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이것도 궁금하네요.

 

박영석 실종 10주기 행사를 앞두고 월간 산은 안타깝게도 박영석을 회고하는 특집 기사는 없습니다

반면에 이런 안타까운 기사를 올리게 되다니... 그 자초지종과 내막은 아래와 같습니다.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을 읽어보면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유는 '돈'이다.'라고 합니다.

재미있군요.

산악계 인물 중 기념관이 있는 엄홍길은 고성군과 의정부시 그리고 서울시 강북구청인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 기념관들은 모두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로 세워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마포구청장, 정청래 의원까지 동원되었습니다.

2013년 박영석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의 선포식 기사가 있습니다.

"위원회는 이인정, 성기학 공동위원장이고 박영석기념관건추위에는 국회의원 63명을 포함해 정관계 문화예술계 산악계 인사  438명의 추진위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고, 선포식에서 3개항의 선포문을 선포했는데요.

 

그 중 하나는 - 하나, 우리는 ‘박영석기념관 건립’을 위한 부지 확보와 성금 모금 캠페인이 범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기념관 건립 추진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개방하고, 앞으로 수십, 수백만의 국민들을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할 것을 선포한다. '입니다.

 

'범 국민적 성금 모금 캠페인'이라니, 이게 우리를 옭아맨 문제적 조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렇게 종결처리되다니 참 허망할 따름입니다.

 

기자는 다시 '박영석' 대장의 이름을 건물에 붙일 수는 없는 걸까? 라고 탄식하고 있는데요.

 

10주년 행사도 겨우 이렇게 소박하게(?) 치러지는 판에, 이제 새삼스럽게 붙여보았댔자 무슨 좋은 일이 있겠어요.

상암동 서울시산악문화센터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굳이 욕심을 낼 실제적 이유도 있을까 싶습니다.

 

기사대로 지상1층엔 상설전시장과 2층엔 기획전시실이 있어 박영석의 자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뭐랄까 박영석이 이곳 주인이 아니라 뭔가 어색하게 터잡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치도 뻘쭘하여 교통편도 애매하고, 산악인들로서는 일이 없다면 일삼아 갈 공간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만약에 산악계가 진실로 박영석 기념관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산악계에서 성장한 독지가가 있다면, 

이 전시물과 그의 뜻을 다른 곳으로 '소박하게' 모시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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