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무등산 원경 사진 한장.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리건판 사진 3만 8천장 모두를 작년 연말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했습니다. 자료들이 주로 고고학, 민속학, 미술, 풍속 등 제 능력과 관심 밖이라 아쉽긴 한데, 곳곳에 우리네 산과 들이 있어 검색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중에 압권은 무등산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고 박선홍 선생의 "무등산"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제게 더 그럴 수 있는데요. 이 사진, 광주 무등산 원경(光州 無等山 遠景)은 1910년에 찍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장 초기에 찍은 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악계에 발굴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순수하게 산의 원경을 찍은 사진은 해방 후에도 희유하고요. 1910년이라 과연 어디에서 찍었을까요. 박선홍의 "무등산"에는 1950년대와 최근 무등산 전경을 찍은 사진 몇장이 있는데요. 그 중 1957년 사진 두장을 볼까요. 1957년 오종태가 찍은 사진입니다. 경양방죽(옛 계림동 광주시청사 자리)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계림초등학교와 명문 광주고등학교가 이곳에 있다니, 그들이 본 무등산은 이러했겠군요. 1956년 방림동에서 바라본 무등산이라고 합니다. 1915년 사진하고 산세가 비슷하네요. 짐작으로는 이곳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가서 찍으면 앵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두장의 사진은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에 1915년 사진보다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나지막하지만 너른 품을, 두루 등등한 기품을 잘 담아 낸 것 같습니다. 산세가 판소리가락인양 유장하면서 좌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정(中正)도 잘 잡혀 있고요.
산은 볼 산이 있고 오를 산이 있는데, 무등산은 저멀리 보기에 너무 좋습니다.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보면서 일어나고, 무등산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데, 그 느낌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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