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계에 뱃지는 언제부터 유행을 했을까요?
산악계에 뱃지가 언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을까요?
왜 행사때마다 뱃지를 나누어주고, 티롤 모자에 꼽는게 유행했을까요?
해방 전에도 뱃지 문화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할 최고(古)의 산악계 뱃지는 일제시대 양정고 산악부의 뱃지입니다.
아쉽게도 백령회 뱃지, 세브란스 의전 산악부 뱃지, 세전 뱃지 등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일제때는 그렇게 유행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방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전에 썼지만 한국산악회도 1947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뱃지를 만들었고요.
1955년 창립한 서울대 문리대 산악회도 창립 즈음해서 뱃지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본격적으로 유행을 하게 된 건 60년대 이야기입니다.
60년대 이후의 뱃지 이야기는 사실 그동안 수없이 했습니다.
오늘은 왜 한국에서 뱃지 문화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을까요라는 것도 궁금해 볼 문제입니다.
이에 관한 선행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고요.
대신 일본의 예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없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일본은 언제부터 등산뱃지(그들은 산뱃지, 야마뱃지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가 유행했을까요?
왜 유행하기 시작했을까요?
예전에 읽은 글이라 출처를 찾지 못해서 아쉽긴 한데, 대강은 이렇습니다.
2차세계대전때 일본은 제국주의답게 군복에 엄청 신경을 썼죠.
군복에는 각종 와펜, 뱃지들이 주렁주렁 달리게 될터이고요.
지금 우리나라 군복에도 그렇지만 군인들에겐 달아야 할 뱃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시 일본의 뱃지 제작업체는 군수업체랄 건 없지만, 최대 호황이었죠.
그런데 사달이 생겼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패전이 되면서 한날 한시에 그들은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달던 뱃지도 버리는 참이었고, 뱃지가 밥먹여주는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기술이 언제 어떻게 부활을 했을까요?
그건 1950년대입니다.
한국전쟁도 있고, 하여간 그들 살림살이는 1950년대부터 슬슬 풀리게 되죠.
그러자 그들은 제일 돈 안드는 취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등산이죠.
(IMF 이후 우리나라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나슬루 세계 초등도 일본에서 등반문화를 촉발합니다.
이게 뱃지 업계에는 신의 한수였습니다.
어디에 놀러가면 기념품을 사오는 게 그들의 오래된 문화이죠.
이제 그들은 전쟁 중 갈고 닦은 뱃지 제작 기술을 아낌없이 발휘합니다.
싸고 간단히 제작가능한 뱃지는 이렇게 해서 일본 전국의 산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일본등산계는 뱃지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이게 일본 산악계에서 뱃지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와 계기 그리고 동기입니다.
자료를 찾으면 다시 돌아^^오겠지만, 대세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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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60년대 산악계 뱃지와 상업적 뱃지가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멀리 보자면, 유럽 알프스의 등산뱃지문화도 영향이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그건 너무 멀고 - 1960년대 유럽 등산계를 아는 사람 몇명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일본의 등산문화와 궤를 같이 하는 부분도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