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북한산 도봉산 사진들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무료공개한 일제총독부박물관 소장 유리건판들에서 북한산, 도봉산 사진들 몇장을 발견했습니다. 아련한 또는 상상도 못할 그때 모습을 볼까요
1929년 찍은 사진입니다. 설명은 '서울 종로 북한산 비봉에서 본 백악산'인데 백악산이 아니라 북한산입니다. 우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저멀리 좌측에서부터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 그 너머 인수봉과 우측으로 만경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한가운데에 노적봉도 또렷히 알 수 있네요.
백운대 남벽은 지금은 바위틈새로 숲이 우거져 그 웅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 저시절은 상당합니다. 등반거리 200m는 족히 넘을테고 해서 등반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고 연대가 중요한 건 아닌데, 인수봉은 1920년대에 초등되고, 백운대 남벽은 1930년대에 초등됩니다.
1800년대 말부터 일제하 북한산을 찾은 서양인들은 북한산의 저 위압적인 바위 성채(城砦)
를 보고 무섭다고 했죠. 지금은 눈부실 정도로 하얀색이라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저시절은 나무도 없이 헐벗은데다 색깔이 거무튀티했으니까요. 이끼는 공해지표식물로 산성비에 약합니다. 하얀 화강암 바위는 이끼가 사라졌다는 뜻과 다름없습니다.
비봉에서 바라본 서울쪽 전경입니다. 저멀리 한강이 유장하가 흘러가네요. 우리의 눈길을 끄는 건 어디라 할 것 없이 헐벗은 산의 능선과 계곡입니다. 이 전경을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인천 옹진 시도에서 본 북한산"입니다. 촬영년도는 1916년이고요. 촬영자는 그 유명한 동경제대 인류학고의 도리이 류조(鳥居龍藏) 교수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상상하고 이 사진을 찍었을까요?
역시 도리이 류조 교수가 1916년 찍은 '경기 김포 읍에서 본 북한산'입니다. 김포 옹진 등지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무슨 의도로 찍었을지 궁금합니다.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방팔방에서 조망한 사진들로 유명한 안승일 작가도 이곳에서 찍었을지 한번 책을 펼쳐 보아야겠습니다.
확대해 보았습니다. 도봉산에 이어 우이령고개 그리고 인수봉과 북한산 만경대 등등에서 남단으로 문수봉 등에 이러기까지 북한산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1916년 '서울 도봉 조선시대 분묘 발굴 상태'라는 제목의 사진한장입니다. 누구에 의해서인지 발굴이 끝났고, 석상들이 넘어져 있습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건 평야 뒤 또다른 산입니다. 저멀리 강물이 흘러가는 걸 보면 중랑천일 듯 하고, 그러니까 저 산은 수락산과 불암산이기 쉽습니다.
수락산 불암산 전경을 담은 건 아무래도 첫사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도봉산 사진은 1904년 신혼여행차 한국을 찾은 독일인 부부가 찍은 게 처음으로 추정됩니다. 그 사진은 예전에 올린 적이 있고요. "독일인 부부의 한국신혼여행 1904"(살림)에 그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참고로 1916년이면 일제 강점기 초기입니다. 마들평야에는 민가가 그리 많지 않았을 때입니다. 보시다시피 수락산은 산정상까지 거의 헐벗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울근교 뿐 아니라 전국의 야산들이 이런 상태가 된 건 일제가 약탈해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남벌로 인해 땔깜문제, 홍수피해 등등 조선말기 조정은 근심이 적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