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는 북한산이 왜 아름답다고 했을까.

카테고리 없음|2019. 11. 15. 18:40

김용기 장로는 1962년 가나안 농군학교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이런 노래를 가르쳤다.

 

 

"인왕산에 올라 서서봐(338m).

남산을 보니 두치 산(273m)이라.

북악산 산 사이(342m)에 두고,

북한산은 아름다워라(836m :美)"

 

노래가사는 서울의 산인 인왕산, 남산,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 높이를 외우는 거였다.

나머지 산 높이는 그대로인데, 북한산은 아름다워라라고만 하고 그만두었을까?

 

밤새도록 자는둥 마는둥, 꿈속에서도 이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그 비밀을 알아냈다.

 

 

2002년 서울대 농과대학 산악회는 "서둔벌 산벗들 산행 40년"이라는 회고집을 냈다.

6,70년대 등산에 대해 좋은 글들이 많다. 한권을 갖고 있는데, 자료삼아 이번에 다시 한권을 샀다.

 

책은 읽을때마다 다르다더니, 이번에 눈길을 끈 건 진교춘의 글 중 아래의 구절이었다.

 

 

진교춘은 1962년 서울대 농대에 입학했다.

중학교때 산을 접했고, 고등학교때는 '이왕 등산할거면 미처버리자'라는 신조로 몰입했다.

서울대 농대에 입학해서 산악부를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그의 등산 회고담은 그시절을 잘 반영하고 있다. 놀라운 기억력으로 어쩌면 활극 같은 산행 이야기가 줄곧 이어진다. 고등학교때는 소요산에서 늑대소리와 여우를 만났다는 이야기이며, 용문산 적설기 등산에서 40도짜리로 추위를 달랜 일 등등 이야기가 계속된다.

 

고등학교 여름방학때는 설악산과 동해안을 거쳐 울릉도까지 40여일간 모험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학교문화에서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일 것이다. 설악산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길로 비선대까지 걸아갔다고 한다.

 

서울대 농대에에 입학한 다음 이야기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김용기 장로의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교해서 교욱을 받은 그가 40년이 지나서도 기억에 남는 구절은 당연히 산에 관한 것이다.

 

 

"인왕산에 올라 서서봐(338m). 남산을 보니 두치 산(273m)이라.

북악산 산 사이(342m)에 두고, 북한산은 아름다워라(836m :美)"

 

 

 

다른 것은 숫자를 연상하는 글자라 곧바로 이해되는데 북한산은 왜 아름답다고만 하고 그만두었을까?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사실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은 부분이라 여기고 지나쳤다.

그런데 자리에 누우니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이렇게 풀고, 저렇게 풀려고 시도하다가 잠이 들었겠다.

자면서도 살풋 잠이 깰때나, 또는 꿈속에서도 이 생각이 계속된 것 같다.

 

 

예전에 한 선배가 주식투자에 미쳤을 때는 밤새도록 주식에 대해 분석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 분석이 이어지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히 이런 건 아니지만 성철스님께서 오매일여 등의 말을 한 것도 기억난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김용기 장로의 노래에 감추어져 있는 비밀을 알아냈다.

'유레카!'

 

 

알고 나면 벌게 아닌 게 세상일이라더니 이것도 마찬가지인데, 궁금할테니 공개하겠다.

그 전에 5,60년대 서울사람들에게 서울의 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인왕산 남산 북악산 북한산이라는 걸 알수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도봉산, 관악산은 서울 근교의 산, 교외의 행락지였다.

 

 

 

비밀을 공개한다.

비밀은 아름다울 미(美)의 파자(破字)에 있다.

흔히 아름다울 미는 양(羊)이 큰(大)다고 풀이한다.

 

그런데 김용기 장로는 달랐다.

 

 

 

그분은 아름다울 미(美)를 8(八) + 3(三)+6(六)의 세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북한산 높이를 알게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

김용기 장로가 평소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사랑했기에 이런 비밀이 가능했으리라.

이 소소한 것을 밤새도록 잡고 있다가 아침에 일어난 순간의 기쁨과 함께, 40년을 사이에 두고 김용기 장로와 비밀을 공유한다는 기쁨도 그 못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북한산에 관해 소소한 스토리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좋은 - 하나를 덧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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