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등산 풍경 - 사진으로 보는 속리산
사진으로 보는 1970년대 등산풍경입니다.
암묵적으로 1970년대 유신 시대를 떠올리며 등산도 '칙칙'했을 거라 짐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지금보다 더 울긋불긋 화려한 등산패션을 자랑합니다.
하단에 777color 1975 11 이라고 적혀 있어 이들이 단풍구경을 온 걸 알 수 있습니다.
몇몇이 비잉 둘러 코펠 버너에 음식과 안주를 놓고 먹고 있습니다.
남자들 패션이야 칙칙한데, 여자들은 한결같이 빨간 색입니다.
그런데 색깔만 같을 뿐, 디자인은 다 다르군요.
처음엔 앞쪽 네명의 남녀 패션을 보고 안내산악회 회원들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런데 뒤쪽에 있는 남자들이 주로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걸 보고, 아무래도 회사에서 가을 단풍구경을 온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물론 이 사진을 구입한 건 가운데 남자의 베레모에 박혀 있는 뺏지들 때문입니다.
당시 대표적인 등산 기념품이 뺏지입니다. 같은 시기 휘발류 버너 만드는 한국의 회사가 모방과 짝퉁으로 세계에서 제일 많다고 하듯이, 뺏지도 우리나라를 따라갈 나라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같은 디자인으로 산이름만 바꾼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작권이나 디자인 개념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1970년대 한국사회가 역동적이었죠.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의 산에 고유한 도안이 있죠. 유럽 알프스도 높고 험한 산이 많은데, 우리처럼 경향각지의 '낮은' 산마다 일일이 뺏지를 발행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Horizon이라고 적혀 있는 이 돋보기 장비가 사진가용인지 금은방용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이걸 통해, 저분이 쓰고 있는 베레모의 뺏지들하고 같은 도안을 찾아 낼 수도 있습니다. 같
같은 팀이 찍은 또다른 사진 한장입니다. 전체적으로 빨간색임을 알게 됩니다. 겨울에 하늘도 흰색이고 눈설백설하여 온세상이 흰색이라고 하는데, 가을 단풍은 산도 울긋불긋하고 사람도 울긋불긋했겠습니다. 맨 앞쪽 좌측에서 세번째 여자분, 맨뒤 두번째 여자분의 모자에도 뺏지들이 제법 많이 붙어 있습니다.
등산문화를 어떤 관점으로 보자면, 1970년대가 제일 절정이었기도 합니다. 80년대 넘어서서는 등산기념품도 그러하고, 역동성도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 암자는 뭐랄까 기둥도 문도 정원도 뭔가 새로이 지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진 뒤쪽에'개금 불사중이오니 수희동참을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역시 사진가용 돋보기로 보니 그 밑에 "중사자암"이라고 적혀 있어 이곳이 속리산임을 알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중사자암은 신라때 창간되어 세조와도 관련이 있어 제법 번창했음을 알게 됩니다. 상사자암과 하사자암도 있었을 텐데, 일제시대때 소실되었다고 하네요. 중사자암은 고종때 왕실의 후원을 입어 다시 중창했다가 6·25전쟁 때 소실되어 폐허로 있다가 1957년 10월에 중건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20년이 채 되지 않았군요.
재미있는 글귀도 눈에 띕니다. 편액이 붙어 있을 곳에 "금연"이 적혀 있군요. 저시절까지만 해도 사찰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등산문화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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