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우리가 오른 매혹의 명산들 봉우리는...
알고나면 그런가 싶을텐데, 1980년대 우리네 산 봉우리하고 지금 봉우리하고 무슨 차이 있을까요? 오늘은 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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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에서 1988년 초보자를 위한 등산코스 안내집으로 "매혹의 명산 35"를 펴냈습니다.
이 책은 헌책방 어디에나 있고 벌써 집에도 두어권 있을텐데, 이번에 헌책방에서 보니 또 새로운게^^ 눈에 띄어 다시 샀습니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리 모습, 인조물(人造物)들에 관심을 두고 모셔옵니다.
지금과 다른 제일 큰 특징은 이것입니다. 인조인간 정상석이 지금은 지방의 작달만한 산들에도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는데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리산 천왕봉 말고는 거의 없다는 걸 오늘에사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말에는 저자소개가 없어 아쉬운데 윤석준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간 우리의 명산도 많이 변했습니다. 교통과 코스와 인조물 등이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샘터사는 이와 같은 점을 착안, 저에게 전국의 명산을 다시 한번 순례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 있는 코스는 지금 막 산에 다녀오서 쓴 것이라 생각하시면 틀림없습니다.
일본이 1956년 마나슬루 세계초등이후 등산 붐이 일었듯이, 우리도 슬슬 살만해지기도 했거니와 1977년 에베레스트 한국 초등 이후 등산이 폭발했습니다.
어느정도이냐 하면 5년이 겨우 지난 1993년에 벌써 12쇄를 펴냅니다.
당시 샘터사 이름값으로 보자면 1쇄가 최소 3000부는 되지 않을까요. 4만부 가까이 팔렸겠네요.
덕유산 정상의 인조물은 이렇습니다.
표지판은 돌로 되어 있는데, 동엽령, 칠봉 적상산입니다. 지금은 칠봉이 통제구간이라 바뀌었겠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이 표지판은 전북체신청, 전북산악연맹이 세웠군요. 아마 당시 대산연 전북연맹 회장이 체신청 관련 인물이었을까요.
오른쪽 덕유산 정상은 돌탑이었습니다.
지금은 바뀌어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입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정상석 밑자락이 훨신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네요.
우리나라 정상석 중에 그 변천사가 제일 뚜렷한 게 지리산입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죠.
지금보자면, 이 정상석은 다른 산에 비해 가장 이른 시기라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여러사람이 함께 서면 허리높이, 손을 꼭 대면 딱 좋은 그런 규모죠.
오대산 비로봉 정상입니다. 지금은 아마 정상석이 세워져 있을 것 같습니다.
소백산 국망봉입니다.
삼각점 뒤쪽으로 다행히 적당한 바위가 있어서 흰 페인트로 씌여져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보란듯이 정상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 정상석입니다.
지금은 검색해보면 번듯하고 매끈한 외부의 돌이 헬리콥터로 올려져 세워져 있습니다.
어랏. 연화제2봉이군요.
중간 기단은 시멘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예외적으로 번듯한 정상석이 있는 이유는 이곳이 천문대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지금은 매끈한 식스팩, 상남자 같은 정상석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마치 과거를 분식한 듯한 그런 색깔과 크기와 맨드럼하게 깍은 돌이군요.
뭐랄까 저는 이런 걸 보면, 시골가다가 만나는 비석 생각이 납니다.
별 대단하지도 않은 이력의 부모를 돈좀 번 후손이 번듯하게 오석(烏石)으로 세운 비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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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라고 하죠.
백두산이야 화산이라 제대로 된 돌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돌을 가져와야겠지만,
남한의 산들은 그 산에서 난 돌로 세우면 안될까요?
자기 뱃속에서 난 돌이면 무겁지 않으려니와,
본디 근본도 출처도 모르는 걸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그 산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힘겨울까요
그리고 밤이 되면 주변의 돌한테 따돌림 당하지나 않을려나....
다석 유영모 선생은 우리말 '꼭대기'를 손을 꼭 댄다고 해서 꼭대기라고 한다고 풀죠.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은 '꼭 대어 보고 싶습니다.
지리산 천왕봉도 사이즈가 '꼭 대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높지도 않은데, 명성도 그렇지 않은데, 인조인간 로보트 같은 돌에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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