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도착한 입장권, 설악산아 반가워

등산의 재구성|2020. 8. 26. 22:44

전쟁도 아니고 4년만에 도착한 택배라니, 이게 실화임?

국제우편이라면 돌고 돌다 100년만에도 온다더니, 1987년 설악산 입장권이, 이게 실화입니까?

설악산 입장권이 4년만에 아니 33년만에 도착했습니다.


입장권 한장에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도 있는데, 요즘같은 시국에 한가로운 사랑방 이야기나 천천히 나누어 볼까요....~


2016년 12월 15일 입금표시입니다. 

9000원에는 택배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설악산 입장권은 6000원이었을 듯 합니다. 지금은 같은 사이트에서 얼마에 파는지 차마 놀라실까 말씀 못드리겠습니다.



입장권을 열정적으로 컬렉팅하지 않는 판에 굳이 이 한장을 사려고 한 까닭은 '흔들바위'때문입니다. 설악산 그 중에도 '흔들바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컬렉팅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고 전화도 안되고 해서 고객게시판을 보았더니 그해 여름부터 많은 이들이 미발송으로 항의를 하고 있네요. 쇼핑몰 운영자가 사정이 생겨 잠적했었나 봅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가리늦게 덜컥 주문한 셈이죠. 흔들바위가 들어간 설악산 입장권은 이 한종류밖에 없는 듯 한데 영 아쉽더군요.


그러다가 잊어버렸는데, 얼마전 검색하다가 같은 사이트가 뜨네요. 들어가보니, 6개월 정도 지난 후부터 정상화 되었고, 그동안 배송받지 못한 이들에게 배송 또는 환불해 준다는 공지글이 있는데, 저야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이번에 알아차린거죠. 위의 입금표를 보여주니 찾아서 발송해 주네요.



앞부분은 이렇고요. 당시 사무실이 없어서 받지 못했는데요.

두번째 배달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우체국으로 가서 찾아왔습니다.



뒷부분은 이렇게 일일이 우표를 붙였습니다. 골동 관련하신 분들 중에는 이렇게 우표를 붙여서 보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구겨지지 않게 포장을 잘해 놓았는데, 그 안에 이렇게 설악산이 들어 있습니다.



하단에 연도 날인이 애매한데, 아래에 보듯이 1987년 10월이 맞습니다. 벌써 33년 전 입장권입니다. 독하게^^ 작정하면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컬렉팅해서 입장권의 변천사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6,7,80년대 시민들에게는 설악산 이미지 중에 흔들바위가 우선적으로 꼽히는데요. 설악산의 악을 岳이 아니라 어려운 嶽으로 표기하던 관공서나 학계에서는 싫어했습니다. 그런만큼 입장권 도안이 흔들바위인 것은 이 한장으로 보입니다. 



여행객이 투고한 사진이었을까요, 아니면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연출한 것일까요?

엄마의 자신만만한 연파란색 바지패션은 기억나지 않지만, 조카들을 돌이켜 보면 80년대 중반 어린이들의 패션이 저러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보니 또 새삼스럽게 이 입장권에서 역사의 한 시대, 잊혀졌던 표어가 기억납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보태 봅니다.



바로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말이죠. 70년대 내내 어린 아이들의 뇌리에도 주입되었죠. 이 구절은 1973년에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널리 알리기 시작했나 봅니다. 세상에 그 협회 이름이 가족'계획'협회라니. 1999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로 2005년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명칭을 바꾸어 현재에 이러고 있나 봅니다. '계획'이나 '보건복지'나 똑같이 '관제'의 성격이 드러나네요.


그래서 1987년 입장권에는 엄마와 초등학생 두명이 등장하는 거죠. 게다가 저시절은 본격적으로 '마이카'시대가 펼쳐진 때입니다. 1970년대 후반은 1980년대면 마이카 시대가 올거라고 기대를 했고, 1980년대 초반에는 마이카 시대를 대비하자고들 했죠.


이제 1987년 아빠가 운전하고 뒷자리에는 아이 둘, 핵가족이 오붓하게 고속도로를 달려 여행을 가는 문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는거죠. 물론 이는 도시의 중상류층 이야기일테고요. 저와 같은 시골아이들은 엄마아빠와 형제만 따로 함께 여행을 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지금도 사실 상상이 잘 안됩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에는 대가족, 할아버지 할머니와 삼촌 고모 등이 결합되어 있었으니까요. 



뒷면을 볼까요. 설악산 국립공원 입장료 1000원, 공원입장료 400원, 문화재 보호비 600원입니다. 

재미있군요. 지금은 문화재 관람료라고 할텐데 저시절은 관람료가 아니라 '보호비'입니다. 


저시절은 산을 가도 여행객이 많아 사찰을 필수적으로 찾기 쉽상입니다. 그들은 문화재를 '관람'하게 되죠. 지금은 등산객이 많아 사찰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관람'료를 내라고 하니 불만이 많습니다. 따라서 사찰측에서 보자면 문화재 보호료라고 이름을 바꾸는게 묘안이 될 것 같습니다. 넓고넓은 사찰 소유지을 밟고 다니는 것 자체가 사찰의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문화재 사랑, 나라사랑"이라는 표어를 보면 누가 입장료를 받는지 알겠습니다.~



이제 여기서 같은 시기 설악산의 또다른 입장권을 보시겠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실 겁니다.


도안은 다릅니다. 마등령 천화대이군요. '명랑하게 깨끗하게 친절하게'라는 구호인데, 놀랍게도 입장료가 400원으로 위와 똑같고, 문화재 보호비가 없습니다. 주체가 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장뿐이네요. 어째서 이런일이 생겼을까요?


그건 바로 이 입장권은 백담사쪽에서 받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오직 등산박물관에서만 공유하는 정보^^를 소개합니다.



문화재 관람료 인상 추이입니다. 지리산에는 구례쪽 화엄사와 천은사, 연곡사 그리고 하동의 쌍계사만 받고 있고 각각 요금이 다른 걸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남원과 함양 그리고 산청은 '문화재'관람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기준을 넘어서는 문화재가 있어야 받을 수 있었나 봅니다.


설악산은 따라서 백담사쪽은 없고, 신흥사쪽만 1984년에는 350원, 1987년 상반기에는 500원이었다가 하반기에 600원이 되는군요.



국립공원 입장료 인상추이입니다. 1985년가 1991년 사이가 너무 벌어지긴 했는데, 80년대 중후반은 400원정도인거죠.


이제 테스트를 해볼까 합니다.

1983년이라고 적혀있는 이 설악산 입장권은 150원에서 220원으로 올랐군요. 위에서 보듯 이건 학생이고 백담사쪽에서 입장한 걸로 추정됩니다.


두번째 영수증입니다. 300원이군요. 사진에 1983년 10월이라고 스탬프가 찍혀있지않다고 하더라도 1983년인 걸 알게 됩니다. 저시절 문화재 관람료를 안받았다면 모를까, 이 입장권은 그래서 백담사 입구에서 발행한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설악산 입장권은 같은 시기 두종류가 있게 됩니다. 지리산은? 문화재를 받는 4곳하고 남원, 함양, 산청은 같은 도안이다면 총 5종류, 다른 도안이다면 7종이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입장권 컬렉션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기게 된다는 걸 아시게 됩니다.


(*추가: 그시절 다른 입장권을 보니, 천은사 화엄사 등은 지리산 공원 남부관리사무소관할이고, 함양과 산청은 동부관리사무소로 보입니다.)


이 입장료의 추이에 대해서는 오른쪽 상단 검색창에 '입장권'으로 검색하시면 더 자세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입장권 컬렉터 중에도 모르는 분들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입장권에는 이야기도 많네라는 잡설을 푼 사랑방을 닫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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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몰라 금방 검색했더니, 현재는 관람료가 아니라 문화재구역 입장료라고 부르는군요. 그동안 입장권의 발행주체 또는 징수주체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관리사무소장과 신흥사 주지입니다. 따로 받기도 하고 공단에서 대신 징수해주기도 하며 변해온 걸로 압니다. 지금은 공원입장료가 사라졌으니 해당 사찰이 주체가 되네요.




갑자기 병속에 담긴 편지라는 영화가 떠올라 검색해 보았습니다. 남자 얼굴은 케빈코스트너인 건 기억나는데, 여주인공은 누군가 했더니 로빈 라이트라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상당히 보았네요. 포레스트 검프에도 나왔고, , 몰 플랜더스, 언브레이크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밀레니엄 등등인데, 영화계를 떠나 등산계로 진입한지 오래되어 어떤 역할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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