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요정산악회라는 산악회가 있던 시절...

등산의 재구성|2020. 9. 2. 19:46

길을 잃어 헤메일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듯이, 검색을 하다가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습니다.글자 한자 살짝 잘못되면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지기도 하죠.


해방정국때 둘만 모이면 정당을 만든다는 비유가 맞다면, 지금이나 그때나 둘만 모이면 산악회를 만드는 한국사회인데요. 아마 전세계에서 산악회가 제일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정도이냐 하면 한때 '해외요정산악회'라는 명칭의 산악회까지 있었습니다.



밤의 단어인 '요정'과 한낮의 '산악회'와는 결코 연관지을 수 없죠. 따라서 아무도 검색을 할 생각이 없을 겁니다. 저역시 다른 검색어를 넣었는데, 이게 튀어 나와서 좀 놀랐습니다. AI스럽게 맞춤 동영상을 추천한다는 유튜브라면 또 모를까 네이버가 이러니 무슨 일인가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1969년 "해외요정산악회 훈련생 10명 설악산서 조난사망'이라고 적혀있는데, 글은 저렇게 써도 곧바로 설악산 10동지 사건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보다 정확한 명칭은 '한국산악회 해외원정훈련대 '가 되어야 합니다. 훈련대가 아니라 훈련생이라 한 건 등산용어가 일반화되지 않던 시절이라 이해되는데, 원정이 아니라 요정인 건 무슨 까닭일까요.


한자를 유심히 보니 원정의 원이 멀 원()이 아니라 멀 요()입니다. 단어가 비슷한데다 뜻도 같아 생긴 실수입니다. 혹시 싶어 원문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1969년 12월 30일 60년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신문에 '육십년대 연대표'가 한편 차지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읽어가니 1960년대 외국이나 우리나라라나 참 복잡다단했네요. 



원문에는 원정(遠征)이라고 정확히 되어 있네요. 언젠가 네이버가 뉴스라이브러리를 만들면서 원문을 타이핑하는 작업을 우리보다 한자가 더 능통한 조선족에게 맡겼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원정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중국의 요나라 '요'라는 한자를 잘 모르는 한국인이라면 생겨나지 않았을 해프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참에 멀다라는 한자어에 대해 한번 살펴보고 갈까요.




동료, 관료, 각료 할 때의 동료 료(僚)와 멀 료 그리고 치료 료(療)의 음에 해당하는 한자는 똑같습니다. 등산의 근본인 동료, 친구이니만치 이 참에 어거지로 외우는 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이를 알면 치료라는 한자까지 알게 되죠.

친구 료(僚)를 풀이하면,  사람(人)을 크게(大), 태양을 작게(小) 생각해야 한다 쯤 하면 될겁니다. 찬찬히 보면 그렇게 생겼습니다.


이참에 똑같이 뜻도 똑같고 음도 똑같은 멀 료(遙)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한국어에는 소요산할떄의 요, 요원하다 할때의 요에 쓰이는데요.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좀 더 빈번히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명한 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이치(泉靖一)교수는 일제하 식민지 조선에서 전문등반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의 자전기는 곧 산악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하루재클럽에서 번역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일본어 제목이 '遙かな山やま '입니다. 우리말로 하루카나 야마야마라고 읽습니다.



일본어에서 遙(하루카)라는 단어를 종종봅니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아득히 먼'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저 책은 젊은시절 내가 동경하고 올랐던 '아득히 먼 산, 아련한 산'의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일제하 일본인이 본 북한산 도봉산 금강산 등은 어떠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요遙'라는 단어도 외우는 법이 있는데, 이런 암기법은 자꾸하면 실없으니 그만두겠습니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덧붙여)




끝내기전에 1969년 한국사회에 충격을 준 대형 재난 사고입니다. 1월 31일 천안역에서 열차끼리 충돌해서 41명 사망했군요. 7월 31일은 화천서 폭우와 산사태로 64명이나 사망했습니다. 9월 14일에는 삼남지방에 폭우로 자그마치 355명이나 사망하고 55명 실종했습니다. 비통한 한해였네요.




영화가 유행했던 시절, 12월 30일자 동아일보 하단의 영화광고 중 일부입니다. 새해 1970년 1월 1일 대개봉합니다. 김지미가 주연한 여자하숙생, 문희가 주연한 지하여자대학'을 광고하고 있는데요. 둘다 제목이 참 거시기하고요. 특히 '여자하숙생'의 문구는 낮뜨거워 옮기지 못하겠습니다....~~~



이상 어쩌면 90년대 동남아 원정관광이라는 이름의 성관광행태가 떠오르는 해외요정산악회라는 명칭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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