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등산뺏지들...설악산, 북한산 마니산 표충사 등등

등산의 재구성|2020. 9. 1. 22:32

오랫만에 추억의 등산뺏지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등산기념품을 수집해 오고 있었는데요. 글의 주제가 정해지면 뭐랄까 한쪽으로 편향되다보니 뺏지를 올린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대상은 설악산, 북한산, 강화 마니산, 부여, 경주, 밀양천황산, 서포리 등입니다.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과도하게 걱정하지는 않나, 그러다보니 '자기의 과거'를 잊어버리지나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등산로 입구 상가에서 어떤 뺏지가 좋을까 라며 살뜰히 고르던 시절 말이죠.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도 추억은 상당히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이기 쉽겠죠. 이 뺏지들이 잠시 쉬는 시간이나 추억의 실마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녹슬고 오래되어 흐릿하지만 낙산사 뺏지입니다. 60년대풍의 뺏지이고요. 피켈과 그 아래 램프가 사찰의 석등인양 배치되어 있고 낙산사 위에는 하얀 갈매기가 날고 있습니다. 수학여행 때 낙산사에서 동해바다를 처음 본 친구들도 없지 않았을 겁니다. 망망대해를 말이죠. 그런만치 낙산사 뺏지는 적지 않습니다.


저는 바다하면 해운대라는 수필이 여즉 뜨오릅니다. 춘원 이광수가 썼던가요. "해운대는 슬픈 곳일러라. 인생의 타는 가슴을 식히는 듯 더 태우고 돌아오는 곳일러라"라고 끝납니다.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보았을 텐데, 사춘기의 감수성과 딱 맞아 떨어져서인지 거듭 읽어 지금도 곧바로 입에서 되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문장이 도저히 검색이 되지 않네요.



컬렉팅에서 깨끗한 놈을 하나 찾았습니다. 녹색피켈에 빨간 랜턴인데요. 색깔은 그때그때 화가마음대로 달라집니다.

 

설악산이라고 글씨체도 옛스러운 이 뺏지 역시 60년대 것입니다. 이파리 모양에 많은 것을 담았는데요. 왼쪽에 하트가 두개나 있습니다. 하트는 저시절 뺏지에 흔히 등장하는 문양이 아닙니다. 궁금해서 좀더 깨끗한 걸 찾아보았더니 여시 그랬군요.



좌측에 등산화가 있고, 그 위에 피켈이 설악산 침봉 사이에 있습니다. 오른쪽 빨간색 테두리는 마치 톱니바뀌처럼 되어 있는데요. 나뭇잎 결이면서 동시에 당시 등산의 대명사인 로프(자일)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계조암입니다. 70년대 뺏지이고요. 계조암은 흔들바위와 울산바위에 치여서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분위기 삭막하게 독수리를 도안으로 사용하고 있군요. 저시절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한 동물은 독수리였습니다. 하늘을 훨훨나는 자유의 상징이라서일까요.


혹시라도 호랑이가 아닐까 싶을 수도 있겠는데요. 호랑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통계를 내보지 않았지만,  좌청룡우백호라고 하듯이 용이 호랑이보다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도봉산 송추, 일영 기념입니다. 피켈을 가로지르고 그 아래에 명승지를 적는 이 도안은 상당히 널리 애용되었습니다. 일영에 무슨 전통사찰이 있을까 싶은데요. 사찰 앞에 파라솔을 설치한 건 그만큼 이곳을 어떻게 표현해내야할까 고심을 한 흔적이겠죠.



서포리입니다. 가보지 않아 어딜까 싶었더니 인천 덕적도에 있군요. 색색의 파라솔 밑, 모래밭에 누워 있는 비키니 여자는 해수욕장 뺏지의 단골입니다. 색깔이 바래져서 원래 어떠했을지 궁금할 수도 있겠는데요.


연포해수욕장의 것을 가져와 봅니다. 이건 어째 만화가 강철수의 "발바리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지 못한 저는 지금도 바다하면 실제의 바다가 아니라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의 멜로디와 가사가 우선 떠오릅니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한다는 말은 안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의 발자욱 끝없이 남기며.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금방 유튜브에서 들어도 여전히 설레입니다. 없는 -있으면 좋았을 법한 - 추억이 막 만들어집니다.

필시 갈매기일텐데 사랑의 메신저 비둘기로 표현되어 있고요. 그 아래에 원색의 파라솔, 그리고 잔잔한 바다로 뛰어드는 비키니가 해수욕장의 상징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해수욕장중에 가장 많은 뺏지가 발행된 곳은 단연코 대천해수욕장입니다. 대천해수욕장은 피서철 특별열차도 편성될 정도로 그곳과 추억이 있는 분들 많을 겁니다. 최불암 선생도 5,60년대 가족과 했던 대천해수욕장 추억을 우선 떠올린다고 언젠가 적고 있습니다.

천황산 표충사입니다. 보시다시피 맨 오른쪽은 침봉인 듯 로프가 있습니다. 로프는 전문 등반장비가 아니라 그냥 등산의 상징으로 차용되고 있습니다.


지금 뺏지를 만든다면 영남알프스라는 이름도 붙여질텐데, 저 시절은 천황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천황산말고 다른 영남 알프스 산들은 뺏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강화 마니산 뺏지 3종입니다. 이 뺏지를 구입한 분은 아마 다른 곳에서는 하나씩 구입하다가 마니산 와서 3종이나 산 걸 보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뺏지 컬렉팅을 할까 고민을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범종. 보문사. 파계사 성화 그리고 전등사가 대표 명소인데요. 파계사라는 사찰명이 영 익숙하지 않아서 검색해보니 나오지 않고 있네요. 무슨 일일까요?

전등사. 울긋불긋 단풍으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단풍놀이삼아 산을 제일 많이 찾던 시절을 반영합니다.

또다른 전등사 뺏지. 여러가지를 담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나무 오른쪽 목탁처럼 생긴건 무얼까 궁금해집니다.

불국사입니다. 경주는 명소마다 상당한 종류의 뺏지를 발행했습니다. 한때는 집중해서 모으는 재미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른 '산'들에 밀려버렸습니다. 

89년 2월  1일 서울산악연맹에서 주최한 제 18회 설제 뺏지입니다. 서울시연맹이 진행하는 시산제격의 설제는 상당히 인기가 많았는지, 뺏지들이 자주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 도안이 하켄인듯 카라비너인듯 애매해서 이리보고 저리 만지작거리다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1989년은 뱀띠이더군요. 설제 도안은 그해 동물을 기초로 한 시절이 있습니다. 뱀의 혀와 긴 몸으로 하켄과 카라비너를 표현해 낸 수작입니다.



하켄과 카라비너를 뱀으로 표현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합니다. 누구일지 궁금해지고요. 참고로 제가 운영하는 "등산의 재구성"의 한 장면도 함께 검색되네요. 카라비너에 대해 미쳐 몰랐던 것들이라는 주제인데 한번 클릭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1981년 만들어진 신한전기 산악회 뺏지입니다. 이곳이 어디일지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놀랍네요.


NKE(New Korea Electric Co)를 찾아냈습니다. 홈페이지에 의하면,


 1966년 설립한 신한전기는 지난 30 여년간 한길만을 걸어온 변압기 제조 전문업체로, 꾸준한 기술개발과 시설의 확충 및 개선으로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변압기를 생산하여 전력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특히 국내수요 충족뿐만 아니라 1969년 최초로 변압기 수출을 시작한 이래 널리 해외시장에서도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미국을 비롯한 중동,동남아 등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78년 산업포장과 91년 500만불 수출 수상이란 영광으로 이어져 신한의 눈부신 성장을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1966년 설립한 회사가 아직까지 견실하게 운영되는 듯 하고요.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압기'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업체인 듯 합니다. 그동안 확장과 새로운 분야로의 수많은 유혹이 있었을텐데요. 저간의 내막이 궁금합니다.


아무튼 한참 산악회가 분위기 좋던 시절 그들도 신한전기산악회를 만든 셈입니다. 그러나 이런 뺏지까기 만들며 열심히 산을 올랐다는 사실은 그들은 잊어버렸겠죠...


그리고 중심테마는 아니지만, 경주불국사 키홀더 하나를 소개합니다. 영어로 Bulguk-Sa Temple이라는 표기 방법이 이 열쇠고리를 언제 만들었는지 단초가 될 것 같습니다. 영어표기는 계속해서 바뀌워 왔으니까요.


다보탑.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불국사와 이 정교한 돌탑에 얽힌 이야기로 궁금해했습니다. 신비로 가득한 곳일거라고요. 인연이 닿지 않아서 20년 전 딱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절인연이 있는건데, 그때는 너무 나이들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더군요. 가보지 못한 산들, 가보지 못한 바다들 가득한데 이렇게 '등산과 여행의 재구성', 등산박물관을 운영하려 든다는 건 뭐랄까 이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여 낙화암 고란사 그리고 사자루가 들어가 있는 뺏지. 표목도 흔한 도안 디자인인데요. '어디로 갈까나' 


갈길은 모르나 왔던 길은 기억나니, 요즘처럼 험악한 시절에 잠시 자극에서 떨어져 이뺏지들을 기회로 그때 그시절을 그리고 함께 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말고 함께 땀을 흘리고 같은 길을 걷고 밥을 먹던 친구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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