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화학 공업사 산악부를 통해 본 1960년대 등산 이야기

산에 가는 길|2019. 11. 5. 16:57

한장의 사진을 통해 그때 그시절을 복원해 본다.

오늘의 주인공은 (주) 럭키화학 공업사 산악부.

'락희'도 아니고, 럭키금성과  LG도 아닌 시절 이야기가 되시겠다.

 

 

옷 입음새나 나무잎을 보면 따뜻한 봄날처럼 보인다. 웃음도 밝고 환하다.

하단 깃발에 '럭키화학 공업사 산악부'라고 적혀 있다.

 

구인회는 1947년에는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운다. 196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1974년 럭키 그룹의 주력사로 회사명을 '럭키'로 개명한다.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그룹명이 바뀐 이후 한참 뒤 LG 화학과 LG생활건강으로 나뉘게 된다.

 

등산 사진 한장을 이해하는데에도 이정도 근현대사 배경 지식이 필요하시겠다. 검색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사진의 연대를 추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등산박물관이 등장하는 것도 다 시절운이 있는 거다.

 

이제 사진을 하나하나 분석한다음 다시 조합을 해보자.

 

 

1) 언제적 산행일까?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주) 럭키 화학 공업사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1966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후부터 1973년 (주) 럭키로 바뀌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사진의 재질을 보면 60년대로 추정된다.

 

산악회가 아니라 산악'부'라고 한 까닭은 여러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산악회를 이끌었던 대학의 산악클럽이'산악부'라고 명명하는 방식을 따서일 수도 있겠다.

기업이나 은행에서 '부'라고 불렀던 제일 유력한 이유는 이거다.

노조 비슷한 '사우회' 또는 '행우회' 소속의 여러 '부'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2) 지금 이들은 어떤 성격의 산행을 하고 있을까?

 

당시 이정도 대기업 산악회는 한달에 한번정도씩 지방원정 산행을 했는데 이건 그 상황은 아니다

깃발의 폴대도 약하고, 9명이 찍었는데 두개나 되고, 가슴에는 6과 7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회사내 '등산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일년에 한번 정도씩 이 규모의 회사는 '등산대회'라는 명목으로 전직원 참석하여 놀았다.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회사에 따라 순위경쟁을 하기도 하고, 경품도 나누어 주면서 말이다.

이들은 같은 부서일 가능성이 높고 사진을 찍는 이와 함께 10명이 한 조가 된 셈이다.

 

 

3) 당시 회사 산악부는 다소 럭셔리 클럽에 가까웠다고 보아야 하다.

 

단일 회사 차원에서 지방 원정 산행을 가기 위해서는 전세버스를 대절하는 방식 밖에 없었다.

40명을 채우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불가능했다.

또 회사차원에서도 사원의 친목과 인화를 위해 산악부 운영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땅의 노동운동에 기폭제가 된 전태일 열사도 60년대 중후반 친구들이나 평화시장 회원들과 주말에 나들이를 가기도 했으나,

주로 북한산 계곡이었고  서울 바깥이라 해도 공공버스나 기차를 타고 간 야유회 성격이 강했다.

 

196,70년대 기업 소속 산악회는 은행이나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그런만큼 이들은 대한산악연맹이나 한국산악회같은 상급단체에 가입을 해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

 

4) 당시 산악부원의 구성은 어떠했을까?

 

사진을 찍은 이는 중년의 남자일 것이다.

당시 사진기는 고가였고, 따라서 산악회 내로 보자면 중년의 남자들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총 10명 중에 남자 4명과 여자 6명이다. 여자가 더 많다.

 

주목할 것은 남자층의 연령대와 여자층의 연령대이다. 맨 왼쪽의 남자가 2,30대 청년으로 보이고, 나머지 3명은 40대 이상의 유부남으로 보인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20대 초중반들이다.

 

유부남과 처녀들의 조합이라는 거.

이게 당시 회사 산악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원 구성의 형식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째 결혼한 여자는 회사를 퇴사하는 관행을 들 수 있다.

두번째 젊은 남자들은 주말에 산보다도 친구들과 술마시며 노는 게 더 좋았으리라 짐작한다.

산에 가보았자 짐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았고..

 

 

어쩌면 이 사실은 조금은 놀라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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