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들은 왜 일본영화를 이렇게 취급할까?

산에 가는 길|2019. 11. 26. 18:26

일본어 공부 삼아 일본 영화 DVD를 보려 하지 않은 이라면 결코 알지 못할 일이 있다. 일본 영화에 일본어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이다. 중국영화에도 중국어 자막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할까?

 

                                                        *영화 산: 원제는 모든 이의 산(岳 みんなの山)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건 일본의 등산서적을 읽고 싶어서이다. 한국 산악계는 불행한 역사로 인하여 가깝고도 먼나라인 일본 산악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어 등산서적은 거의 번역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본어를 독학해서 일본어 산악서를 소개하고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독해용으로 일본어 책만 보면 지루해지기 쉽다.  유투브에서 일본영화를 검색해서 보면서 활력도 찾으면서 현대 구어체도 배우게 된다. 영화를 선택하는 요령은 등산관련한 영화보다도 일본어 자막이 있는지 없는지가 최우선이다. 도서관에서 DVD를 대여하기도 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빌리면서 놀라운 일을 알게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이전에 '아무도 모른다'를 본 적이 있는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추천해서 빌렸다. 영화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어 자막이 없다.

 

보시다시피 자막은 한국어와 영어 뿐이다. 실제로는 영어 자막도 없다. 김이 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해서 다른 일본어 영화를 검색해 보았다.

 

 

 

1990년경 화보집 "산타페"로 상종가를 친 미야자와 리에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종이달"은 오직 한국어만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용의자 X의 헌신"은 한국어와 함께 다행히도 일본어가 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도쿄이야기"를 재해석한 "동경가족"(2013)도 한국어와 영어만 있다.

성급하긴 한데 여기서 추측을 하자면 일본어가 없는 게 더 많은 걸로 보인다.

 

글의 길이상 중국영화는 언급하지 않겠는데, 중국영화에도 자막이 중국어가 없는 게 많이 있다.

그러나 일본어는 중국어보다 더 아래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서구 영화는 그렇지 않다. 처음 알게 된 "기적의 소년"이라는 영화의 자막은 찬란하다. 한국어, 영어 SDH,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광동어, 북경어, 말레이어, 태국어, 베트남어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글래스"도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ไทย, 粤語字幕, 한국어, 中文 이라고 한다. 어느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언어도 있는데, 아무튼 중국어는 자막언어에 있다. 일본어는 없다.

 

자막을 넣는 시스템에 대해서 알지를 못한다. 일본어가 없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이 한국영화나 중국영화 그리고 서구 영화를 DVD로 보려한다 치자. 일본어 자막이 없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인들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하는게 경제학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아닐까.

 

공익적 효과도 있다. 좋아하는 영화를 통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누구나 추천하는 방식이다. 따로 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지하철에서도 반복가능하다. 그런데도 어떤 이유로 일본영화와 중국영화에 중국어 자막과 특히 일본어 자막을 넣지 않는걸까?

 

유메마쿠라 바쿠의 산악소설 "신들의 봉우리"는 다니구치 케이가 만화로도 그렸다. 아마도 산악만화중에서 전세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추측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도 번역되어 있다.

 

이 소설은 "에베레스트, 신들의 봉우리"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다. 산악영화이니만큼, 일본어 자막이 있으면 등산관련 용어까지도도 일본어 공부삼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마 이 영화도 일본어 자막이 없이 DVD로 출시될 것이다. 아무래도 일본어 고수가 된 다음에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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