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 교수의 PCT 트레일 이야기입니다.

산에 가는 길|2019. 11. 20. 23:33



지난 10월 한국산서회 모임에서는 미국의 PCT 트레일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발표자는 전(前)  유한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이자  현 등산교육원 전임강사인 유승현 교수입니다. 140여일 동안에 걸쳐 한번에 종주를 끝냈는데, 발표의 마지막은 '산의 광막함'을 느꼈다"라는 감동적인 문구로 끝맺었습니다. 


PCT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PCT 트레킹 관련 국내 책도 김희남, 양희정 등이 쓴 3권이 있다고 합니다. 영화로는 어느 여성이 PCT를 통해 새롭게 삶의 전기를 가져왔다는 "와일드(Wild)"가 호평을 받으며 우리에게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유교수의 강연 중 우리에게 솔깃한 부분들만 따로 모아 보았습니다. 



미국내에서 PCT를 포함한 3대 트레일을 한 사람들은 상당히 존경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열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PCT는 구간별로 하루에 등산객을 50명만 허가(퍼밋)을 해준다는데 산이 황폐해지는 걸 막으려는 의도라고 하죠. 우리의 백두대간은 무한정 허용한다는 것과 비교됩니다. 


한국이 더 우위에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 산행기를 담은 단행본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등산애호가들도 백두대간에서 느낀 감흥을 모아 책으로 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적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유교수의 강연 중에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PCT가 지나는 미국 서부의 시골 어느 마트에서도 농심 라면을 판다고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모여 살기 쉽상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미국의 현지인들도 농심라면에 맛이 들었다는 거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곳에 한국의 햇반도 있다고 하니 이 역시 놀라울 따름입니다.



트레일 엔젤(Trail Angel) 또는 트레일 매직(Trail Magic)이 있다고 합니다. 의외의 곳에 아이스박스가 있어 시원한 물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고, 곳곳에 생수가 있다고 합니다. 나눔의 문화가 PCT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아 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트레커들을 자기 집에 초대해서 먹이고 재우고 그리고 세탁기를 이용하여 빨래를 하게 해준답니다. 또 어떤 이들은 트레일이 지나는 도로가에 차를 대고 기다리며 트레커들에게 햄버거 등등의 음식도 제공하며 격려를 하는 걸 두고서 '트레일의 천사' 또는 '트레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는 거죠.


이 부분에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동이 샘솟았습니다.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것,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의 산에서 이런 게 생겨나면, 훈훈한 미담으로 널리 알려질거라 봅니다.



유승현 교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오는 11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우이동,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BAC 아카데미에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분명히 충만한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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