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큰어른, 최구현 선생의 3부작 완성하다.
설악산을 진면목을 발견하고 개발 및 소개한 이로 최구현 선생을 빼어놓을 수 없다. 아니 그 이전과 이후에 설악산을 '위해' 헌신한 이 중 누구를 그와 견줄 수 있을까?
그가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세상에 소개하고자 노력한 3부작을 완성했다. 다시한번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참고로 그에 관해서는 설악산 최구현으로 검색하면 많은 글들을 볼 수 있다. 그를 선양하지 못하여 잊혀진 인물이 되는 것에 대해 약간은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좌측 1번 "설악산"은 1958년 그가 찍고 강원도에서 펴낸 사진작품집이다. 산사진 작품으로는 효시와 같다고 본다. 도대체 1958년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가운데 작품집은 1964년으로 추정되며 저자는 소개되어 있지 않다. 책의 완성도와 관점은 자뭇 놀라워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맨우측 1969년작 "설악산과 동해안"은 말미에 저자 최구현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저자의 글 "제3회 사진 안내서를 내면서"라고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가 세번째 펴낸 사진작품이라는 뜻인데, 과연 두번째 책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그 질문은 없던 걸로 보인다. 나 역시 오늘 처음으로 '제3회 안내서'라는 문구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첫번째 책은 놀라울 뿐이다. 그 열악했던 시절 이런 큰 사진작품을 찍은 이가 있고, 배짱좋게 낼 수가 있었다니 말이다. 판본은 두가지로 확인된다. 둘다 양장본인데 좌측은 보급판으로 보이고, 빌로도 감촉이 있는 오른쪽은 정부의 유력인사들에게 설악산을 소개하고 개발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걸로 확인된다. 소장자는 '김선* 의원'으로 적혀 있다.
최구현과 설악산 초기 멤버들은 실제로 상경하여 설악산을 소개 및 투자자금유치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다. 외국인들도 우리보다 앞서서 설악산을 찾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설악산을 사랑한 건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설악산에 관한 수많은 사진집이 발간되었다. 그러나 그 가치와 작품의 성취에 있어서 이 책과 비견되는 영광을 누군가 누려야 하는데, 아뿔싸 이 책이 있는 줄 모르니 슬프고 슬프도다. 헛되고 헛되도다.
미농지라 하던가. 사진한장한장마다 덮고 있다. 일출사진에 이어 본격적인 설악산 첫사진은 속초에서 본 울산바위가 장식한다. 속초터미널에서 고개 돌려 서쪽 설악산으로 유인하려는 그의 의도가 드러난다.
이제 두번째 책이 최구현의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자.
일제시대 금강산 관광 기념 사진첩에서부터 모든 사진첩은 한결같이 한쪽면에만 사진이 있다. 이이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진첩은 하단처럼 양면에 사진을 넣고 있다. 보여주고 싶은게 많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보면 알다시피 위의 것보다 아래 것이 사진화질이 훨씬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종이질도 비교할 수 없다. 이 비용은? 사진에 가치를 엄청 둔 사람만이 가능한 집념일 것이다.
우측처럼 60년대 여느 설악산 사진첩은 관광객의 동선, 관광객의 시선에 맞추어 사진을 찍고 소개한다. 그러나 하단은 작가의 시선에서 찍고, 무명의 설악을 소개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게다가 봉우리 이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다시피 최구현 선생은 수많은 인터뷰에서 설악산 봉봉 골골에 이름을 지으려 고심했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 작품집을 냈단 말인가.
일제시대 금강산 사진첩에도 한장에 사진 두세장을 배치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보통은 이렇게 단정하다. 해방후 여느 초기 사진첩도 이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이 사진첩 만은 이렇게 사진의 모양에도 부채형, 단풍잎형 등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여느 상업 사진가라면 이런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강산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실제 작품을 수없이 찍던 그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1967년 나온 이 책은 그러나 실험적인 시도는 그만두고 대중의 시선에서 따뜻하게 설악을 소개한다. 그는 두번째 책이름을 거론하지 않아, 안타깝게 우리에게서 사라졌다.
며칠전 첫글을 쓰면서 이 책이 최구현 선생의 두번쨰 작품임이라는 게 확신을 가졌지만, 그래서일까. 이번에 세번째 작품의 글에서 '제3회'라는 글이 읽힌다.
최구현 선생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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