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돼지, 닭, 오리, 염소, 김밥에 관해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2021. 8. 19. 16:56

고난의 대행군 시절 이후 북한은 닭과 돼지 대신에 거위와 염소를 키운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소고기를 먹고 돼지고기는 그리 즐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해방 후 왜 돼지 사육, 양돈사업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권장했을까요?

왜 우리는 삼겹살을 좋아할까요?

언제부터 김밥이 유행했고, 언제부터 햄이 들어가야 완전한 김밥으로 인식되었을까요?

 

뭐 이런 소소한ㅡ 알고나면 하산해서 술자리에서 재밋거리로 이야기할만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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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왜 북한은 닭 대신 거위를 선택했는지부터 해 보겠습니다.

책을 찾지 못해 팩트만 이야기하면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닭은 잡식성이기도 하고 닭모이는 알곡(싸래기)입니다. 돼지는 음식 찌꺼기를 먹고 사는 잡식성이고요.

그렇기에  인간과 먹이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거나, 인간의 먹꺼리가 없으면 그들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대신에 놀랍게도 거위는 채식이라고 합니다. 염소는 당연하고요.

시골에서 피치못해 거위를 키우게 된 부친이 거위는 싸래기가 아니라 상추를 좋아하더라라고 말씀하길래,

이런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은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닭은 규칙적으로 알을 낳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위한 중요한 가축인데,

지난 시절 산촌이었던 제 고향동네에서는 닭을 그리 키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만약 북한이 살림살이가 많이 풀렸다면 다시 닭과 돼지로 돌아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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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고기를 좋아했습니다.

돼지고기를 즐겨하는 건 불과 몇십년 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검색해보시면 알겠지만, 100년 전 외래종이 들어오기전 재래종 돼지는 강아지 크기정도였죠.

 

현재 한국인은 삼겹살 민족입니다. 삼겹살은 국가대표 외식꺼리이죠.

김태경박사 등이 쓴 '대한민국 돼지산업사"와 "삼겹살의 시작"은 한민족은 한번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이 책의 결론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하도 '소를 잡아먹어서', '소를 대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소는 당시 국가의 기간산업이었던 농업을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니까요.

도대체 소를 얼마나 잡아먹었을까요?

 

소오 설의식은 1936년 손기정 일장기 말소사건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이었습니다.

그는 해방후 1948년 10월 22일 여순사건이 한창이던 때 광주로 취재를 떠나면서 "광주로 가는길'을 남깁니다.

 

"사람들이 나락을 지어 나른다. ... 아무리 보아도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어딘지 모르나 한구석 빈 듯한 그림이다.

'한 이빨 빠진 듯도 하였고, 한두 쪽 모자라는 듯도 하였다"라고 하는데요.

 

도대체 왜 그런 느낌을 가졌을까요?

 

'옳지, 소가 없구나.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지내 온 수백리 기차길에서 소를 본 기억이 없다.

...

대개는 잡아 먹은 탓일게다.

농가에서도 먹었겠으나 대부분은 도회지의 흥겨운 놀이를 위해 알맞은 술안주가 되었으리라.' 라고 합니다.

 

도저히 농사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소를 잡아들 먹었습니다.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도대체 국민의 단백질 섭취, 고기 섭취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그 대안이 바로 돼지였던 겁니다.

돼지는 가축 중에 제일 빨리 자라고, 새끼도 제일 많이 놓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돼지를 선택한 건 이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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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간, 그렇다면 햄이 들어간 '완성체'의 김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그것 역시 양돈사업이 활성화 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또 '삼성'의 기획력과 사업력이 등장합니다.

다른 대기업은 우유니, 대관령이니 하면서 대규모 소 농장을 운영할 때, 

삼성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큰 돼지농장을 에버랜드에 세웁니다.

 

돼지사육에 대자본이 투입되면서 통돼지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부분육으로 수출하게 됩니다.

뒷다리 고기는 한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부위입니다.

팔다팔다 남은 이 부위를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햄을 만들었죠.

모든 김밥에 햄이 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삼겹살을 좋아할까요?

일단 음식 찌꺼기를 먹고 키우면 돼지 냄새가 나서 양념없이 구워서 먹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대기업이 들어와서, 사료를 먹이고 과학적으로 키워 잡내를 없앤 다음의 이야기라고 한다네요.

 

황교익은 일본에 부분육을 팔고 남은-돈 안되는-부위를 어쩔 수 없이 먹었다고 하는데,

저자들은 여러 자료와 통계를 거론하며 한결같이 그건 아니라고 하며,

그냥 우리 민족이 잡내도 안나고, 기름기 많아 고소한 부위를 좋아해서라고 합니다.

개취(개인의 취향)가 아닌 민취(민족의 취향)이라는 거죠.

 

 

 

 

 

이상, 알아도 별 도움이 안되지만, 술자리 이야기꺼리는 되는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위의 책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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