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용어 '안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등산의 재구성|2021. 8. 21. 01:37

다종다기한 산의 부분 명칭 중에 안부(鞍部) 라는 게 있습니다.

산의 능선이 말의 안장(鞍)처럼 생겼다고 안부라고 하죠.

그런데 또 이게 그런게,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호락호락한 유래가 아니네요.

 

'안부'라는 말이 생길려면, 말과 인연이 깊은 생활이어야 할텐데 우리 민족은 과연 그렇던가요.

백두산 정계를 할때 청나라 대국의 목극동은 말을 탔는데, 우리네 양반은 뼈빠지게 가마를 탔습니다.

말하자면 '안부'는 우리 민족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용어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알아도 별 도움이 안되지만, 솔깃한 '안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한국사 데이터 베이스에 안부(鞍部)를 넣고 검색하면, 역시나입니다.

조선시대는 하나도 없고, 일제시대 때 그들의 기록에서 그것도 경찰과 육군쪽 기록에 주루룩 뜹니다.

독립군들이 ㅁㅁ산의 안부(鞍部)에서 숨어 있다가.... 라는 식의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맨 하단에 사진유리필름자료가 하나 있는데요.

조선사편수회에서 1938년 7월 찍은 사적 제 64호 화왕산성입니다.

설명은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757m)의 험준한 바위산을 등지고 南峰과의 사이에 넓은 鞍部를 둘러싼 산정식 석축 산성으로, 본 자료는 牧馬山城址에서 바라본 화왕산성의 모습과 산성지 석축의 상황, 그리고 동·서 양문 가운데 동문의 모습.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가마를 타고 산을 넘어가는데, 일본인 관리들은 말을 탑니다.

그러니까 '안부'는 아무래도 일본에서 그들이 만든 조어라는 게 거의 확실합니다.

일본어 사전에는 '鞍部という名の由来は形状が馬に乗せる鞍に似ていることから付いた'라고 해서.

안부라는 명칭의 유래는 형상이 말에 얹는 안장과 닮아서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게 그게 아닌게 말이죠.

 

'등산사의 숲으로'라는 책은 재미가 있(어 보인)다.

큰 이야기들 말고 일본 등산사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흥미롭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다.

이 글의 제목은 택(沢 사와)와 곡(谷 타니)는 어떻게 다른가'이다.

둘다 계곡이라는 뜻의 일본말인데, 여기에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건 곧바로 올리기로 하고,

 

'안부(鞍部)는 군대용어일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안부'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오래전 말탄 사무라이들 또는 근대기병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안부(鞍部)는 일본에서 오래전 군대용어로 만들어졌다.

일본인들은 이 모양새와 유사한 산의 모양에 '안부'라고 붙였다.

일제하 일본의 산악인들이 이 용어를 조선에 도입했다.

 

이상, 안부라는 말을 즐겨 쓰는 이들에게는 약간의 쌉쓰러함이 있을 수도 있는,

그러나 사실을 한겹 걷어보면 진실은 대체로 이런 모습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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