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잡지 "사람과 산" 제호에 관하여...

등산의 재구성|2019. 10. 26. 13:30

 

 

3대 등산잡지 중에 그 이름이 독특한 건 아무래도 1989년 11월 창간한 '사람과 산'일 것이다.
영어로는 Man and Mountain인데,....
여기서 '사람'이라는 용어, 곰곰히 생각하면 문득 의아해진다.


4천만이 구독하기를 바라면서 붙일 '한국인'도 아니고...
'특정 그룹, 전문계층'을 뜻하는 '산악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민'이 등장하던 시대에 발맞추어 창간되었음에도 '시민'도 아니고.
'휴머니즘과 알피니즘'을 지향한다는 모토에 비추어 보면, 한자어 '인간'이 휴머니즘과 맞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그들은 왜 '사람'을 선택했을까.
'사람'이라는 명사는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무채색의 단어, 생물학적인 개념어가 아니던가.
'흙'이나 '땅'처럼 말이다.


박경리가 대하소설을 쓰면서 무색무취의 흙이나 땅 대신에 '토지'를 제목으로 한건,

 '토지'라는 용어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녹아 있어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계급간의 이해 관계, 농민의 설움과 분노, 욕망, 농경민족으로서의 원형 등등 말이다.

펄 벅의 소설 "The Good Earth"를 "대지(大地)"로 번역한 것도 아마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사람과 산"과 같은 방식의 제목을 가진 잡지가 있는가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그랬더니,  '사람과 산'이 다른 잡지들보다 상당히 앞서서 붙여진 선진적인 명명임을 알 수 있다.

초등반 또는 신루트 개척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제 '사람과'로 시작되는 잡지들을 보자.

 


교보문고에서 나왔던 월간 책 소개잡지인 "사람과 책"

이 무가지는 2004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우리의사람과 산보다는 훨씬 늦다.


사람과 환경이라는 계간지도 있다. 그들은 사람을 Human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2000년대에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사람과 정책"
이 책도 2011년 창간되었는데,  발행자가 '민주'인데도  시민도 아니고 사람이라고 정한 건 의외다.

 

단행본으로는 1960년대에 "사람과 사상" 등등의 방식으로 붙여진 책들이 몇권 나온 적이 있다.

 

그리고,

 

"사람과 컴퓨터"라는잡지도 있다.

이는 우리의 산악잡지 "사람과 산"보다 10년 가까이 지난 1998년에 처음 등장했다.

 

 

책속에는 삼보와 박찬호라는 추억이 돋는 재미있는 광고가 있다.

광고 문구는 이렇다.

 

"박찬호는 오직 야구 하나에 자신의 젊음을 걸었습니다.

걸어온 길은 달라도 정신은 같습니다.

오로지 야구, 박찬호.

오로지 컴퓨터, 삼보 컴퓨터"

 

한편, 1984년 창간한 학생과 컴퓨터가 있다.
그나마 사람과 산 형식의 제호와 흡사하고 앞서긴 하다.
그러나 학생과 컴퓨터는 구체적이라 우리가 주목할 제목은 아닌 것 같다.

 

 

학생과 컴퓨터 창간특집기사로 '애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거창한 제목이 있다.

 

"한때 세계 퍼스널 컴퓨터 시장을 석권했던 애플 컴퓨터.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인가?"

 

그로부터 35년이 흘렀고 이런 세상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앞으로 34년뒤가 아니라  10년 뒤 애플은 또 어떻게 되어 있을까?

 


어랏..
당시에도 컴퓨터가 있었고,  금성사에서도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니, 금성 패미콤은 패밀리컴퓨터의 약자로 8비트 컴퓨터라고 한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이 19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선언하면서 시작된 붐이었는데,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무위키에 들어가보시면 좋겠다.

 

아마 저시절 나는 컴퓨터라고 하면, 

computer. 시오엠피유티이알, 계산기. 끝이 or이 아니라 er. 하며 영어 철자 외우기 바빴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사람과 산을 창간한 이들이, 제호를 그렇게 결정한 데에는 발음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과 산은 각각 초성이 ㅅ,ㅅ으로 리드미컬하고, ㅅ은 산의 형태와도 닮았다..

게다가 ㅅ은 상승의 이미지도 있고 말이다.

 

 

 

 

 


 

2014052213: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