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운틴은 20년이 되지 않아 왜 폐간했을까?
세상에 시간 때우기 제일 좋은 일 중 하나는 옛날 신문이나 옛날 잡지를 들춰 읽는 겁니다.
이번 여름 휴가때 그늘에서 모기에 뜯기어가며 몰두했던 게 마운틴지 창간호입니다.
마운틴지는 2001년 창간하여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죠.
창간호를 보면 마운틴지가 왜 종언을 고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월간 산지와 월간 사람과 산지가 있음에도 창간이 가능했던 이유가 어쩌면 폐간의 이유가 됩니다.
마치 연인사이에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가 먼훗날 헤어지는 이유가 되듯이 말이죠.
(*추가 2020.10.15. 남선우 사장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들었다.
당장은, 이 글이 '온라인 홈페이지 '히말라야즈'와 잡지 '마운틴'을 구별하지 못해 생긴 어이없는 오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글은 그대로 두고, 이 사실을 알고 읽어 주세요.)
마운틴지의 배경에는 물론 '히말라야즈'라는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보다시피 2001년 3월 창간호의 특집은 "히말라야즈Himalayaz를 통해 본 한국산악계"입니다.
작금의 코로나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정이 시들어가는 현재 보자면, 히말라야즈라는 타이틀도 상당히 고색창연한, 구석기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히말라야즈에서 펼쳐졌던 용광로 - 1.4 후퇴는 난리도 아니었던 - 같은 논쟁, 비난도 신석기스러운 시절 이야기입니다. '좋아여, 구독부탁해여' 하는 시절 댓글의 향연, 치열한 토론의 릴레이가 도대체 가능할까요?
한국산악계가 불을 활활 피워 올랐을 그 시절의 히말라야즈가 마운틴지의 1차적인 토대가 되었을텐데요. 지금 돌이켜 보면 왜 히말라야즈가 그렇게 산악계의 진앙지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당시 한국산악계 인터넷 환경을 한번 보면 말이죠.
월간 마운틴 창간호 권말에는 부록으로 "국내 인터넷 산악 사이트 총집합"이 있습니다.
보시면 우리나라에 닥닥긁어모아 딱 100명의 산악인이 있던 청동기 시절이나 다름없을, 아련한 시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같은 노래가 떠오릅니다.
불과 20년 전인데 말이죠.!!!
이하 몇장에 걸쳐 사이트와 사이트 설명을 보면, 이 사이트들은 닥닥 긁어모은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들이 오늘날 어떤 위상을 차지할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하나씩 호명해 볼까요?
1. 등산관련 단체 사이트 - 대한산악연맹, 한국산악회, 한국등산학교.
한국대학산악연맹, 코오롱등산학교 동문회, 국립공원 관리공단. 산림청 산악정보시스템.
이 중에 최근 한달, 아니 1년 동안 들어가 본 분 계시는지요?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찾아 들어가야만 했던 분 계시는지요?
2. 등산장비업체 사이트
코오롱스포츠, 동진레저
오디캠프. 트렉스타. 호상사.
지금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이 있을까요?
언뜻 보기에도 놀랍게도 노스페이스가 없군요. 당시 노스페이스 홈페이지는 노스페이스 '인증'샷을 올리는게 막 붐이 일기 시작했죠. 곧 노스페이스는 국민 대중 아웃도어의 선두주자가 됩니다.
3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오케이마운틴. 인터피크. 도서출판 정상.
오케이 마운틴... 저시절부터 유명세가 있었군요. 인터피크는 동국대 OB가 운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피크에서 저는 남들과 달라^^ 보이려고 로얄로빈스 재고 의류를 다량 산 기억이 납니다. 도서출판 정상이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니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아래 사잔을 보면 그 외에도 인포마운트샵. 안포메카, 더산, 마운트샵, 아웃도어월드. 에시브클럽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에스비클럽은 이용한 기억이 나네요. 다른 쇼핑몰들은 지금 있을까요?
4.등산정보제공사이트
사람과 산, 한국의 산하. 산야로. 동아일보교육센터-우리산 길잡이. 고알프스. 박영춘의 산행정보(고산21), 그리고 장갑수의 산 이야기가 있네요.
단위산악회도 한 챕터가 있습니다.
록파티산악회 산비둘기 산악회 산사랑산악회 실다비산악회 용악회. 청악산우회입니다.
이 시절부터 사실 다음카페 산악회. 일반 산악회. 인터넷 산악회가 발호하기 시작합니다.
인공암장과 스포츠클라이밍 관련 사이트들
김용기등산학교. 서울클라이밍센터. 스포츠클라이밍. 아트클라이밍. 어택캠프.
전문클라이밍. 정승권등산학교. 파워클라이밍.
그외 산악 관련 사이트들
보시다시피 지난 20여년 동안 - 불과 !!! 20년동안 - 살아남은 사이트들이 얼마나 있는지요?
살아남아도 권경애의 '산장의 여인"에서처럼 '아무도 날찾지 않는'곳 느낌이 나지 않는지요?
한두사람이 근근히 글을 올리면서 유지되는. 사라진대도 회원들이 그리 애석해 하지 않는. 외부인이 등산자료, 클라이밍 자료를 검색해도 잘 걸려들지 않는.
이렇게 해서 20년전 권위있던 산악계 사이트들이 눈밝은 이들에 의해 인터넷을 열었는데, 인터넷 시대가 끝나면서 함께 시들해지는 느낌입니다. 뿌리는 깊어졌지만, 땅이 메말라지니 어쩔 도리가 없는거죠.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마운틴이 20년 사이에 폐간한 것은 잡지사가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애써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 쉽겠습니다. 기존에 오프라인을 자리잡은 산이나 사람과산을 넘지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토양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2020 sns시대에 새로운 것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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