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돋는 초등 1학년 가을 교과서...과거로의 여행이 가득하네요.

등산의 재구성|2020. 9. 25. 23:56

괴질에는 과거로의 여행을 추천한다는 말을 하고 났더니,

하필이면 초등학교 1학년 가을교과서를 보았습니다.


이 책은 오로지 과거로의 여행이 가득이네요. 아해들의 과거 아니라 어른들의 과거 말이죠.

따라서 괴질로 인해 심심한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세요.

2014년에 태어난 아해들이 아니라, 미래가 아니라

과거 20세기 엄마 아빠들의 '갬성'을 위한 책이니까요.


농악이니 강강수월래 같은 내용하고 시골 할아버지댁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대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죠.

대신에 지금 시골은 다문화가정이 많습니다. 

그들과 공감하고 함께 할 수있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덤으로 자기 국어 실력도 테스트 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표현들이 이해가 안되네요.


예전 아재들에겐 이런 책이 없었는데, 요새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책이 있나 봅니다.

내용은 국어책이나 사회책에서 배울 그런 내용입니다.


오늘은 추석이라는 주제로 몇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어 있는 내용을 모셔옵니다.


할머니께서 말려 놓으신 고사리. 

큰아버지께서 올해 추수하신 햅쌀

큰어머니께서 정성껏 키우신 고추


그런데 "큰어머니께서 정성껏 키우신 고추". 고추가 여기서 왜나옵니까.^^

추석날 음식상에 무슨 고추 요리일지, 그것도 아재들도 아니고 초등학교 1학년 요리가 말이죠.


'현규의 볼은 다람쥐 볼처럼 그득그득"이라는 표현, 괜찮은지요?

그리고 "올해 추수하신 햅쌀"이라는 표현도 상당히 껄꺼롭습니다.

햅쌀에 올해라는 표현이 들어 있고, 초딩1학년에게 추수는 너무 어려운 용어가 아닌가 해서요.

참고로  과일은 햇과일이고 감자는 햇감자이고 쌀은 햅쌀이죠.

국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새로) 거둔 햅쌀"이 더 이물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교과서잖아요.



할머니께서 이 보따리 저 보따리 맛있는 것을 가득 싸 주셨습니다.


보따리에 무언가 싸주는 건 지금 아재들이 어렸을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지금에는 박스나 자루에 넣어 주죠.


그렇다고 교과서이니만큼 박스나 비닐봉지 자루라고 하면 안될테고, 고민이 많았겠습니다.

그냥 할머니께서 바리바리 싸주셨다라고 무난하게 했으면 좋았을 법합니다.



이또한 원시 농경사회로의 회귀를 꿈꾸는 아재들의 낭만입니다.

어린 아이가 밤이 떨어질까봐 쓰고 있는 싸리 또는 대나무로 만든 채는 2003년부터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없지만, '감자전 파전을 오물오물 먹는다'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오물오물은 토끼가 먹거나, 이빨 없는 어린 아기들이나노인이 먹는 모습을 표현하는 거 아닌가요.

초등학교 1학년은 오물오물 먹지 않습니다.(라고 제 국어 경험은 말합니다.)



이건 평소에 책을 볼때 마다 품고 있는 아쉬움인데요. 보름달을 접히는 부분에 그려놓으면 이렇게 왜곡되어 표현됩니다. '찌그러진 보름달'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쪽에 배치해 놓으면 노랗고 두루 원만한 달의 모습이 더 가슴 깊이 다가올텐데요.



"우리 차는 원래 쌩쌩이인데, 오늘은 왜 거북이지?"


 주말에는 언제건 고속도로는 차가 밀립니다. 추석이라고 더 밀리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휴가시즌, 단풍시즌 등등이 추석보다 더 밀리기도 합니다.

아재들이 어렸을 적에야 추석설만 밀렸겠지만 말이죠.


"차만 보이는 창밖 풍경에 지루함만 가득"

이런 표현 괜찮은 건가요?



'현규의 몸은 점점 밑으로 축축"이라고 하고 있는데, "아래로 축축"해야 제게는 자연스러워요. 

게다가 국어교과서이니만큼 '점점' 과 '축축'은 둘다 계속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단어들이니다.

저라면 '점점 아래로 처진다" 또는 "밑으로 축축 처진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내 이웃의 아래쪽 이웃과 할 수 있는 일


1, 음식 나눠먹기 2. 함께 운동하기. 3. 동네 쓰레기 줍기.


이것도 아재들이 어려서 했던 거 아닌가요. 동네청소하고 생신이나 제사날 나눠 먹고. 함께 놀고.

 늙어가는 아재들이  돌아가고싶은 원시농경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막상 돌아가서는 살 수 없는.




주인공 현규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갑니다. 추석날 오후 동네 회관앞에는


농악소리가 나고, 미을에서 들리는 어깨가 들썩이는 소리, 현구는 마을로 달음박질칩니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 기억에 농악은 1월 대보름에나 하지, 팔월 한가위에 농악을 하나 싶습니다.

하더라도 요즘같은 시대에 시골 마을에서 하는 곳이 있을까요. 그런 젊은 사회 있을까요?

엄마 아빠들의 과거로의 여행을 위한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들리는 어깨가 들썩이는 소리"라는 표현, 교정받아야 할 듯 합니다.

이런 건 산행기를 쓸 때 절대로 좋은 표현이 아닙니다.


'달음박질치다'라는 것도 달음박질을 하다, 달음박질을 치다라는 게 더 일반적인 표현이고, 

초등학교 1학년에게 너무 어려운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추석에 시골 가기전 엄마 아빠와 산책하는 장면입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오른쪽 아래에 있는데 짠합니다.


1 이번 추석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가지요?


--> 다른 페이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순서를 놓습니다. 

고착적인 성의식을 막으려는 노력이겠죠.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라면 특히 시골에 적지 않은 다문화가정을 작은 주제로 넣을 겁니다.

이게 미래지향적이고, 올바른 관계 정립을 도모하는 거죠.


2. 그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현규가 빨리 오길 기다리신대

3. 올해 농사도 아주 잘되었다고 하니, 정말 감사한 명절이 될 것 같구나.


--> 코로나 사태, 기상이변 시대에 슬픔이 베어나는 '추억 돋는' 표현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면서도 말이죠.


허나 '감사한 명절'이라는 표현, 이상하지 않는지요? 이런 표현 안될 것 같은데요.


4


이상 이것저것 트집잡는 꼴이 되어버린, 

아재들에게 갬성 가득한 추억의 1960년 초등교과서를 읽어보았습니다.

"우리 추억은 소중한 것이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