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등산이 들어 있는 1970년대 초등학교 노트입니다.

등산의 재구성|2019. 11. 1. 23:57

그때 그시절 초등학교 공책의 표지에는 어쩌다 등산이 등장합니다.

등산박물관에서는 이를 컬렉션의 한 챕터로 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도봉산이 들어 있는 희귀본 노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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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똘똘이 노~트 1~2학년"으로 적혀 있는 초등학교 노트입니다.

산이나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노트는 많지만, 도봉산을 대상으로 하는 건 더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 산악인 복장으로 로프를 한쪽 어깨에 멘 선생님과 학생들 7명이 주인공입니다.

 

도봉산을 한번만이라고 가본 이라면 이곳이 어디인지 알수 있습니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포돌이 만남의 광장을 지나 선인봉으로 오르는 계곡길입니다.

물론 지금은 숲이 우거져서 이런 조망 포인트를 만나긴 어렵습니다.

 

이제 하나하나 나누어서 볼까요.

 

지금의 도봉산 선인봉과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숲이 그때에 비해 많이 무성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둥근 원은 박쥐길이라는 클라이밍 루트에 있는 소나무의 모습입니다.

 

 

선생님은 모델 같기도 하고 당시 전문 산악인 포스도 느껴집니다.

나뭇잎이 탈색된 걸 보니 가을 단풍철, 아이들 옷은 단풍보다 더 화려합니다.

 

등산의 세팅이 자연스럽고 환한 걸 보면,

의류회사나 출판사에서 광고용으로 찍은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언젠가 '동아전과' 등에서 다시 만날 것 같은 직감이 듭니다.

 

그리고 또하나.

도봉산 선인봉이 있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북한산 인수봉이 들어 있는 노트도 있겠죠.

언젠가 만나길 기대합니다.

 

 

뒷표지입니다.

시간표를 둘러산 새는 과연 무엇일까요?

공책 안에는 1학년 국어 교과서를 받아쓰기 한 게 있는데,

'참새는 짹짹 아침인사를 합니다. 전깃줄에 앉아 아침인사를 합니다.'라는 걸 보면 알겠습니다.

 

 

북한산 아래에 있는 불광초등학교 1학년 8반 7번 김석ㅁ 어린이 노트입니다.

'시작한날', '끝난날'과 같이 살갑게 한글을 쓰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8반이군요.

1학년이 8반이기만 해도 6학년까지 총 48반이나 되겠네요.

그렇게 학교가 커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 2부제 학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시절 관악구 봉천동 즈음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이는 놀랍게도 3부제를 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북한산 아래 학교에 들어간 아이에게 도봉산 기운을 불러 넣으려 사지 않았을까요.

 

 

뒷면 하단에 '불우한 학우들을 우리 손으로 도웁시다.

옆의 마크를 오려내서 학교에 내어 불우한 학우들을 도와 주십시오"라고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도 보이는데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친구나 동무가 아니라 '학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주소가 동대문구 용두동입니다.

언젠가 동대문 주변을 걷다가 노트와 학용품 도매상 거리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대아상사 전화번호 앞이 92. 두자리입니다.

서울에서 지역번호가 세자리로 바뀐건 70년대 후반이니 이 공책의 발행연도를 짐작하게 됩니다.

 

 

아참. 이 공책은 A4인 보통 공책보다 사이즈가 작아 가로 15 * 세로 20cm로 단행본 크기입니다.

그래서 단순짐작으로는 70년 전후의 도봉산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지금은 60살 전후가 되지 않았을려나...

 

 

 

 

그시절 도봉산에 소풍을 간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노트처럼 도봉산 전경을 뒤에 두고 인증사진처럼 찍은 그런 사진은 귀합니다.

그만큼 만나기 쉽지않은 노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에는 언제 작정하고 노트북 컬렉션을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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