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의 한자어 '울鬱'을 쉽게 암기하는 법.

등산의 재구성|2019. 11. 4. 13:02

신영복 선생님이 강연할 때 자주 언급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어려서 무학(無學)의 동네 머슴이 '사일이하고 공일이하고는 구촌이다"라는 걸 외고 다녔다죠.

철들고 보니 그게 목숨 수(壽)를 풀어 외우는 법이었다고 합니다.

 

 

목숨 수라는 어려운 글자를 옛사람들은 풀어서 외울 줄 알았던 겁니다.

 

그렇다면 한자로 쓰기가 제일 어려운 산이나 봉우리는 무엇일까요?

 

 

단언컨대, 우리나라에서 제일 웅장한 암봉인 설악산 울산바위의 울()입니다.

울산바위길을 개척한 팀이거나 일삼아 오른 이들도 쓰기는 쉽지 않을거라 짐작합니다.

 

이제 이 한자어를 쉽게 암기하는 방법을 올려 봅니다.

술술  쓰게 되면, 울산암 앞에 설 때 왠지 칭찬받을 것 같고 기분이 충만해질거라 확신합니다.

 

 

울창할 울 또는 답답할 울 자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획이 29획이나 되니 울창하고, 벽을 만난 듯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쓸 엄두가 나나요?

 

자꾸 보면 우울, 암울, 침울, 울적해지고 한자어 공부하자니 억울하거나 울분이 생깁니다.

'울'릉도에 갔다 왔지만 간 것 같지도 않게 됩니다.

설악산 울산바위에 가고 싶은 정나미가 뚝 떨어집니다.

 

이 모든 단어의 공통어 '울'이 바로 이 한자어 입니다.

 

 

중국인들은 복잡한원글자 鬱은 못씁니다. 이걸 쓰면 깜짝 놀란다죠.

대신에 간체자 郁(욱, 울)로 씁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철학박사, 일엽스님과의 염분, 내무무 장관 그리고 동국대 총장을

지냈고, 금강경독송회를 이끈 백성욱(白性郁) 박사의 '욱'이 바로 이 한자어입니다.

 

 

일본에서는 수백년동안 이 한자어 때문에 나름 지식인들이 골머리를 썩었습니다.

이 글자를 쓸줄 아는지 모르는지가 지적 수준의 판별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한자를 병용하기에 학생들은 이 글자를 배운다고 골머리를 썩는다고 합니다.

 


동양 3국의 이런 부담을 안고 - 못쓰도 그만, 쓸줄 알면 좋은 - 쓰는 법을 밝혀 보겠습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 아니라, 쓸줄 알게 되면 16억명보다 앞서는 셈입니다.

 

 

때와 장소는 옛날옛날 한옛날, 깊고 깊은 숲속의 나무꾼 가족 이야기입니다....

 

 

 

 

이제 요약정리를 해볼까요.



숲으로 들어가, 오후에 도시락 먹고, 집으로 돌아와, 쌀을 일어 솥에 넣고, 불을 때서, 하루 세끼를...

 

 

 

무뚝뚝하고 까칠한 사람도 알고보면 부드럽다고 하죠.

다시 찬찬히 보면, 마법인양 고분고분한 글자로 변신했습니다.


동양 삼국에 이 글자 쓸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15억명 중 1명이 된 겁니다.

우리는 울산바위의 울(鬱)을 쓸 줄 압니다. 

우리는 울릉도(鬱陵島)를 갈 때,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게 됩니다. 

 

1976년 4월 7일, 이 할머니는 철계단을 통해 울산바위에 오른 아들과 손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우리 손주, 울산바위의 모양에서 울창할 울(鬱)은 읽어내어야 할낀데..."

 

 

그걸 못읽고 바위의 틈새에서 길을 본 아이들은 대학교 가서 클라이머가 됩니다.

울산바위 여기 저기를 오르면서 울산바위에 푹 빠지게 되고,

그러다가 울산바위의 울의 한자가 무엇인지 궁금증도 사라지게 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다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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